낱낱의 사람을 만나기란 이리도 어려운 일일까. 배우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회사를 '우리'라는 대명사로 칭하거나, 자신의 근황을 알린다고 해놓고 자식의 성장을 중계하는 이들은 이쯤이면 됐다. 내가 재생목록에 추가한 노래, 내가 밑줄그은 문장, 날 식겁하게 한 장면, 내가 요새 잡고 싶은데 못 잡고 있는 홀더, 내가 연습하고 있는 곡, 내가 지은 밥의 맛, 내가 맡은 비 냄새에 대해 조금은 길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나 좀 더 보고 살기로 하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올바른 얘기 혹은 어디선가 주입당한 티가 물씬한 그럴듯한 의견을 들려주는 사람도 지루하니 일단 어디로 좀 치워두기로 한다. 프레시안이나 한겨레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투박한 정견이라 할지라도 나름의 입을 통해 그것이 궤변만은 아님을 최대한 흥미롭게 전달할 줄 아는 개인을 좀 찾아보는 거다. '선생님, 선생님' 잘하는 사람이나 어떤 경계 안쪽에 한 발 걸치고 있다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치들은 사실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온전히 자기 목소리를 통해 나온 소박한 무엇을 정념없이 내보일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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