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14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와시타 대학과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했습니다.
1922년 해리 푸 스미스 부인이라는 필명으로 첫 단편 소설집을 출간했고,
이후 1000여 편의 단편 소설과 여러 편의 장편 소설을 썼습니다.
1934년 첫 소설 "그녀의 악마"를 출판하고, "손으로 만든 무지개"를 썼으며
1937년과 1938년 두 편의 추리소설 <리슐리외 호텔 살인>,
"돌아올 길이 없다"를 발표했으나 몇 년 뒤
투병 끝에 사망한 까닭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2013년과 2016년에 두 작품이 다시 세상에 나오며 조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리슐리외 호텔 살인>을 보겠습니다.
독신녀 애들레이드 애덤스는 리슐리외 호텔의 장기 투숙객입니다.
리슐리외 호텔은 이름만 거창하고 장기 투숙객들은
몇 년째 같은 객실에서 묵는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들입니다.
직원들도 대부분 호텔의 오랜 식구들이지요.
호텔 주인인 소피 스콧은 곧 환갑이 되는데
15살 연하의 시릴 팬처와 결혼한 뒤로는 조금 변했습니다.
호텔 투숙객들은 대부분 로비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두 면 전체가 판유리로 되어 있어 항상 밝고 생기가 돌기 때문이죠.
애덤스는 세세한 일에 대한 기억력이 탁월한 데 자기 전 안경을 벗어서
침실 서랍에 넣고, 아침에 세수를 하자마자 안경을 꺼내기 때문에
안경집은 늘 넣어두는 서랍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호텔에 잠시 머무는 손님이며 최근에 온 남자인 제임스 리드가
어떻게 애덤스의 이름을 알며, 공공장소에는
거의 가져오지 않았던 안경집을 알아보며 돌려주려 했는지,
미스 애덤스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의아해하지 않았습니다.
어데어 모녀는 다른 사람들을 멀리 한 부류이고,
딸인 캐슬린 어데어는 누가 봐도 아름다운 외모에 젊은 사람인데도
정숙하며 아픈 엄마에게 헌신적으로 대합니다.
폴리 로슨은 얼마 전 호워드 워런과 결별을 했고,
좋은 집안 출신인 젊은 여성이지만 아침부터 술에 취한 것 같은 행동을 합니다.
그의 숙모 메리 로슨은 30대 후반의 미망인으로
3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을 아직 사랑하고 있으며
아름다웠고 형편도 넉넉하게 보입니다.
호워드 워런은 어머니로부터 상당한 양의 은행 주식을 상속받았고
은행에서 일하며 용모가 단정한 25살의 젊은이입니다.
스티브 랜싱은 이 호텔에 온 첫날부터 소동을 일으키는 바람둥이입니다.
시카고의 유명한 화장품 회사 영업 사원으로 외모가 좋고 태도도 근사했으며
자신이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저런 구실로 여자를 꼬시고 하루 이틀 정도 매달리다가
그 후에는 보란 듯이 그 여자를 차버리고 다음 대상에게 돌진합니다.
로티 모스비는 남편이 스포츠용품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제나 혼자서 점심을 먹습니다.
그녀는 천박한 향수를 즐기고 수다스럽고 저급한 젊은 여자입니다.
힐다 앤서니는 원래 이 도시에 이혼을 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이곳은 3개월만 거주하면 법적으로 갈라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녀는 30살의 뉴욕 출신으로 세 번 이혼하고 남편들로부터
거액의 위자료를 받은 것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성격입니다.
이혼을 한 뒤에도 보수적인 이 도시에 계속 남아 있는 이유가 의문입니다.
핑크니 닷지는 호텔의 야간 직원으로 투숙객의 호출 전화를 받거나
방의 열쇠를 건네주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그날은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앤서니 부인이 인조 속눈썹이 들어간 빨간색 철통을 잃어버렸다며
청소부 로라 할멈에게 따지자 이를 듣던 어데어 양이 찾아냅니다.
로티 모스비는 미스 애덤스에게 10달러를 빌려 경마도박을 해야 한다고 부탁합니다.
방에 들어와 창문 쪽을 봤더니 새로 온 웨이트리스 뒤를 따라가는 제임스 리드를 봅니다.
그리고 5층에 방이 있는 제임스 리드를 3층에서 만났는데
자신을 찾고 있었다며 안경집을 줍니다.
메리 로슨이 죽은 남편이 준 엄청나게 큰 구식 금반지를 끼지 않고 있길래
수리하러 보냈는지 물어봤더니 그녀는 당황해하며 그렇다고 합니다.
메리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니 그녀는 핼쑥하고 창백해 보입니다.
남편 존 로슨은 홀로 남은 아내에게 충분한 재산을 남겨
수입을 처리하기 위해 해마다 큰돈을 자선 재단에 기부하고 있기에
돈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인가 싶습니다.
거기에 호워드가 미스 애덤스에게 영화를 같이 보자고 권유합니다.
겉옷을 가지고 가려고 미스 애덤스는 4층의 자신의 스위트룸으로 갑니다.
복도의 불이 꺼져 있어 이상하다 생각하며 방문을 열였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몇 년간 지내왔기에 컴컴해도 방향을 찾을 수 있어
손으로 더듬어가며 조심히 들어갔습니다.
테이블이 원래 있어야 할 곳보다 멀리 있다는 느낌이 든 차에
미스 애덤스 손에 뭔가가 닿았습니다.
그 뭔가는 남자의 팔이고 어떤 물체가 얼굴을 스치는데 그것은 남자의 어깨입니다.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도 들립니다.
전기스탠드의 줄을 당겨 불을 켜서 피로 얼룩진 미스 애덤스의 손 위로
고개를 들어보니 제임스 리드가 양쪽 귀밑까지 목이 배인 채
샹들리에 십자 가지에 매여 있습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다른 사건을 발생하고, 미스 애덤스는 어떻게 될지,
<리슐리외 호텔 살인>에서 확인하세요.
독신녀 애들레이드 애덤스를 보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이 떠올랐습니다.
한마을에서 60년 이상 살았다는 미스 마플은 작고 뚱뚱한 편으로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즐기며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보통 탐정이라고 하면 사건 현장에 출동해서 증거를 수집하고
용의자를 심문하며 거짓을 밝혀내는데, 이 여인은 가만히 앉아서
사건을 해결하는 놀라운 탐정입니다.
미스 애덤스도 뜨개질을 좋아하는 노처녀라는 점에서 연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사건에 휘말리면서 미스 애덤스는 본의 아니게 액션 영화를 찍기도 해서
미스 마플과는 다른 적극적인 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느 섬뜩한 늦은 밤에 드레스도 입지 않고 가발도 쓰지 않은 채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려고 리슐리외 호텔 창문 처마에 거꾸로 매달리게 되라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그녀의 시점에서
'내가 알기만 했더라면'의 관점으로 전개되어
앞으로 나올 이야기의 기대감에 더욱 읽게 됩니다.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나이 든 독신녀가 결국 살인마의 정체도 밝히고,
답답했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잘 해결되며
중간에 나오는 힌트들도 잘 마무리되는 잘 쓴 추리소설입니다.
당시 출간되어 묻힌 작품이라서 아쉽지만
작가의 다른 추리소설을 읽어볼 결심이 생기는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