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 - 가장 민주적인 나라의 위선적 신분제
이저벨 윌커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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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뉴욕 타임스' 시카고 지국장으로 활약했습니다. 

미국 언론 역사상 퓰리처상을 받은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기도 합니다. 

첫 책 "다른 태양들의 온기"는 출간 이후 2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저술가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내셔널 휴머니티스 메달을 수여받았습니다. 

<카스트>는 출간 즉시 57주 연속 베스트셀러 순위를 유지했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 뽑은 올해의 책,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되었습니다. 

2021년 미국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빌린 논픽션으로 조사된 

<카스트>를 보겠습니다.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제3제국 시절에 찍힌, 유명한 흑백 사진이 있습니다. 

1936년 독일 함부르크의 한 조선소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100여 명의 근로자 모습이 담긴 사진입니다. 

그들은 총통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표시로 

오른팔을 뻗어 경례를 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혼자 다른 포즈를 취한 남성이 있는데, 

빨간 세모 안의 그 남자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가 손바닥을 쫙 편 채 허공에 팔을 뻗고 있지만, 

그는 홀로 팔짱을 끼고 있습니다. 그만이 경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시류에 맞서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의 동족이 보지 않기로 한 것을 그는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의 입장이라면 이렇게 행동했을까 믿고 싶지만 

모두가 란트메서처럼 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시대를 막론한 란트메서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카스트는 분열의 기반을 이루는 미국의 하부구조입니다. 

그것은 인간을 나누는 위계 구조로, 미국의 경우 

400년 된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잠재의식 속 규약입니다. 

카스트 체제는 인간의 가치를 미리 정해진 서열에 따라 

구축하는 인위적 구조물입니다. 

한쪽을 우월한 집단으로, 다른 한쪽을 열등한 집단으로 구별하기 위해 

2개의 특징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하나는 조상, 또 하나는 변하지 않는 신체적 특징입니다. 

카스트 체제는 엄격하고 때로는 자의적인 경계를 활용해 

서열화된 집단으로 사람들을 갈라놓아 구별한 다음, 

각자 지정된 위치를 지키게끔 만듭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카스트 체제는 나치 독일의 카스트 체제, 

인도의 카스트 체제, 인종에 기반을 둔 미국의 카스트 피라미드가 있습니다. 

이 체제가 유지되는 건, 지배 계급이 카스트가 경전이나 자연법칙에서 비롯된 

신성한 의지라고 강변하고, 문화 전반에 걸쳐 이를 강화하고 

대대로 전승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서구의 '구약성서'의 대홍수 끝에 살아남은 노아와 

그의 아들 셈, 함, 야벳은 모든 인류의 시조입니다. 

어느 날 포도주에 취한 노아가 장막 안에 벌거벗고 드러누웠는데 

가나안 백성의 선조가 될 함이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두 형제에게 이야기합니다. 

셈과 야벳은 장막 안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몸을 가렸고 얼굴을 돌렸습니다. 

술이 깬 노아는 함에게 격분해 그의 자손과 그 뒤를 이을 백성을 저주합니다. 

셈은 동쪽, 함은 남쪽, 야벳은 서쪽으로 향했고, 

야벳의 후손을 자처한 무리들은 자신들에게 이 이야기를 유리하게 해석합니다. 

1662년 버지니아주 의회의 법령은 노예인 흑인 여성의 자녀를 평생 노예로, 

이를 이어받은 그의 후손들까지도 재산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내키면 아무렇지 않게 흑인 여성들을 임신시켰고, 

그로 인해 더욱 부유해졌습니다. 

흑인의 자궁에서 나온 아이는 최하층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카스트를 분리한 다음, 사다리 상위 칸에 배정된 사람들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 

동족결혼을 합니다. 

1691년 버지니아는 흑인과 백인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한 

첫 번째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카스트가 가진 순수성에 대한 믿음과 하위 카스트로 인한 오염에 갖는 두려움으로 

하위 카스트들은 생활의 모든 부문에서 격리되어 

20세기에 들어선 이후까지 분리되었습니다. 

카스트 체제의 토대는 하위 카스트로, 그 위에 올라가는 

다른 모든 카스트가 의지하는 기초입니다. 

비인간화, 즉 인간성을 말살하는 작업은 

내집단과 대비되는 외집단을 날조해 내는 기본 요소입니다. 

집단을 비인간화하면 그 집단에 속한 개인까지 비인간화하기가 수월해집니다. 

