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숲의 비밀 매트 헤이그 걸작선
매트 헤이그 지음, 박현주 옮김, 이진서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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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의 생일 날, 부모님은 깜짝 선물을 보여준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나선다. 하지만 오빠 새뮤얼은 옆에서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는 마사가 싫어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지만 오늘은 마사의 생일이라 참을수밖에 없다. 부모님은 지도를 가지고 서로 다투고 새뮤얼은 창밖 풍경만 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트럭 뒤에 실려져있던 통나무가 새뮤얼이 탄 차 쪽으로 굴러오는걸 목격하고, 얼른 아빠에게 차를 멈추라고 하지만 부모님은 말을 듣질 않는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지만 이미 통나무는 차를 덮친 후 였다. 그렇게 새뮤얼과 마사는 부모님을 여의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좀 충격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남매를 엄마와 쌍둥이인 에다 이모가 거두게 된다. 한번도 남매를 보러오지 않는 이모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데, 새뮤얼은 턱에 수염이 나고 괴상한 옷을 입고 있는 이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고 이후로 말을 잃어버린 마사는 좋고 싫은 표현도 하지 않는다. 모든게 낯선 노르웨이에서 살게된 새뮤얼은 에다 이모가 알려준 규칙, 그중에서도 숲엔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규칙을 듣게 되지만 오히려 더 큰 호기심만 생길 뿐이다. 

또 헨리 이모부의 실종에 관한 이야기와 풀밭에서 만난 소름끼치는 고양이, 처음 와본 이모의 집 안이 낯익은 느낌 등 이상한 일을 겪게 된다. 그림자 숲 으로 불리우는 이상한 숲. 온갖 괴물이 살며 한번 들어가면 아무도 나올수 없는 곳. 그런데 그 곳을 마사가 들어가게 되고, 동생을 구하러 새뮤얼이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항상 숲을 두렵게 느꼈던 이모 또한 용기를 내어 남매를 찾아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서 맞닥뜨리는 사건과 모험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목숨을 위협받는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며 사이도 더 돈독해지고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게 된다. 충격적인 부모님의 사고를 딛고 마음을 닫았던 아이들이 새로워지는걸 보며 왠지 가슴이 따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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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허에 떨어진 꽃잎 VivaVivo (비바비보) 3
카롤린 필립스 지음, 유혜자 옮김 / 뜨인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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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지만 독일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독일인으로 살아온 레아. 금발머리의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과는 달리 머리도 까맣고 눈도 작은 레아는 자신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항상 받아왔었다. 인종차별을 당해왔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사랑때문에 잘 살아왔었다. 중국에 대한 기사를 쓰기 전까지는.  

진시황의 병마용 전시회를 통해 중국 문화의 대단함과 호기심을 갖게 된 레아는 기사가 큰 호응을 얻으며 편집장 자리까지 맡게 된다. 하지만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이상한 행동이 마음에 걸리고, 부모님이 숨기는게 뭔지 궁금해했다. 거기다 루카가 중국의 '1가정 1자녀 정책' 기사를 써서 보여주며 그 과정에서 한해 6만여명의 여아가 강에 버려지고 매장된다는걸 알려준다.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만 그게 사실임을 알게되고, 오래전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며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레아는 고아원에서 합법적으로 입양된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낯선 외국인에게 전해준 친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슬픔은 레아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만나서 따져보고 싶었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에게 줄 만큼 사랑하지 않았느냐고,날 잊고 살았냐고. 그래서 레아는 부모님과 함께 중국으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가게 된다. 부모님은 레아가 실망하게 될까봐 걱정을 했지만 레아의 결심은 확고하다.  

그곳에서 리씨라는 중국인의 도움을 받아 쉽게 부모님을 찾게 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레아를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대화조차 하려하지 않았다. 반면 어머니는 레아를 보며 울고 이름을 부른다. 그 모습에 레아는 거칠게 따지지도,분노를 표출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용서하지도 않는다.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과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는 듯, 얼른 독일로 가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리씨 가족의 조언으로 다시 한번 어머니를 만나게 되는데 생각하지 않았던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할 정도로 끔찍한 일을 알게되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잡지 못하는 레아. 하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어머니와 나란히 서서 꽃잎을 강에 뿌리며 마음의 안정을 취한다.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용서하라는 말을 레아는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레아는 중국인이지만 독일 언어를 쓰고 독일 문화속에서 살고 있다. 중국어를 배우려 하지 않았지만 아마 이 기회를 빌어 달라질 것 같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운건 레아의 행동이다. 좀 더 적극적이고 어른스러운 행동을 할순 없었을까? 물론 예민한 10대 소녀이고 출생의 비밀에 괴로울테지만, 투정만 부리는 아이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성이 좀 단조로워서 주인공의 모습이 더 아쉬웠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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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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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이는 자신을 '고장난 신호등' 이라고 말한다. 엄마와 아빠는 가운데에서 어쩔줄 몰라 하는 자신을 보지 못한채 싸우고 언성을 높인다. 엄마가 일을 한 후로 집안엔 냉기가 흘렀고 부모님은 서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 가운데에서 호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나 여기 있어요" 라고 온 몸으로 말하지만 부모님은 모르는 것 같다.

