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1 소설 보다
김멜라.나일선.위수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소설 보다의 새 봄호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표지 디자인이 파스텔톤 단색으로 꾸며진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봄 2021년호에는 이례적으로 꽃 장식이 등장했다.

요즘 나오는 신간 문학 도서들에 비하면 심플하디 심플한 장식이지만

지금까지 소설 보다 시리즈가 걸어온(?) 표지 디자인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번 신간호의 표지 디자인은 역사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잡설은 여기까지로 하고 내용을 들여다 보자면

이번 호는 여성 작가 세 명의 작품이 실렸다.

세 분의 작가분 모두 이전에 작품을 접해보지 못했던 작가분들이라

어떤 면에서는 더 기대감을 갖고 책을 펼쳤다.


가장 앞에 실린 김멜라 작가의 <나뭇잎이 마르고>는 

이번 호에 실릴 것이라 예상했던 주제 그대로의 작품이었다.

젠더와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문학계의 시대 정신과 같이 작용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다루는 작품에 대한 눈도 덩달아 높아진 것 같다.


두번째 작품인 나일선님의 <from the clouds to the resistance>는

제목부터 느껴지듯이 독특한 작품이었다.

(한국 단편소설 중에서 제목이 장문의 영어로만 이루어진 작품은 지금껏 보질 못했다)

형식부터 주제, 표현 방식까지 모두 새로워서 신선했지만 취향에 와닿지는 않았다.

어쨌든 새로운 도전에는 늘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실린 위수정 작가의 <은의 세계>는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팬데믹이 닥친 모습을 그렸다는 점과

그 상황 속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난해하지 않다는 점도 좋았고.

인터뷰를 읽고나서야 명확하게 받아들였기는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가장 와닿았다.

어쩌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종결되고 나서 읽으면 더욱 깊은 감상을 남길지도 모르겠다.


역시 소설 보다 시리즈는 나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표지를 보며 가졌던 기대감이 책을 덮을 때까지 유지되었으니 말이다.

다음 여름 호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됐고, 시대가 그냥 그런 거야. 우리는 다행인 줄 알자. 

p.104 <은의 세계>


세상은 원래 이렇게 갑자기 변하는 건가 봐. 하나가 담담하게 말했다.

p.124 <은의 세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문학과지성 시인선 542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는 어렵다.

시인의 의도를 모두 알아내려 애쓰면 한없이 어렵다.

하지만 시는 쉽다.

그저 내 마음 가는대로 읽고 싶은대로 읽으면 한없이 쉽다.

허연 시인의 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다행스럽게도 허연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다.

아니 난해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그가 쓰는 시어들은 대부분 우리 일상의 언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기자 생활을 오래해왔기 때문인지

시가 막히지 않고 잘 읽히는 편이다.


하지만 그의 언어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치 않다.

너무 솔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비관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 역시도 그와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잊기 때문일까.


공감은 흥미를 이끈다.

그것이 꼭 유쾌한 것이 아닐지라도.

봄바람이 전하는 온기를 만끽하기도 전에

그것을 타고 날리는 먼지와 바이러스를 걱정해야 하는 

요즈음 읽기 좋은 시집이다.

(언제든 읽기 좋은 시집이라는 말을 그의 유머처럼 표현해보고 싶었다)





중독되면

누가 더 오래 살까? 이런 거 걱정해야 하잖아.


뻔해.

우리보다 융자받은 집이 더 오래 남을 텐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中에서, p.40



당신은 이 숲 어딘가에서 

저 사선으로 내리꽂는 차가운 빗살무늬로 서 있겠지요

빗금처럼 서 있겠지요


-당신의 빗살무늬 中에서, p.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 세트 - 전2권 - 부의 흐름을 짚어내는 빠숑의 입지분석 바이블
김학렬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동산 투자를 할 땐 발로 뛰라는 조언을 듣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막상 돌아다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답사에도 충분한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 책을 통해 그 총체적인 분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열정은 넘치나 발로 뛸 준비가 되지 않았던 투자자들에게 강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랑은 왜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가장 대중적인 한국 소설가를 꼽으라면 김영하의 이름이 

가장 위에 쓰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소설가를 넘어 강연, 방송, 북인플루언서까지 

끊임 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그의 매력에

나 또한 뒤늦게 반해 늦게나마 그의 예전 작품들을 찾아 보고 있다.

(참고로 나는 <오직 두사람>을 통해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도서관에 방문하기도 부담이 되고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은 책을 읽기는 더욱 부담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복복서가에서 때맞춰(?) 새로운 판을 내주어 너무나도 감사하다.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사실 조금은 당황했다.

<오직 두 사람>을 통해 그의 소설을 처음 접했고

그의 다른 책은 모두 에세이를 읽었기 때문에

<오직 두 사람>에 실린 작품들 중 단편 하나 정도는

이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난해한, 또다른 시각으로 보면 더없이 입체적인 느낌.

