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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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브레이크스루 스릴러 부문 수상작 '데드키'. 수백여개의 대여금고를 운영하고 있던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는 100여개가 넘는 대여금고의 귀중품들을 잃었고, 책임 소재, 귀중품의 행방, 각종 살인 사건 등 온갖 스캔들만 남긴 채 1978년 겨울 파산해 버린다. 소설은 파산 직전 고용되었던 어린 비서 '베아트리스'와, 20년 후 파산한 해당 은행의 설계도를 담당하게 된 건축공학기술자 '아이리스'를 두 명의 주인공으로 한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을 배경으로 진행되던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은 서서히 드러나는 권력자들의 더러운 탐욕과 부정부패, 불신에 의해 온갖 역겨운 인간군상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하지만, 약자인 그녀들이 547번 금고를 매개로 하여 통쾌하게 그들을 '엿 먹이는' 모습이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총 648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그녀는 구조공학자로, 직업에서 오는 전문적인 지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인지 전혀 어설프거나 데뷔작 특유의 용두사미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서 많은 생각과 거기서 기인하는 장치, 앞에서는 산발적으로 주어졌던 단서들이 뒤로 갈수록 하나도 맞아 떨어지는 진행이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느껴져서 뒤로 갈수록 집중도가 높아졌던 작품이다.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나, 시즌제로 만들어지는 미드로 제작된다면 정말 흡입력이 강할 듯한 느낌. 약자라고 무시 받던 두 어린 소녀가 거대한 권력자들을 엿먹이는 그 당찬 모습이나,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리스가 찾아낸 것이 너무 영화처럼 띵하는 여운을 남기면서 끝을 맺어 정말 오랜만에 완성도 높은 스릴러 소설이라고 느껴졌다. 처음 읽을 때도 좋았지만 몇 차례 반복하면서 읽다 보면 처음에 놓쳤던 것들을 다시 느낄 수 있어 좋을만한 책. 


 굉장한 두께임에도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읽을 수 있는 섬세한 진행과 흡입력 때문에 추천할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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