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고양이의 비밀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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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고양이의비밀 #무라카미하루키 #캣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하루키에세이클럽
책읽는 것도 좋고 고양이도 좋다. 고양이에 대한 책을 읽는 건 더 좋다. 게다가 하루키. 그가 빚어내는 픽션이 유리오르골같은 섬세함과 정제된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가 전면에 나선 에세이는 방망이깎는 장인의 거친 손을 더듬어 잡는 듯한 생생함과 고집스러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약간의 애정만 있다면 다소 '빈티지'스러운 말장난이나 특유의 위트는 역시 하루키스러운 부분이라며 너그러워진다.

이번에도 그의 에세이는 가볍고 재미있다. 그리고 계속 읽힌다. 소설보다 에세이가 낫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그랬던 것 같은데, 언제나 경이로운 사실이다. 전라로 집안일하는 주부라느니 모텔이름 고찰이라느니 고객불만 편지를 쓰는 법이라느니 살짝 외설적이거나 시답잖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데다가, 왠지 자신없는 말투지만 근성있게 웅얼웅얼, 누구도 캐묻지 않은 것에 대한 소심한 변명이나 설명을 덧붙이는 궁시렁쟁이가 있을 뿐인데 말이다.

그 비밀은 아마도 드물게 그가 정색하며 쓰는 문장, 혹은 역시 쓰려다 말고 눙치되 감정을 흘려둔 문장들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남녀관계나 나이먹음에 대해 말하다 말고 문득, 역시 일반론은 그만두어야겠다고 슬쩍 넘어갈 때. 백화점의 장애인 안내문구를 놓고 그 이면의 비정함과 둔감함에 (그로서는 매우 드물게도) 분노를 표할 때. 전집 간행문제로 자신과 불화한 당사자가 마음고생으로 자살했다는 사실을 굳이 밝히면서도 역시나 자신은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 명토박을 때. 그가 굳이 말하지 않고 에세이에 숨겨둔 것들은 그런 것들이다.

그의 문장을 조금 고쳐 말하자면, 아무리 작가라 해도 모두가 웃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불가능하고, 그 책임은 본인이 오롯이 짊어지고 살 일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겠다, 식으로 늘 조심스럽게 열어두는 방식의 태도를 견지하는 그가 이럴 때 보여주는 진지함과 날카로움은 서늘할 정도다. 그럼에도 말하자면 출산하는 고양이와 한밤중에 몇시간씩 마주하고 있던 때의 완전한 느낌, 그처럼 아름답고 성실한 묘사로 한순간이나마 그에 공감할 수 있게 해준 건 역시나 하루키여서 가능한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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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반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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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걸친 사회적 발언과 집필활동을 이어온 늙은 작가, 어렸을 적부터 머릿속을 떠난 적 없던 기이한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책을 결국 마지막 작업감으로 삼았다. 태평양전쟁에서 패퇴하기 전 천황을 살해하겠다는 농담같은 음모, 그 음모가 실행되기 직전 아버지의 익사.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만류와 자신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직면하려는 그것은 일본 현대사를 어떻게 해석할 건지, 그런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문제다.

이 복잡한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작가는 몇 개의 복잡한 프레임을 교묘하게 엮어두었다. 우선 굉장히 자전적인 내용이라, 사실상 소설 속 화자인 주인공은 거의 작가인 겐자부로와 동일한 편력과 역사를 가진 인물이다. 그리고 화자가 기어이 쓰기로 맘먹은 그 소설을 시작한 이후의 과정을 따라가는가 하면 이는 유사한 주제의 연극을 제작하는 과정과도 겹친다. 게다가 인터뷰 형식, 연극 형식, 영화 제작 그리고 손편지의 형식까지 다채롭게 빌린 구성까지, 다양한 관점과 입장을 끌어온다.

이야기는 그렇게 다양한 주제로 번져나가 풍요로워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역시 작가의 삶의 연장선에서 보았을 때는 제국주의와 역사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한 부분이 큰 줄기지 싶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허위를 고발하는 연극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계속 불화하는 현재의 일본인들, 고위 관직자와 정치인들과 우익세력들이 소환되는 장면이 반복되는 걸 봐도 역시나, 민족이니 국가니 하는 단어를 경계하는 그의 입장이 선명하다.

