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오게 해준 것만으로도 기뻐’로, 일단 합격.
내일 하루만 미인이 된다고 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해서 성공한다면 조금 슬플 거 같아.
열차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나는 줄곧 당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그러나 지금은 여기 없는 사람, 지금 그와 지하철 창문에 비스듬히 머리를 누인 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아마도 나는 당신이 다리를 그렇게 크게 벌리고 앉는 모습도, 당신이 그렇게 껌을 씹는 모습도 훨씬 너그럽게 바라봤을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아무것도 없지만 낮과 밤이 있어서 가로등이 필요했던 때, 가로등은 지구와 함께 돌다 깜빡, 꺼지고다시 한바퀴 돌다 깜빡, 켜졌다. 나는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지구보다 더 큰 둘레를 그리며 돌고 있는 가로등의 운동을 상상했다. 지구의 원주와 가로등이 손끝으로 그려내는 원의 너비. 그리고 그 두 원의 너비 차가 만드는 사이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것은 나의 생일이었다. 청년은 "공칠이사……." 하고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비밀‘인지 ‘번호‘인지 모를 것을 기계에 눌러박았다. 청년이 나의 생일을 만지는 것을 나는 잠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