감정을 가진 존재를 인위적으로 다른 이의 발밑으로 밀어 내리고, 

그들보다 재능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정해진 위치에 묶어두는 방법은 

폭력, 공포 수단을 동원해 그 존재가 저항의 의지 자체를 갖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법과 규약은 상위 카스트들이 타고난 우월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매트릭스" 영화에서 자신과 자신의 종족을 포로로 잡고 있는 

프로그램을 깨달은 한 남성이 지혜로운 여성 오라클과 상담을 합니다. 

그는 현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공원 벤치에 그녀와 같이 앉아 있습니다. 

오라클은 날아가는 새 떼와 수평선을 보며 말합니다. 

어느 순간 새들을 통제하는 프로그램이 작성되었고, 

나무와 바람, 일출과 일몰을 감시하는 프로그램도 있다고요. 

사방에서 프로그램이 돌아간다고요. 프로그램은 모르는 사이에 작동되고, 

임무에 완벽하게 조율되어 존재의 무인 조종 장치 속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다들 자기 할 일을 하는 거야.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을 하면 그 일이 보이지 않아.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지. (p. 57)


카스트 체제 역시 소리 없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매트릭스와 같습니다. 

카스트가 포악한 이유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해서입니다. 

노예제를 끝내기 위해 개인적인 파멸을 무릅쓴 노예제 폐지론자들부터 

짐 크로를 종식시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백인 민권운동가들, 

이를 불법화한 정치 지도자들까지, 이러한 사람들은 

우리의 잠재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도 이제 진실에 눈을 뜰 때입니다. 

카스트가 없는 세상은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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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똑똑해지는 생활문화 속 비하인드 스토리 EBS 알똑비 시리즈 4
EBS 오디오 콘텐츠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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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0개의 이야기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대부분이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도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제목을 보고 관심이 가는 내용을 골라 읽으면 상식이 넓어지고 생각이 다채로워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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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똑똑해지는 생활문화 속 비하인드 스토리 EBS 알똑비 시리즈 4
EBS 오디오 콘텐츠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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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똑똑해지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EBS 오디오 콘텐츠팀이 

새롭게 선보이는 스낵형 지식 콘텐츠로 평범한 

상식 뒤에 숨어 있는 놀라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생활문화 속에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 있을지 보겠습니다.



영어 이름으로 마이클, 존처럼 흔한 이름처럼 

대한민국 고유명사의 대표격인 '철수와 영희'의 이야기가 이 책에 있습니다. 

1948년 10월 5일 정부 수립 이후 처음 나온 교과서인 

초등 「국어 1-1」의 표지에 실리면서 철수와 영희는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교과서에 처음 등장한 철수와 영희는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운동화를 신고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1학년 교과서부터 

조금 성장한 모습인 6학년 교과서까지 국어, 바른생활, 산수, 사회 등 

여러 학년의 다양한 교과서에 1980년대 초까지 등장해 

1982년 제4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퇴장했습니다. 

처음 등장한 교과서에선 철수가 오빠고 영희가 동생이었지만 

철수와 영희가 가족 이상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통했는지 

1970~1980년대 국어 교과서에서는 둘이 친구 사이로 나옵니다.


아마추어는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랑의 신 아모르는 큐피드를 말합니다. 

아모르는 이후 라틴어에서 사랑을 뜻하게 되었고 미술작품을 

애인처럼 사랑한다고 해서 미술이나 음악 애호가를 아마추어라고 하다가 

이것이 스포츠나 취미 생활에까지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테니스에서 0점을 제로가 아닌 러브(Love)라고 하는데 

이것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테니스를 처음 고안한 나라로 추정되는 프랑스에서 0을 

알, 달걀을 뜻하는 뢰프로 사용했는데 이것이 영국으로 건너가 러브가 되었고, 

점수를 내지 못해 0점인 사람은 경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뛴다고 

믿고 힘을 내라는 응원의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화투의 원형은 일본의 카드게임 하나후다입니다. 

하나후다의 시작은 16세기로 당시 일본은 포르투갈과 무역을 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트럼프 카드가 일본에 전해집니다. 

그 후 일본에서 트럼프 카드를 이용한 도박이 성행하자 정부는 금지시키고 

사람들은 금지령을 피하기 위해 카드의 모양을 변형시키기 시작해 

하나후다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하나후다를 오늘날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있는데 

공예가 출신으로 그림 실력과 손재주가 뛰어났던 사업가 야마우치 후사지로입니다. 

그는 카드놀이의 사업성을 보고 1889년 「닌텐도 곳파이」라는 회사를 세워 

직접 그림을 그려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오늘날 마리오와 포켓몬스터 등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 닌텐도의 시작은 카드게임이었습니다.