호진이는 엄마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라면을 먹은 후 설거지를 하지 않는데, 일에 지친 엄마는 호진이의 마음도 모른채 나무라게 된다. 그런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야속한 마음이 든 호진이는 말대꾸를 했고, 이 모습을 본 아빠는 호진이의 뺨을 때리게 된다. 그러자 이번엔 엄마가 아빠에게 화를 내며 그렇게 또 싸움은 시작된다.  

  

부모님이 싸움끝에 '이혼하자'라는 얘기가 나오자 호진이는 큰 충격을 받고 집을 나가기로 한다. 방바닥의 머리카락 만큼도 나한테 신경 쓰지 않는 엄마 아빠를 놀라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괜찮다. 걱정하게 할수 있다면 더 좋다. 후회하게 할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 라는 생각을 하며 벌인 가출. 거기에 보태 부모님이 싫어하는 삼촌한테로 간다.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싶고 자신의 기분도 알아달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렇게 갑작스레 집을 떠나 삼촌을 만나러 광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삼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려고 했고,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호진이가 얼떨결에 참가하게 된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모임의 명칭은 '여자친구'로 '여행하는 자전거 친구'의 줄임말 이었다. 자전거로 12일을,무려1100km를 달리는 코스! 가출치고는 건전하지만 몸은 더 고될 것이다. 

모임엔 외국인 커플부터 삼촌의 친구들, 학생, 성인 등등 십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13살 호진이가 막내였고, 자신의 의지로 참가한게 아닌지라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페달 구르는 방법으로 오르막길을, 브레이크 잡는 법을 배우면서 내리막길을 자연스게 여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달라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같이 밥먹고 웃기도 하고 지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타인과의 관계를 배우게 된다. 아름다운 경관은 보너스로 얻었다.

오르막길에서 지옥을 경험하고 내리막길에서 천국을 맛보는 여행길. 흘린 땀만큼 몸과 마음은 가뿐해지고 밥은 꿀맛이다. 자전거 여행은 집,학교,학원밖에 몰랐던 호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게해줬다.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수다,동료애,마음을 터놓은 경험은 항상 꽉 막혀있고 답답했던 마음을 씻어주었다.  날이 갈수록 온 몸은 뻐근해지고 관절은 녹슨 로봇처럼 삐걱삐걱 거렸지만 마음만큼은 청량해졌다.   

여행 중 틈틈이 부모님께 전화를 하는데 처음엔 부모님의 반응이 예상대로 였고, 관계 또한 변한게 없었다. 아빠는 얼른 들어오라고 소리치고, 엄마도 아빠와 화해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떠나기 전과 똑같은 집이라면 돌아가기 싫다. 떠나기 전과 똑같은 엄마 아빠라면 만나기 싫다. 이렇게 멀리 떠나 헤매는 것도 그것 때문인데 아무 일 없었다는듯 돌아오라고? 돌아가고 싶을만큼 그리운 건 하나도 없다 라고 생각하는 호진이가 참으로 안쓰러웠다. 그리운게 하나도 없을만큼 호진이가 받은 상처는 많이 컸던가 보다.

하지만 한뼘 자란 호진이의 마음은 부모님께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터놓게 했고, 두 분을 화해시킬 기막힌 계획도 만들어냈다. 부모님 또한 호진이의 부탁을 기꺼이 들어줄만큼 마음의 여유를 찾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부모님을 놀라게 해주고 관심받고 싶어서 시작한 가출이 나쁜 결과를 준게 아니라 가족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부모님때문에 자신이 피해입고 힘들다고 생각했던 호진이가 엄마와 아빠도 나 못지않게 힘들다는걸 깨닫게 됐으니까. 그러고보면 어른들이 볼때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놀기만 하는 삼촌이 이번에 큰 역할을 해줬다. 자전거 여행이 없었다면 호진이와 가족은 서로를 더 힘들게 했을 테니까. 만약 삼촌이 집을 나온 호진이를 닥달하고 혼내기만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호진이가 부모님과 만나는 날, 더이상 호진이는 '고장난 신호등'이 아닐것이다. 반짝 반짝 빛을 내뿜고 자신의 존재를 한껏 눈부시게 보여주는 호진이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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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된 철학교수
프랭크 맥클러스키 지음, 이종철 옮김 / 북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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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논하던 대학교수가 강의실을 나서자마자 불을 끄고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이 된다. 이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진 이는 프랭크 맥클러스키 교수이다. 마호팩 펄스라는 작은 마을의 소방서에 지원한 교수는 지원서를 낸지 10년만에 대원이 되었다. 처음엔 지원서를 내고 연락이 없어 불합격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누군가 지원서를 분실해버렸던 것. 인연이 없을줄 알았던 소방관이 10년뒤 우연히 맺어지게 되었고 그는 무려 12년 동안 펄스 소방서에서 대원들과 함께 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대원 대부분이 이 마을에서 자랐고 일종의 폐쇄된 사회였다. 그래서 그는 이방인,풋내기,신참내기에 불과했고 조금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뤄야했다. 남자들만의 방식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프랭크는 몇번이나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 버텼고 그들의 신뢰를 얻어냈다.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면서 평생 신뢰할수 있는 동료를 얻게 된 것이다.  

