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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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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을 저지르는 놈만큼 멍청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자식을 사랑한다면 인생,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냐고. 일시적인 욕망에 휩쓸려 한눈을 팔다가 일껏 이룩해 놓은 가정을 파괴하다니, 그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 어디 있을까...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거야.'


- 조금은 모자라지만 착한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는 와타나베.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가로, '한석규' 주연의 [뿌리깊은 나무], 아니아니 [백야행_白夜行]의 원작자이며 현재 일본추리작가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릴러 <새벽 거리에서>!

일단 줄거리를 짧게 요약해 보자면, 주인공 '와타나베'는 건설 회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지극히 평범하고 모범적이고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 남자다. 어느날 '아키하'라는 여사원이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첫인상은 그저 단정한 옷차림에 안경 쓴 여자정도로만 인식했기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가 며칠후 회사 밖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되고 그날 묘한 감정이 싹 트더니만 이후 그녀와 얽힌 사소한 일들이 거듭되면서 희미하게 피어올랐던 연애의 감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으니 마침내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의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한 남자가 와타나베를 찾아오는데 그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로 아키하를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다...

자, '불륜'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마당에 '살인'사건이라니!! 알콩달콩 달콤(...)했던 불륜 이야기가 바야흐로 살벌해지는 순간인데,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멜로스릴러에 더 가까운 이 작품에 '일본 미스터리의 제왕'으로 불린다는 작가는 살인사건과 용의자, 그리고 형사까지 등장시킨 미스터리 요소를 주입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불륜과 살인이라는 두 가지 '사건'의 결말을 궁금하게 하면서 저마다의 만족스러운 또는 납득할만한 결말을 상상해 보게 만드는데, 그 와중에 부인과 애인 사이에서, 천륜과 불륜 사이에서 위태위태/ 아슬아슬/ 불안불안한 줄타기를 하며 재주를 넘는 와타나베의 심경 변화와 그에 따른 애정 행각을 보고 있노라면 나 역시도 "불륜을 저지르는 놈만큼 멍청이는 없다. 아내와 자식을 사랑한다면 인생,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졌음을 자부함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에서 '아, 나도 한번쯤은 불륜을 저지르고 싶다...'는 부도덕한 생각이 드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으니 주인공뿐 아니라 독자의 마음까지도 자신의 의지대로 가지고 노는 작가의 글솜씨가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불륜을 저지르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결혼을 해야한단 말이더냐!...
(가만, 반드시 내가 기혼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놀라운 속도감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동안 "히가시노~", "히가시노~"하던 세간의 명성이 과연 '헛된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의 명성을 이룩해준 <비밀>과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대표되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등에 대한 관심마저 "어쩔 수 없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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