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해냄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일은 이미 다른 날일 것이다, 아니 같은 날 속에 다른 그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끝나면 내일 나는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해야 달라질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페인 야간비행 - 정혜윤 여행산문집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작가는 필리핀 보홀에서 스페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홀에서 스페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연이었지만 자신을 위한 여행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여행이 새로운 자극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루한 순간도 있듯이 일상도 지루하기만한 것이 아니고 특별한 순간도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는 살고 싶은 삶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살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되고 싶은 나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에 못 미치는 내가 있다. 세속을 향하는 내가 있다. 영원을 향하는 내가 있다. 그 두 세계 사이의 왕복운동, 두 세계 사이의 여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고 보홀을 지루한 일상으로, 스페인을 특별한 순간으로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보홀도 특별한 순간이고, 스페인도 특별한 순간이다.

 

   보홀 여행에서는 보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페인 여행에서는 책으로 만난 작가나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하여 들려준다. 허구의 인물이든, 직접 만난 사람이든 작가는 그 사람들의 정수만 들려준다. 그걸 뇌로 이해하게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 작가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스페인 출신이나 스페인과 관련된 작가들과 작품들, 그들과 관련된 장소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여행 방법에 대하여 잠시 생각했다. 작가는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가장 사랑했다는 정원에 앉아 로르카의 창문도 쳐다보고 분수의 물소리를 듣기도 하고 그라나다 거리를 상상하기도 한다.

   문학작품을 읽다보면 작품 속에 나오는 장소, 작가와 관련된 곳을 찾아가서 뭔가를 느끼고 싶어진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서 흥분하기도 하고 상상을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소설을 읽고 그 작품의 배경 공간을 찾아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 황홀했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돌아와서 그 소설을 다시 읽었을 때 느낌은 예전과는 달랐다.

여행은 새롭게 존재하기를 부추긴다. 여행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새롭게 존재하기를 부추긴다.

 

   작가가 인용한 작품들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주제 사마라구의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와 페르난도 페소아의 페소아와 페소아들을 빌렸다. 70여개의 이명을 사용했던 페르난도 페소아. 작가는 리스본에서 페소아의 집을 찾아갔던 것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70여개의 이름은 70개의 정체성. 우리 안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여러 정체성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작가가 인용한 작품들도 읽고 싶지만 정혜윤 작가가 직접 쓴 글도 베껴 쓰고 싶다. 베껴 쓴다고 모두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베껴 쓰면서 다른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베껴 쓰는 동안 내 몸 어딘가에 새겨졌다가 나도 모르는 순간 툭 튀어나올 것 같다.

 

그렇지만 모든 사물은 본질적으로 다 낙하해. 루크레티우스가 알고 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어. 그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쏟아지는 원자들의 춤이라고 표현했어. 그렇게 낙하하다가 낙하를 방해하는 뭔가를 우연히 만나. 그렇게 해서 우리는 낙하를 멈추고 평행상태를 유지해. 이제 나는 너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 미스 양서류야, 우연히 나에게 부딪혀줘서 고마워. 나의 낙하를 방해해줘서 고마워. 나는 네가 없었다면, 미스 영장류가 없었다면 이만큼 안정되어 있지 못했을 거야. 너와 미스 영장류가 없었다면 나는 무엇이 진짜 안정인지 몰랐을 거야. 나는 토대가 뭔지도 몰랐을 거야. 우리의 토대는 말이야. 그것을 믿지 않으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것. 그래서 끝까지 충실하는 것 외에는 달리 뭘 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르는 것, 그것이 토대일 거야. 너희들을 믿지 않았다면 나는 손톱만큼도 날아오르지 못했을 거야. 미스 양서류야, 서로서로 부축하고 쌓아나가다가 높은 곳으로 떨어질 수 있도록 더 날아오르자꾸나!”

