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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13년 차 라디오 작가인 박애희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써내려간 에세이.
작가인 박애희는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돌아가신 후에도 어머니가 해주셨던 8년된 장아찌를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이 에세이를 썼다. 솔직히 에세이류의 책은 너무 감상적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의 감성에 취해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꾸려진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는 읽는데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나 읽다보니 글자 크기나 여백에 비해 생각보다 쉽게 쉽게 넘어가는 책이었고(아마 쉽게 쓰여진 글이고 무엇보다 공감이 많이 가서)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서에 대해서 다루었기 때문에 많이 끄덕이거나 눈물 지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자식은 작품이니, 딸의 작품은 자기에게는 손주와 마찬가지라는 시적인 표현을 하시며 늘 긍정적이고 소녀 같던 작가의 어머니는 투병 생활 중에도 언제나 딸을 챙겼고, 그런 어머니에 대한 후회와 미안함, 그리움과 애정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부모님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은 늘 자애롭고 친구같다기보다 엄격한 훈육자이자 교육자셨고, 그런 부모님의 냉정한 가르침과 교육방침 때문에 내 어린 시절은 무척 고달프고 힘들었다... 부모님과의 포옹이나 스킨십도 거의 없었고 있다면 체벌=_= 때? 잘한 걸 다독이고 힘든걸 위로해주신다기보다 못한걸 혼내시고 힘든걸 핀잔하셨기 때문에 부모님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덕분에 하나뿐인 동생과 내가 의기투합하는 소재는 거의 부모님 에 대한 원망-_-;;;과 탈출 욕구였었다.
세월이 흘러도 부모님의 그 훈육이 온건한 방식은 전혀 아니었다고 가족 모두가 동의하고 인정하고 있지만.. 적어도 그 의도만큼은 나쁜 것이 아니었다는걸 이해할 나이도 넘었고, 부모님도 많이 노쇄해지셨다 보니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덕분에 사이는 아주 많이 좋아졌고. 그래도 아직까지 어린 시절 워낙 엄격하셨던 교육 태도 덕분에 애교를 부린다거나 할 때는 일부 어색한 부분도 있곤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모님이 이제 연세도 드시고.. 머리도 희끗해지시고.. 특히 사진을 찍으실 때 한 해 한 해 부쩍 노인 같은 모습이 드러나시던게 떠올랐다. 우리 부모님도 언젠가 아프시고 돌아가실 때가 될텐데, 그러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걸 보니 역시 사람은 늘 변화하는 존재긴 한가봐.
지금도 가끔 부모님한테 싫은 소리도 하고 퉁명스러울 때도 많고, 부모님이 주시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던 모습이 이 부분을 보면서 많이 반성도 됐다. 받는걸 당연하게 생각할거면 부모님의 권위라도 지켜드리든지...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ㅠㅠㅠ
읽고 나니 문득 부모님이 보고 싶고 뭐라도 사드리고 싶고 대접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 있을 때 잘해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