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시대 -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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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중시하는 시대이지만, 그만큼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서로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공감하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일까, 동물에게도 발견할 수 있을까.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이 들려주는 동물들의 공감 행동을 이 책《공감의 시대》를 통해 살펴본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란스 드 발. 네덜란드 태생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이다. 1977년 위트레흐트대학교에서 동물 행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첫 책《침팬지 폴리틱스》(1982)는 침팬지들의 권력 투쟁과 인간 정치인의 행동을 비교한 것으로, 그에게 큰 명성을 안겨주었다. 이후 공격성에서부터 도덕성과 감정에 이르기까지, 영장류 동물과 인간의 유사점을 찾는 연구를 계속 하여 수백 편의 논문을 <사이언스><네이처><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에 발표했다.《영장류의 평화 만들기》《보노보: 잊혀진 유인원》《내 안의 유인원》등의 저서들이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드 발은 세계적인 생물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의 역자가《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통섭의 식탁》등의 저자이자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인 최재천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옮긴이 서문을 통해 '공감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라는 표현을 접해본다. 역자가 이 책을 번역하며 깨달은 점이라고 하니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어나간다.

영장류학의 개척자 프란스 드 발은 침팬지에게서 우리가 가진 선한 면, 그중에서도 특히 공감 능력을 발견해낸다. 드 발 박사의 이 연구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우리의 능력이 인류의 기원에 이미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증거를 풍부하게 보여준다. <월스트리트 저널>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옮긴이 서문과 서문을 시작으로, 1장 '좌와 우의 생물학', 2장 '다른 다윈주의', 3장 '몸이 몸에게 하는 말', 4장 '역지사지', 5장 '방 안의 코끼리', 6장 '공평하게 합시다', 7장 '구부러진 나무'으로 이어지며,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등의 자료가 담겨있다.

생물학이 보통 이기적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를 정당화하도록 요구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공동체를 함께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도 제공한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접착제 역할이 우리에게 작용하는 것은 다른 많은 동물들과 똑같다. 다른 이들과 조화를 유지하고, 활동을 조율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 종에게만 제한된 것이 아니다. (13쪽_서문 中)


갖가지 다양한 연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지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든다. 저자와 역자의 전문성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깨닫는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저자가 큰 줄기에서 다양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일반인이 읽기에도 흥미롭게 진행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종에만 한정해서 생각하던 것을 영역을 확장시켜서 폭넓게 사색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프랑스 드 발은 동물들의 사회적 행동 연구를 통해 동물과 인간이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밀도록 사전에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침팬지는 맹수에게 다친 친구를 보살펴주고, 코끼리는 우울해하는 어린 코끼리에게 '안심시키는 그르렁 소리'를 들려주고, 돌고래는 아픈 동료가 익사하지 않게 수면 가까이 떠있도록 도와준다. 인간은 얼굴, 신체, 목소리에 자동적인 반응을 하며, 이 세상에 나온 첫날부터 공감을 시작한다. 드 발은 공감이 생존에 기여하는 진화적 가치를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정확한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기반 삼아 탐욕의 시대와 작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뒷표지 中)

 

'공정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분투 중인 우리 시대의 필독서'로 손색 없는 책이다. 특히 공감이 인간에게만 있다고 막연히 생각해온 사람들에게는 생각의 영역을 확장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일반인이 읽기에 부담없고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가 풍부해서, 읽으면서 새로이 알게 되는 지식이 많아진다.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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