담배는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이미 9세기에 잎담배 형태로 있었으며 

마야인과 아즈텍인은 종교 행사를 하거나 제사를 지낼 때 담배를 피웠습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담배를 에스파냐에 소개했고 

1558년 에스파냐에 처음 보급되면서 유럽 전체에 전해졌습니다. 

담배는 크림전쟁 때 군대에 배급되어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 세계로 퍼져갔습니다. 

담배는 광해군 때인 1616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유입 5년 만에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한때 담배가 상처를 치료하고 충치를 예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랑스에서 학자인 장 니코가 종기가 나은 것을 보고 

담배 성분을 니코틴이라 불렀고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는 

담배를 피우면 병이 옮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면 똑똑해지는 생활문화 속 비하인드 스토리>는 

일상과 풍습/인문사회/문학과 언어/예술과 패션/음식으로 나눠 

상식 뒤에 숨어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총 50개의 이야기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대부분이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도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제목을 보고 관심이 가는 내용을 골라 읽으면 상식이 넓어지고 

생각이 다채로워질 것입니다. 

생활문화 외에도 <EBS 알똑비 시리즈>의 역사, 과학, 경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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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세계
고요한 외 지음 / &(앤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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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2022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고요한 작가, 

2021년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에서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권여름 작가, 

2010년 장편소설 "제리"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혜나 작가,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나나"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류시은 작가, 

2005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2017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박생강 작가, 

2007년 문학수첩작가상을 받고 같은 해 제1회 창비 장편소설상을 받은 서유미 작가,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젤리피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조수경 작가, 

7명의 작가가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를 말합니다. <2의 세계>를 보겠습니다.



7명의 작가가 쓴 7편의 이야기 중에서 2편을 소개하겠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시험의 미래'는 구은열 교수가 

기밀이라는 출장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합니다. 

출장 제안을 받을 대도 이곳에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출제 본부에 도착하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지도 교수인 최리사가 종종 학기 중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서둘러 강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녀는 한 달도 넘는 시간이 지난 뒤 

당당하게 돌아오는 것을 보고 짐작은 했습니다. 

구은열 교수는 이를 수락했고 출제 본부에서 자신의 역할을 들었습니다. 

파이널 점독관으로 문제에 오탈자나 오류가 있지 않도록 

문제 전체를 읽어야 합니다. 

출제 팀에서도, 검토와 교정 팀에서도 점독을 수없이 하지만, 

파이널 검토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출제 위원들이 긴장이 풀어져 실수가 나온답니다. 

그래서 존재를 숨긴 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출제 팀의 시험지가 도착했고 오류가 발견되면 

그 문제는 사라진다며 어떤 흠결도 없도록 그에게 신신당부를 합니다. 

5초면 넉넉히 읽을 수 있는 문장도 점독을 하니 50초가 걸립니다. 

단순히 낭독만 하는 게 아니라 문두와 지문, 선택지 등에 오류가 없는지 

정신을 곤두세우며 점독을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고 오류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류가 발견되지 않자 점독의 시간은 더 지루해졌고 도망갈 수 있다면 

이곳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습니다. 

점독을 할 시험지의 마지막 장, 마지막 문제에서 드디어 뭔가 보였습니다. 

이제 시험지의 맨 끝 수고했습니다의 문장이 남았는데 

누가 거세게 문을 두드립니다. 

청소 아주머니가 건물 바루 뒷산에 산불이 났다며 얼른 대피하라고 합니다. 

구은열은 마무리를 하고 녹화 완료 버튼을 눌렀습니다. 

붉은색 교정 표시가 있는 시험지를 겨우 찾아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주차장 공터에 대피한 사람들 사이에 최리사가 보입니다. 

구은열은 건물의 층수를 세어봅니다. 

자신이 있는 8층이 끝이 아니라 10층까지 있습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다음이 있다면'은 구조조정으로 퇴사를 앞둔 시점에

 미진은 사촌을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본 사촌은 몇 달 전 횡단보도에서 세게 넘어졌고 잠시 기절을 했답니다. 

다행히 살아났고 반년 동안 그날의 사건을 돌아보며 

지금의 시간이 덤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다시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에 새롭게 시작한 일과 그만둔 것,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합니다. 

다음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일주일 뒤 사촌이 출근하던 길에 

갑자기 쓰러졌고 죽었다고 합니다. 

사촌의 부모와 가족들도 자기 자리에서 사촌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데, 

정작 미진은 사망 소식을 듣던 순간에 멈췄습니다. 

회사에서 나온 후로 방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습니다. 

가족들의 잔소리도 지쳐서 포기할 때쯤, 맥주가 먹고 싶어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나갔는데 그때 발견한 카페 구인광고를 보고 들어갔더니 

사장이 석 달만 일하면 된다고 합니다. 

