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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평점 :
올해의 마스코트 시상식을 한다면? 아마도 1위는 푸바오가 아닐까요. sns를 중심으로 스타가 된 아기판다 푸바오. 사육사 할아버지의 애정속에서 천진하게 자란 귀염둥이 푸바오의 스토리는 많은 팬을 만들었고, 저도 그 중 하나인데요. 그러다 보니 동물과 인간의 교감에 평소 이상으로 흥미가 생겼고, 애묘가로서 커다란 고양이 퓨마의 이야기가 신경쓰여서 서평단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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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받아들기 전에는 사진 위주의 에세이라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저자를 경계하던 야생의 퓨마가 점차 가까워지고 나중에는 집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텍스트로 가득 찬 400페이지 이상의 책을 받아들었을 땐 조금은 당황스러웠어요. 사진은.. 귀여운 퓨마의 사진은? (사진이 아주 없지는 책 앞쪽에 어느 정도 있습니다.)
저자인 로라는 도심의 삶에 지쳐 볼리비아의 야생동물 생추어리에 자원봉사를 가게 됩니다. 정글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그곳은 밀매 현장 등에서 구조해 낸, 인간에 의해 고통받고 상처받은 야생동물들을 돕는 곳인데요. 도시에서만 살다가 정글 한 가운데에 떨어진 저자의 시선을 통해 열악한 환경이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푸세식 화장실에 지독한 악취, 들끓는 각종 벌레, 모기와 진드기 그리고 접시만한 타란튤라. 지독한 소음과 인간의 거처에 아무렇지도 않게 존재하는 원숭이 등 야생동물.
솔직히 저자가 첫날밤 보내고 바로 도망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참 신기하죠? 정글에서 겪는 상황들에 경악하고 도시 생활을 떠올리면서도, 정글과 동물들의 모습에서 경이와 신비를 느끼는 저자의 심정이 섬세하게 묘사됩니다. 그 문장들이 너무 예뻐서 쉽게 독서 메모를 할 수 있는 전자책이 아닌 것이 아쉬웠어요.
"새끼 재규어, 도벽이 있는 돼지, 열한 살짜리 아이. 그들이 친구가 되었다고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맹수, 퓨마 와이라와의 이야기는 예상한 것과 같았으나 그 이상으로 감동스러웠어요. 앞서 생추어리에 대해 설명했듯이, 와이라도 단순한 정글의 야생동물이 아닙니다. 어린시절 부모를 잃고 팔려가 좁은곳에 갇혀서 학대받은 어린 맹수. 구출하고 몇 년이 지났음에도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생추어리에서 머무는 가련한 공주님. 와이라를 두려워하면서도 매혹당한 저자와 퓨마 와이라의 교감과 치유는 절로 가슴을 울렸어요.
와이라가 메인이긴 하지만 생츄어리엔 많은 상처받은 동물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자원봉사자들 이야기도 좋았는데, 저자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정글 속 '고인물'이 되어가서 조금 웃겼습니다. 첫날엔 분명 푸세식 화장실에 경악하며 왕거미 보고 뛰쳐나왔는데, 고작 일주일만에 푸세식 변기에 앉아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뇌에 빠지는 경지에 달합니다.거미에겐 무려 이름까지 붙여주고요.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와이라의 행복에 안도하는 한 편, 로라는 종종 와이라를 만나고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퓨마의 수명을 검색해보니 8~13년이라던데. 그리고 다른 동물에 대해 더욱 연민하게 되었습니다. 인간들에 의해 자연이 파괴되고 동물들이 상처받고 있지만, 그 만큼 그들을 구하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중 한 명인 저자 로라의 마음속 그대로를 보여주는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심정에 공감하며 가슴이 따뜻해 졌어요.
동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강추 드리고요, 내 몸 하나 추스리기도 힘든 상황에서 동물들을 돕는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하게 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네이버 이북카페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