교수와 소방관, 다르지만 같은 깨달음을 주는 두 직업을 함께 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랭크는 철학을 토론하기만 했던 삶보다, 불 속으로 뛰어든 삶에서 더 많은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기 시작했고, 잊고있던 사소한 경험과 즐거움에 가치를 두었다. 둘 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을 던져야 하는 점이 같다고 말하는 프랭크 교수. 또 철학과 소방관 세계에서 '어림짐작'은 금물이라고 한다. 촌각을 다투는 사고 현장에서 정확한 판단만이 생명을 구할수 있기 때문이고, 철학에서의 어림짐작은 위험한 결론을 낼수 있어서다.  

프랭크는 펄스 소방서 대원들과 함께 한 다양한 구조 현장과 그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인 철학과 연결지어서 얻어낸 깨달음을 적는데, 개인적으론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어 보였다.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겪은 이야기가 더 생동감있게 느껴졌고 그걸로도 충분히 많은걸 생각할수 있게 해줬다. 굳이 철학적인 사족을 덧씌우지 않아도 말이다.  

소방관으로 재직하면서 벌어진 다양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중에서 소방관들은 평소 자신의 집을 잘 정돈하려고 애쓴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 이유가 새벽 4시에 누가 와서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란다. 자신들이 불행과 재난이 펼쳐진 집을 많이 보기 때문이라니 이것도 직업병인걸까?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긴 한다. 혹시 언제 응급실을 갈지 모르니 평소에 속옷,옷을 단정히 입어야겠단 그런 생각.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지금 하는 것 외에 말이다. 프랭크는 교수라는 직업을 사랑하지만, 또 한편으론 소방관으로서의 삶도 동경했고 좋아했다. 그리고 말로 그친게 아니라 진짜 소방관으로 일하게 됐다. 처음 훈련할땐 다리가 후들거리고 겁먹었던 그가 구급차를 몰기도 하고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는 반납한채 그 일을 말 그대로 즐겼다. 멋진 동료를 얻었고 또 다른 철학을 배웠다. 자신이 하고자하는 바를 이룬 그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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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자 - 어느 교도관의 첫 사형 집행기
김영옥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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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형제도를 주제로 한 한국영화가 등장했다. 조재현,윤계상 주연의 [집행자]로, 사형수의 입장이 아닌 집행관의 시선으로 바라봐서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 작품의 시나리오를 쓴 김영옥 작가가 소설로 다시 엮어낸게 이 책인데 영화와 결말이 다르다고 해서 보게 됐다. 

신참 교도관이 된 재경은 솔직히 교도관이 어떤 직업인지 잘 모르고 들어간 경우다. 취업이 힘든 요즘, 교도관도 공무원이고 경쟁률이 다른 시험보다 적다는게 응모한 이유였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교도관이 된 것이다.  

그런 재경이 교도관으로서 첫 출근을 하게됐다. 각종 흉악범죄를 저지른 재소자와 사형수들이 있는 그곳은 예상보다 훨씬 어두운 곳 이었다. 더구나 선배 교도관 배종호는 재소자들을 쓰레기 취급했다. 재경은 선배의 거칠고 무서운 조언에 어안이 벙벙하고 납득하기 힘들어 한다. 하지만 선배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게된다. 이곳에선 자칫 주의를 방심하게 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수도 있는 교도소라는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감옥에 갇힌다고 재소자들이 순한 양이 되겠는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세상에 대한 분노, 갇혀있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어떻게든 방출해내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대상이 바로 교도관이 된다. 감옥안에서 만날수 있는 민간인(?)은 교도관 뿐 이니까 말이다. 온갖 폭력과 시비,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 바로 교도관 이었고, 이런 모습을 보는 재경의 마음은 어지럽기만 하다.  

반면 왕고참 김교위는 모범수와 장기를 두면서 배종호와는 달리 차분하고 친근하다. 재소자를 쓰레기가 아닌, 한 인간으로 대한다. 과거에 흉악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말이다. 그런 모습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오랜 세월 보면서 교화되는걸 알게되면 그럴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모범수 이성환처럼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사람과는 마음을 터놓을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12년만에 사형집행 공문이 내려오며 교도소는 술렁이게 된다. 그 명단엔 이성환도 포함되어 있어 김교위의 마음은 괴로워진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집행해야하는 재경도 마찬가지 심정이다. 교도관으로 지내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심적인 괴로움을 토로하는 재경의 모습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그의 영혼이 서서히 파괴되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것 같아서다.  

아무리 법집행 이라 하더라도, 내 손으로 죽이는게 아니라 하더라도, 극악무도한 살인자라 할지라도 누군가를 죽이는데 개입하는건 큰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방금전까지 숨을 쉬고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의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걸 봐야만 했던 교도관들. 재경의 여자친구가 낙태를 하는 장면과 겹치며 '살인'의 끔찍함을 보여준다. 사형집행은 무고한 사람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 밖엔 되지 않는다. 인간의 심장이 차갑다면 모를까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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