이 정도면 가히 사이드가 말한 '만년의 작업' 중 모범적이지 않을까. 과거의 스타일이나 메시지를 성숙시키거나 조화롭게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들보다 더 밀고 나가는 것. 더 실험적이고 치열하게 불화하는 것.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돌이켜보고, 가족과 인생을 작품에 녹여넣으며, 끝내는 '이런 글 조각 하나로 나는 나의 붕괴를 지탱해왔다' 고백한다. 그 붕괴는 마침내 오고야 말 것이나, 이 소설로 그 붕괴에 이르는 하나의 길은 환하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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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 실리콘밸리 구루가 말하는 사회관계망 시대의 지적 무기
재런 러니어 지음, 신동숙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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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개보다 매력적인 이유, 행동을 예측하거나 길들이기, 조종하기가 어렵다는 게 가장 크지 않을까. 저자는 책에서 줄곧 고양이의 비유를 들어 소셜미디어 사용자를 부추긴다. 고양이가 되라고. 나 역시 구글에서 일할 때 가장 꺼림직하던 부분 중 하나는 모든 사용자를 잠재적 소비자로 상정한 채, 광고주를 위해 잘 길들여진 상품으로 팔고 있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건 데이터 기반 마케팅이라거나 잠재고객 타겟팅이란 등의 세련된 단어로 표현되었지만 그 단어들은 언제나 광고주들을 향해 구애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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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페이스북 마케팅을 통해 영향을 미쳤던 일은 뚜렷한 분기점을 만들었다. 사실 개인정보 기반의 타겟팅이란 그 합법성 여부는 차치하고 기술적으로는 전혀 새롭지 않은 마케팅 방식이었던지라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이전 선정적인 음모론이나 기술거부 조류와는 차원이 다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니. 최근 페북 창업자 중 한명이 경고의 목소리를 낸 것이나 이 책의 저자인 '가상현실의 아버지' 재런 러니어 역시 줄곧 해당 사건을 환기하고 있는 점에서 그 충격을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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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도발적인 제목과는 달리 저자는 도 아니면 모 식의 접근을 하진 않는다. 소셜미디어는 담배처럼 백해무익한 무언가가 아니라 '납성분이 든 페인트'처럼 잘 개선해서 쓸 수 있는 거란 입장이다. 요컨대, 문제는 그들의 기술이 아니라 사업방식이다. 관심 유발과 '좋아요', 팔로워수만이 유통되는 세계에서는 점점 부작용이 만연할 수 밖에 없으니 아예 플랫폼 자체 사용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바꾸잔 거다. 플랫폼을 독점해 지대를 추구하는 소위 '공유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매우 적실한 포인트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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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의 폐해 10가지를 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고양이가 아닌 개가 되고 있다는 점일 거다. 잠재고객으로 예측이나 타겟팅의 대상이 되는 걸 넘어 행동 자체를 암암리에 수정당하는 것. 공짜로 즐긴다 생각하는 플랫폼 서비스에서 팔려나가는 건 사실 개별 유저들의 데이터, 그에 맞도록 커스텀된 콘텐트가 각기 주어지면서 사회적으로 공유가능한 맥락이 끊기고 경험이 파편화되는 현상은 이미 한국에도 도래했다. 자극적인 언사만 횡행하는 댓글창과 유튜브는 그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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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업에 계속 몸담은 입장에서 매우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몇가지 아쉬움도 보인다. 1) 저자는 소셜미디어의 문제라 말하지만, 페북을 제외한 구글이나 여타 IT기업들을 묶는 다른 단어가 필요해 보인다. 플랫폼을 공짜로 제공하되 광고수익에만 기댄다는 점에서 차라리 디지털광고기업이라고 하던가.(이 경우 우버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들이 제외되는 한계가..) 2) 이미 형성된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바꾸잔 건지, 그저 우리 모두 할 몫이다 따위 마무리는 너무 나이브하다. 이미 일국 차원의 제재가 어려울 정도로 커버린 기업들인데 좀더 구체적인 경로가 필요해 보인다. '노동으로서의 데이터(data as a labor)'란 개념은 매혹적이지만. 마지막으로, 제목이 대체 왜...원서 제목이 문제다. 이런 좋은 내용을 왜 'x가지 이유' 따위로 담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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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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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이 찰떡같이 뒤섞이는 배경 앞에서 시니컬하거나 천연덕스러운 유머가 번뜩인다. 한편씩 아껴읽을 만큼 여운이 짙고 농밀한 단편이란 점에선 레이먼드 카버가 떠오르는가 하면,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어느결엔가 진지하게 스며든다는 점에선 보르헤스가 떠오르니 원플러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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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산책 (봄꽃 에디션 한정 판매) - 식물세밀화가가 식물을 보는 방법
이소영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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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제 포트메리온 접시엔 왜 그렇게도 식물이 많이 그려져 있는지 궁금했더랬다. 게다가 요새 유행처럼 번지는 실내 장식그림엔 또 왜 그렇게도 풀떼기가 많이 그려져 있는지. 내눈엔 딱히 이쁘지도 않고 맥락없던 그림들이었다. 그런 그림들은 다소 상품화되긴 했다지만 기본적으로 식물세밀화에서 뻗어나간 것들이란다.

사진이나 영상이 주가 된 요즘 세상에도 여전히 식물 연구에 있어서 그림으로 된 묘사가 필요하단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또 다소 유쾌하기도 했다. 개체 단위의 특이성이나 개성을 지우고 종 단위의 보편성, 일반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한 작업이란 얘기다. 게다가, 씨앗에서부터 자라나 열매에 이르는 오랜 과정을 한장에 담기 위해서도 그림이 우월한 영역이 있었다.

영국이나 일본이 오랜 역사를 가진 식물애호국임을 알게 되고, 수백년이 넘은 아름드리 나무가 즐비한 정원이나 수목원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이 책의 또다른 덕목. 저자를 따라 알게 된 양치식물이니 공중식물이니, 소담한 자생식물들을 찾아보며 걷고 싶은 곳들이 생겼다. 그리고 두리안을 그린 세밀화를 갖고 싶어졌다. 두리안의 전생애를 포착하고 대표적인 특성을 잘 드러낸 세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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