카페를 접을 예정이고 손님도 몇 명 되지 않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고요. 

미진은 그날부터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카페에서 일을 합니다. 

사장 말대로 손님은 몇 명, 대부분 테이크아웃을 원해 매장은 항상 혼자입니다. 

하지만 카운터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카페에서 지내는 건 침대 위의 시간과는 다릅니다.




이루어지지 않는 두 사람의 모노레일이 돌고 돌아도 그 자리에 머문다는 '모노레일 찾기', 

지금 현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시험의 미래', 

링에서 싸우듯이 살아가지만 그 사람을 위해 잠깐씩 앉아 쉬어갈 구석자리가 되고픈 '코너스툴', 

최애와 차애가 등장하는 2차 세계를 상상하는 '2차 세계의 최애', 

현실의 1의 세계에서 2% 부족한 도플갱어 2명으로 이루어진 '2의 감옥', 

죽기 전 반년의 시간이 더 주어진 이유를 알고픈 '다음이 있다면', 

미래가 자신을 만난 '이야기 둘'까지 <2의 세계>엔 7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2'라는 주제로 글을 쓴 일곱 작가들은 저마다 다른 의미의 2를 부여했습니다. 

현실을 1로 다른 세계를 2로, 혹은 첫 번째를 1로 두 번째를 2로, 

2% 부족할 때의 음료 광고에서 도플갱어를, 다음 생이란 의미로 2를. 

저마다 다른 의미의 2이지만 이런 1과 2가 모여 모든 것이 되면, 

1과 2 사이엔 어떤 차이도 느껴지지 않게 됩니다. 

나에겐 어떤 '2'가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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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슐리외 호텔 살인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1
아니타 블랙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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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14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와시타 대학과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했습니다. 

1922년 해리 푸 스미스 부인이라는 필명으로 첫 단편 소설집을 출간했고, 

이후 1000여 편의 단편 소설과 여러 편의 장편 소설을 썼습니다. 

1934년 첫 소설 "그녀의 악마"를 출판하고, "손으로 만든 무지개"를 썼으며 

1937년과 1938년 두 편의 추리소설 <리슐리외 호텔 살인>, 

"돌아올 길이 없다"를 발표했으나 몇 년 뒤 

투병 끝에 사망한 까닭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2013년과 2016년에 두 작품이 다시 세상에 나오며 조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리슐리외 호텔 살인>을 보겠습니다.



독신녀 애들레이드 애덤스는 리슐리외 호텔의 장기 투숙객입니다. 

리슐리외 호텔은 이름만 거창하고 장기 투숙객들은 

몇 년째 같은 객실에서 묵는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들입니다. 

직원들도 대부분 호텔의 오랜 식구들이지요. 

호텔 주인인 소피 스콧은 곧 환갑이 되는데 

15살 연하의 시릴 팬처와 결혼한 뒤로는 조금 변했습니다. 

호텔 투숙객들은 대부분 로비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두 면 전체가 판유리로 되어 있어 항상 밝고 생기가 돌기 때문이죠. 

애덤스는 세세한 일에 대한 기억력이 탁월한 데 자기 전 안경을 벗어서 

침실 서랍에 넣고, 아침에 세수를 하자마자 안경을 꺼내기 때문에 

안경집은 늘 넣어두는 서랍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호텔에 잠시 머무는 손님이며 최근에 온 남자인 제임스 리드가 

어떻게 애덤스의 이름을 알며, 공공장소에는 

거의 가져오지 않았던 안경집을 알아보며 돌려주려 했는지, 

미스 애덤스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의아해하지 않았습니다. 

어데어 모녀는 다른 사람들을 멀리 한 부류이고, 

딸인 캐슬린 어데어는 누가 봐도 아름다운 외모에 젊은 사람인데도 

정숙하며 아픈 엄마에게 헌신적으로 대합니다. 

폴리 로슨은 얼마 전 호워드 워런과 결별을 했고, 

좋은 집안 출신인 젊은 여성이지만 아침부터 술에 취한 것 같은 행동을 합니다. 

그의 숙모 메리 로슨은 30대 후반의 미망인으로 

3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을 아직 사랑하고 있으며 

아름다웠고 형편도 넉넉하게 보입니다. 

호워드 워런은 어머니로부터 상당한 양의 은행 주식을 상속받았고 

은행에서 일하며 용모가 단정한 25살의 젊은이입니다. 

스티브 랜싱은 이 호텔에 온 첫날부터 소동을 일으키는 바람둥이입니다. 

