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1주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다는 몰디브, 하와이, 발리 등등. 점차 겨울이 다가오는 듯 싸늘한 공기를 감지할때면 그런 따뜻한 곳으로 한번쯤 여행가고픈 생각도 든다. 특히나 회사생활에 지쳐갈 때,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트러블이 생길 때, 외롭고 우울할 때 마음 한구석에서는 '떠나자!'를 외치고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나의 현실. 우리 대부분의 현실이다. 그런 영화들을 볼 때면 더욱 생각이 간절해진다.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무인도에서 며칠간 혼자서 또는 사랑하는 이와 단둘이서 생활하고픈 상상도 하곤 한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현실의 삶에 너무 지쳐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현실 도피, 일상 탈출,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고 기대감이 부풀어오르곤 한다. 영화에서처럼 우연한 기회에 그런 낙원에서의 평화로운 삶이 주어질 확률은 어렵겠지만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는 대리만족을 더 강하게 경험하게 된다.   
 


<지중해>

 

                

 

  이 영화를 알게 된 것은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소개해줄때 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잠깐 소개되었지만 스토리며 배경 등에 한눈에 매료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러 비디오가게를 전전하다 겨우 찾아낸 영화. 유럽영화가 가지는 예술적인 지루함(?)을 각오하고 본 것이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한번 본 뒤로는 잊혀지질 않고 언제고 내가 힘겨울때면 다시금 보게되는 소장용 영화로 남았다. 한마디로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전쟁의 두려움과 공포에서 해방되어 자유와 평화로움을 만끽하는 부대 병사들의 모습이 현실 속에서 내가 간절히 바라는 그런 모습이었다. 사람들에 지쳐갈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질 않아 짜증나고 힘겨워질때 다시금 찾고 또 보게되는 영화. 바닷가에서 헤엄치며 노는 모습이나 노을 지는 섬의 언덕에서 세명의 남녀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 해변가에서 마을사람들과 다 함께 축구를 하는 장면 등은 평화스럽고 또 낭만적인 지중해 어느 섬의 모습을 뇌리에 강하게 남겼다. 특히 전쟁중이라는 영화적 배경을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에 대비시켜 그곳이 낙원이라는 인식을 더 강하게 했다. 정말 저런 곳이 있을까.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조용히 지내고 있는 섬사람들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모습에 영화 속 군인들뿐만 아니라 나 또한 동화되어 갔다.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었다면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은데 하는 환상도 꿈꿔본다. 해서 무려 20년이 지난 이 영화의 DVD를 아직도 몇차례씩 꺼내어 홀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감상하곤 한다.

   



<블루 라군>   

 

                          

 
  당대의 미녀스타 브룩 쉴즈를 흠모하는 세력의 영향력으로 만들어진 건 아닐까. 이미 프리티 베이비에서 어린 나이에 충격적인 배역을 맡으며 주목받았던 브룩 쉴즈를 일찌감치 섹시퀸으로 등극시켜준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영화 이후로 브룩 쉴즈가 주연배우로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지만.. 사고로 인해 어린 나이에 무인도에 갇히게 된 두 사람은 그곳을 곧 낙원이자 집으로 받아들이며 서서히 적응해가게 된다. 그리고 성장기를 거치면서 두 사람은 서로 새롭고도 애틋한 감정으로 가정을 이루게 된다. 브룩 쉴즈의 섹시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영화였다고 보지만 흥행에도 성공하게 된 것을 보면 관객들이 열망한 의도를 제대로 읽었다고 볼 수 있다. 푸른 산호초라는 원제의 뜻처럼 두 청춘남녀의 상큼하고 애틋한 감정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섬, 그리고 바다의 아름다운 모습과 어우러지면서 진짜 파라다이스에 사는 것 같은 꿈을 꾸게 만든다. 그리고 그 꿈은 후에 피비 케이츠가 파라다이스라는 비슷한 느낌의 아류작을 만들었을만큼 영향력이 컸다. 거기다 한참 전성기를 누리는 브룩 쉴즈의 외모와 몸매 하나만으로도 영화의 가치는 더 커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모습보다도 그들이 살아가는 섬에서의 평온함을 더 큰 가치로 여기면서 보게 되었다. 흔히들 무인도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내는 소망을 꿈꾸게 되는데 바로 그런 낙원에서의 삶을 영화에 그대로 보여줬으니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든다. 그리고 도시의 매연과 소음, 각종 공해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자연인'으로서 성장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본 이후로 연인과 단 둘이 떠나는 무인도 여행에 대한 환상을 항상 꿈꾸곤 했다.

  



<스웹트 어웨이>  

 

           

 
  블루라군의 성인버전쯤 되려나. 평가는 양분되지만 난 그저 단순히 블루라군의 또다른 아류작이라 폄하하기 보다는 남녀관계의 환상과 현실성에 대해서 얘기해준 의미있는 영화라 보았다. 특히나 여기서의 무인도는 남자와 여자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부유한 갑부의 부인과 말단 선원이 우연한 사고로 무인도에 고립되면서 서로의 지위나 입장이 달라진 채 살아가게 된다. 남자는 원시적인 생활환경에 금방 적응하면서 생존능력을 보여주는데 반해 여자는 편한 생활에만 익숙해져 있다보니 남자의 능력에 의지해서 생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주와 종의 관계가 반대가 된 이 영화의 무인도는 그야말로 '남자의 낙원'이 되는 곳이었다. 원시적인 생활환경을 통해 '가부장제'를 강조해주는 점이 황당스럽지만 그런대로 두 사람의 연기가 괜찮아서 보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이 두 사람에게 무인도는 하나의 낙원이 되는 것은 공통적이라 본다. 남자 입장에서는 계속 자신을 무시하고 구박하던 콧대 높은 여자를 한순간에 자신에게 순종하는 여자로 그리고 다시 '자신의 여자'가 되기 직전까지 개조하며 잠시나마 환상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반대로 여자는 모든 것이 풍족해보여도 늘 불만스러웠던 삶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갖게 되는 중요한 삶을 얻은 것이다. 지나가는 배를 보고도 여자가 구조를 포기하려는 모습은 바로 그 곳에서 가진 시간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분과 지위가 없는 그 곳, 생존본능으로 시작된 무인도의 생활이 두 사람에게 애틋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의미의 파라다이스가 되어준 셈이다. 정말 누군가와 저런 애틋한 감정을 나누어봤으면 하는 상상도 들게 한다. 영화가 결국 이별이라는 새드 엔딩을 맺게 되면서 낙원에서의 추억은 더 진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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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임에도 일 때문에 나와서 늦게까지 앉아있다가 퇴근해야했던 고달픈 하루다. 삶의 여유보다는 일에 얽매여 사는 것이 이젠 자연스러워지게 된 걸까. 마음 한편이 불편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익숙해진 것도 같다. 다시금 지중해 DVD를 꺼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대리만족만 할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고픈 충동이 강하게 든다. 무인도가 아니어도, 아름다운 지중해 연안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 다시금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올해가 가기전에 주말을 이용해서 안식을 찾아, 그리고 사랑을 확인해보고자 둘이서 같이 여행을 떠나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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