 

   우연히 부딪혀 나의 낙하를 방해해준 이 고맙다. 을 날개삼아 날아가는 중이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다. 비행을 멈출 때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겠지. 욕심을 내자면 책을 계속 날개 삼아 빛으로 휩싸인 채 어둠 속을 여행하는삶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페인 야간비행 - 정혜윤 여행산문집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정혜윤 작가는 책과 여행이라는 날개를 달고 비행중이다. 조만간 이야기꾼이라는 엔진을 달고 비상할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 오스틴 북클럽
커렌 조이 파울러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재작년에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읽고 나서 고른 《제인 오스틴 북클럽》

 

  봄부터 시작한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끝내고 더위가 막 시작될 무렵에 읽었다. 영화에서처럼 별다방은 아니었지만 커다란 창문 앞에 앉아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앞에 놓고 읽었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을 시작했을 때, 제인 오스틴 작품들을 읽었으니 이 책은 좀더 재미있고 깊게 읽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꿈만 야무졌다.

 

  북클럽에 모인 등장인물들이 토론하는 장면에서 나는 "이성과 감성"에 나온 인물인지, "노생거 사원"의 사건인지, "엠마"의 사건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읽은 책과 '북클럽'에 나오는 이름의 표기가 달라서 더 헷갈렸다. 낙담으로 시작된 읽기는 책에 집중할 수 없었고 빨리 끝내고 싶어졌다. 사실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다 읽었을 때도 작품 이해에 대한 뿌듯함 보다는 계획대로 끝냈다는 성취감이 먼저였다. 나는 아직 멀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다.

  책을 다 읽고 영화 '제인오스틴 북클럽'을 봤다. 책보다는 재미었고, 감독의 코멘터리가 제인 오스틴을 좀더 알게 해 주었다.

 

  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주말, 스탠드 불빛에 어울리는 게 뭐가 있을까 싶어 뒤적거리다가 영화 '제인오스틴 북클럽'을 다시 봤고, 내친김에 책까지 다시 읽었다. 다시본 영화는 가벼웠고, 다시 읽은 책에서는 인물들 각자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제인오스틴 작품들을 계기로 모인 사람들의 삶과 사랑.

  책에서는 인물들의 성장기를  보여주지만, 영화에서는 현재의 삶에 좀더 집중한다. 또 제인오스틴 작품을 토론하는 장면은 책이 훨씬 자세하다.

  조슬린과 버나데트는 책에서의 역활이 영화에서는 바뀐다. 책에서는 프루디를 우연히 만나는 인물이 조슬린인데 영화에서는 버나데트이다. 또 북클럽 만드는데 적극적인 인물도 책에서는 조슬린이지만 영화에서는 버나데트이다.

 

  영화에서 버나데트는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프루디를, 조슬린는 세미나가는 길에 만난 그리그를 북클럽에 초대한다. 그렇게 모인 여섯 명은 여섯 달 동안 한 달에 한 권씩 오스틴의 작품을 읽고 토론한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의 삶이 전개된다.

 

  다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좀더 집중해서 읽고 기억하고 있다면 영화 속 인물들의 삶과 사랑을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설득'의 내용과 비교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이번엔 동네에서 이런 북클럽을 하고 싶어졌다.  반상회처럼 대대적인 모임이 아니라 이 책처럼 5,6명 정도 모여서 서로의 독서 취향도 이야기하고,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들도 이야기하고, 같은 책도 읽고..... 그러면서 사는 이야기도 하는 그런 북클럽을 하고 싶어졌다. 책을 안 읽어도 부담없이 앉아서 들을 수 있고, 나와는 다른 의견이라도 귀담아 들어주고..... 내가 참여했던 북클럽은 이걸 할 수 없었다. 몇몇의 강력한 의견 제시와 토론에 기가 죽어 자기 생각은 말하지 못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이렇게 힘들고 긴장되는 북클럽 말고 정말 편하게 만나서 긴장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북클럽,거기에 인상좋고 마음좋은 쉐프가 하는 심야식당이 동네에 생긴다면 금상첨화일텐데..ㅋㅋㅋ

 

  낮에는 텅비고 밤에는 적막한 동네에서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이 허한 퇴근길, 이유없이 허전하고 서러움이 밀려올 때, 쓸쓸할 때, 겨울에 다녔던 곳들이 떠오른다.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스민다.

그래 괜찮아, 괜찮아!!

그런 추억도 없었다면 .....

이래서 다들 여행을 가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