시카고의 유명한 화장품 회사 영업 사원으로 외모가 좋고 태도도 근사했으며 

자신이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저런 구실로 여자를 꼬시고 하루 이틀 정도 매달리다가 

그 후에는 보란 듯이 그 여자를 차버리고 다음 대상에게 돌진합니다. 

로티 모스비는 남편이 스포츠용품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제나 혼자서 점심을 먹습니다. 

그녀는 천박한 향수를 즐기고 수다스럽고 저급한 젊은 여자입니다. 

힐다 앤서니는 원래 이 도시에 이혼을 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이곳은 3개월만 거주하면 법적으로 갈라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녀는 30살의 뉴욕 출신으로 세 번 이혼하고 남편들로부터 

거액의 위자료를 받은 것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성격입니다. 

이혼을 한 뒤에도 보수적인 이 도시에 계속 남아 있는 이유가 의문입니다. 

핑크니 닷지는 호텔의 야간 직원으로 투숙객의 호출 전화를 받거나 

방의 열쇠를 건네주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그날은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앤서니 부인이 인조 속눈썹이 들어간 빨간색 철통을 잃어버렸다며 

청소부 로라 할멈에게 따지자 이를 듣던 어데어 양이 찾아냅니다. 

로티 모스비는 미스 애덤스에게 10달러를 빌려 경마도박을 해야 한다고 부탁합니다. 

방에 들어와 창문 쪽을 봤더니 새로 온 웨이트리스 뒤를 따라가는 제임스 리드를 봅니다. 

그리고 5층에 방이 있는 제임스 리드를 3층에서 만났는데 

자신을 찾고 있었다며 안경집을 줍니다. 

메리 로슨이 죽은 남편이 준 엄청나게 큰 구식 금반지를 끼지 않고 있길래 

수리하러 보냈는지 물어봤더니 그녀는 당황해하며 그렇다고 합니다. 

메리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니 그녀는 핼쑥하고 창백해 보입니다. 

남편 존 로슨은 홀로 남은 아내에게 충분한 재산을 남겨 

수입을 처리하기 위해 해마다 큰돈을 자선 재단에 기부하고 있기에 

돈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인가 싶습니다. 

거기에 호워드가 미스 애덤스에게 영화를 같이 보자고 권유합니다. 

겉옷을 가지고 가려고 미스 애덤스는 4층의 자신의 스위트룸으로 갑니다. 

복도의 불이 꺼져 있어 이상하다 생각하며 방문을 열였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몇 년간 지내왔기에 컴컴해도 방향을 찾을 수 있어 

손으로 더듬어가며 조심히 들어갔습니다. 

테이블이 원래 있어야 할 곳보다 멀리 있다는 느낌이 든 차에 

미스 애덤스 손에 뭔가가 닿았습니다. 

그 뭔가는 남자의 팔이고 어떤 물체가 얼굴을 스치는데 그것은 남자의 어깨입니다.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도 들립니다. 

전기스탠드의 줄을 당겨 불을 켜서 피로 얼룩진 미스 애덤스의 손 위로 

고개를 들어보니 제임스 리드가 양쪽 귀밑까지 목이 배인 채 

샹들리에 십자 가지에 매여 있습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다른 사건을 발생하고, 미스 애덤스는 어떻게 될지, 

<리슐리외 호텔 살인>에서 확인하세요.




독신녀 애들레이드 애덤스를 보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이 떠올랐습니다. 

한마을에서 60년 이상 살았다는 미스 마플은 작고 뚱뚱한 편으로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즐기며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보통 탐정이라고 하면 사건 현장에 출동해서 증거를 수집하고 

용의자를 심문하며 거짓을 밝혀내는데, 이 여인은 가만히 앉아서 

사건을 해결하는 놀라운 탐정입니다. 

미스 애덤스도 뜨개질을 좋아하는 노처녀라는 점에서 연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사건에 휘말리면서 미스 애덤스는 본의 아니게 액션 영화를 찍기도 해서 

미스 마플과는 다른 적극적인 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느 섬뜩한 늦은 밤에 드레스도 입지 않고 가발도 쓰지 않은 채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려고 리슐리외 호텔 창문 처마에 거꾸로 매달리게 되라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그녀의 시점에서 

'내가 알기만 했더라면'의 관점으로 전개되어 

앞으로 나올 이야기의 기대감에 더욱 읽게 됩니다.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나이 든 독신녀가 결국 살인마의 정체도 밝히고, 

답답했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잘 해결되며 

중간에 나오는 힌트들도 잘 마무리되는 잘 쓴 추리소설입니다. 

당시 출간되어 묻힌 작품이라서 아쉽지만 

작가의 다른 추리소설을 읽어볼 결심이 생기는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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