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 - 어느 교도관의 첫 사형 집행기
김영옥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최근 사형제도를 주제로 한 한국영화가 등장했다. 조재현,윤계상 주연의 [집행자]로, 사형수의 입장이 아닌 집행관의 시선으로 바라봐서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 작품의 시나리오를 쓴 김영옥 작가가 소설로 다시 엮어낸게 이 책인데 영화와 결말이 다르다고 해서 보게 됐다. 

신참 교도관이 된 재경은 솔직히 교도관이 어떤 직업인지 잘 모르고 들어간 경우다. 취업이 힘든 요즘, 교도관도 공무원이고 경쟁률이 다른 시험보다 적다는게 응모한 이유였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교도관이 된 것이다.  

그런 재경이 교도관으로서 첫 출근을 하게됐다. 각종 흉악범죄를 저지른 재소자와 사형수들이 있는 그곳은 예상보다 훨씬 어두운 곳 이었다. 더구나 선배 교도관 배종호는 재소자들을 쓰레기 취급했다. 재경은 선배의 거칠고 무서운 조언에 어안이 벙벙하고 납득하기 힘들어 한다. 하지만 선배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게된다. 이곳에선 자칫 주의를 방심하게 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수도 있는 교도소라는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감옥에 갇힌다고 재소자들이 순한 양이 되겠는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세상에 대한 분노, 갇혀있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어떻게든 방출해내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대상이 바로 교도관이 된다. 감옥안에서 만날수 있는 민간인(?)은 교도관 뿐 이니까 말이다. 온갖 폭력과 시비,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 바로 교도관 이었고, 이런 모습을 보는 재경의 마음은 어지럽기만 하다.  

반면 왕고참 김교위는 모범수와 장기를 두면서 배종호와는 달리 차분하고 친근하다. 재소자를 쓰레기가 아닌, 한 인간으로 대한다. 과거에 흉악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말이다. 그런 모습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오랜 세월 보면서 교화되는걸 알게되면 그럴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모범수 이성환처럼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사람과는 마음을 터놓을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12년만에 사형집행 공문이 내려오며 교도소는 술렁이게 된다. 그 명단엔 이성환도 포함되어 있어 김교위의 마음은 괴로워진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집행해야하는 재경도 마찬가지 심정이다. 교도관으로 지내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심적인 괴로움을 토로하는 재경의 모습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그의 영혼이 서서히 파괴되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것 같아서다.  

아무리 법집행 이라 하더라도, 내 손으로 죽이는게 아니라 하더라도, 극악무도한 살인자라 할지라도 누군가를 죽이는데 개입하는건 큰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방금전까지 숨을 쉬고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의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걸 봐야만 했던 교도관들. 재경의 여자친구가 낙태를 하는 장면과 겹치며 '살인'의 끔찍함을 보여준다. 사형집행은 무고한 사람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 밖엔 되지 않는다. 인간의 심장이 차갑다면 모를까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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