거울로 둘러 쌓인 방에 들어가있으면 수많은 거울이 끊임 없는 반사를 일으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이 작품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그것과 비슷했다.


책의 형식미니 예술적 성취니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도저히 언급할만한 깜냥이 못되고

재미로 따지자면 이야기의 재미를 즐길만한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장의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왜 이 문장을 여기에? 왜 이야기의 배치를 이렇게? 하며 

끊임 없이 작가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과정이 팬심을 가진 나로서는

꽤나 재미있는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그의 팬이 아니라면 이 책으로 팬이 되기는 힘들수도 있겠다는)


어쨌든 결론은 좋았다.

평소 내 취향대로 책을 골랐다면 혈흔이 낭자한 추리소설을 읽었을텐데

김영하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니 오히려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 남은 작품들도 부족하게나마 소화를 해볼 생각이다.




소설속의 인물들은 창조된다기 보다 모방된다. 어떤 인물은 작가 자신을, 작가의 아버지를, 옆집 아저씨를, 옛날 여자친구를 닮는다. 대부분의 인물은 작가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와 닮는다. 

p.96


소식을 하다보면 양이 줄어들 듯이 인간이라는 것도 만나지 않다보면 필요량이 감소한다. 물론 자기 연민은 금물이다. 가끔이야 달콤할지 몰라도 오래 하다보면 괴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기 연민은 에일리언처럼 숙주를 완전히 먹어치운다.

p.185


우리는 소설 속의 인물들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른다. 사실은 현실의 인물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p.2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보다 : 겨울 2020 소설 보다
이미상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는 소설 보다 겨울호가 겨울과 함께 찾아왔다. 

(괜히 이런 소릴 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 보다 겨울 2018년판은 2019년 2월에 출간되었다)

역시 계간 도서는 계절에 맞춰봐야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세 작품이 실려있는데 불행스러우면서도 다행히도

세 작가 모두 작품을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다.

취향에 맞는 작품을 건질 수 있을까 하는 설렘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번째 작품인 <여자가 지하철 할 때>는 너무 취향에 맞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젠더 갈등의 주소재로 쓰이는 에피소드들을 이리저리 얼기설기 엮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는 이같은 글에 공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주제 의식만을 위해 만들어진 소설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에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이해를 위해 다른 리뷰들을 찾아보았는데 대체로 여성 독자들에게 호평의 리뷰가 많은 편)


두번째 작품 임현 작가의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는 조금 난해한 면이 있었으나

그래도 크게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내 삶에서 거의 영향력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내 안에서의 볼륨을 높여가는 경험은

아마 대부분 겪어본 적이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메시지에 크게 감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이번 호의 보물찾기는 결국 마지막 코스에서 성공했다.

마지막 작품인 전하영 작가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가 그 주인공인 셈.

어찌 보면 내가 혹평을 한 첫번째 작품과 전하는 메시지는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이야기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메시지의 설득력이 강해지는 것 같다.

나보다 먼저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에 대한 동경도 재미난 공감 포인트였다.




각기 다른 주제 의식과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세 작품을 

매번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에는 감사를 표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심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염치 불구하고 아쉬움을 말하자면 세 작품이 너무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겨울호라고 해서 꼭 눈사람 이야기를 하고, 첫 눈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 원하는게 아니다.

세 작가가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던가 아니면

하나의 사물, 혹은 공통적인 감정이라도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성이 전혀 다른 세 작품을 통해 내 취향에 맞는 작품 하나 혹은 둘을 건져가는 재미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나 이왕이면 소설 보다를 통해 하나의 컨셉이나 계절감을 떠올릴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자꾸 생긴다.

지금은 어떤 호에 무슨 작품이 실렸는지를 기억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니...

핸드북 사이즈로 계간 단행본의 출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도전이지만

앞으로 소설 보다 시리즈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 몇 자를 전해보았다.

변화가 있든 없든 앞으로도 쭉 구매할 생각이지만. 




그러니까 사람들은 다들 비슷비슷하고, 아주 다르게 사는 것도 아니면서 누군가로부터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고. p.77


그 때는 뭐랄까, 단순히 그냥 그 '우리'라는 말 자체가 거슬렸다. 어쩐지 서운했고, 그 우리가 나는 아니라는 건가, 내가 속하지 못한 그 일인칭의 복수형이 아주 멀게만 들렸다. p.89


깨진 가로등을 올려다보았다. 열심히 쳐다보기만 하면 갑자기 빛이 번쩍하고 들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고개를 꺾고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깨진 것과 불이 나간 것은 상관이 있었던가. 유리가 깨져도 그 안에 전구가 살아있으면 불은 들어올 것이다.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