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 가치투자 아버지의 미공개 글모음
벤저민 그레이엄. 자넷 로위 지음, 박진곤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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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4주 독파 챌린지, 1주차.




주식의 기본도 모르면서 일단 부딪쳐보자는 생각에 주식창을 켰던 게 어느새 7년 전이다. 빨갛고 파란 막대를 쳐다보기만 하면서 그저 내가 산 회사의 주식이 오르기만을 기대하던 그 때. 사실상 투자라기 보다는 그냥 단타성 도박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참 새롭고 재밌는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껏 주식으로 번 것보단 잃은 돈이 더 많다. 얇은 귀를 이곳저곳 팔랑거리며 뜰 거라는 주식을 열심히도 사모았지만 왜 이런 결과가 된 걸까. 돌아보건대, 나에게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과 흥미, 기대만 있었을 뿐 진지하게 탐구하고 분석하려는 태도가 없었던 게 이유였지 싶다. 그 동안 단 한가지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주식투자는 단순히 운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며, 성실한 자만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사람의 일이 그렇지 않은 게 없지만, 그런 단순하지만 명백한 진리가 주식투자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에 한 동안은 굉장히 실망했던 것 같다. 이내 흥미를 잃었고, 사놓았던 주식들은 헐값에 모두 처분했다. 그리고 권태기.
 
주변에 주식투자를 하면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자기만의 원칙이 있다. 투자의 속성에 대한 자기만의 정의가 있다. 손해와 수익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지도 않는다. 그저 때를 기다리면서 경제를 읽고 종목을 분석한다. 주식투자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시중에 나와있는 주식관련 책을 많이도 봤지만, 아직도 주식투자를 하면서 갈피를 못 잡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익을 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백퍼센트 필승 주식투자법이나 그래프 분석법과 같은 기술을 배우려했던 태도의 문제는 아니었을까. 나만의 투자철학은 언제쯤 생기는 것이며, 경제를 분석하는 통찰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런 답답함을 이 책으로 어느정도는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챌린지를 신청하게 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나 시대가 변했어도 여전히 삶을 관통하는 무언가, 그것이 사람들이 고전에 열광하는 이유일테니까.
이 책은 벤저민 그레이엄이 했던 강의 자료를 선별하여 큰 편집없이 모아두었다. 묶일 수 있는 주제들을 모아 총 6개의 부로 나뉘어 있다. 첫인상을 말하자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나의 지식이 많이 얕은 탓이겠지만, 미국의 경제사와 주식종목에 관한 이야기들은 약간의 검색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그걸 감안하면서 책을 완독할 충분한 흥미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다시 아래에 옮겨 본다.



과연 미국기업은 청산가치보다도 못한 것일까.
- 기업과 기업의 경영진과 주주의 책임은 무엇인가? 무엇이 적절한 해결책인가? 주주들은 그 기업의 지분소유자인가 아니면 '봉'인가?
-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600여 제조업체 중 거의 3분의 1인 200개가 넘는 기업이 순당좌자산가치보다 싸게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중 50개 정도는 현금과 유과증권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렸다.
- 첫째, 좋은 주식은 좋은 투자다. 둘째, 가치는 수익력에 의존한다. 이 두 가지 정설 또는 완벽해 보이는 생각은 광적인 투자신조로 변질되고 이용되었다. 모든 투자자들이 투기자로 변하고, 상업대출과 월스트리트 대출의 상대적 중요성을 역전시키고, 완전히 비합리적인 가치평가기준과 뒤죽박죽인 회계관행을 양산했다. 우리가 처한 모순투성이의 불황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 시장가격과 유동자산의 차이는 대부분 최근의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들이 기업에 쏟아부은 막대한 신규 현금에 기인한다.…… 과거의 투자자들이 장부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그 자산이 벌어들일 이익은 지나치게 간과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것은 일시적이면서 때로는 신뢰할 수 없는 '보고된 이익'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증권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어온 것, 즉 회사 운전자본의 규모를 완전히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주식들이 유동자산가치 이하로 팔리는 세 번째 이유는 미래의 영업손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많은 독자들은 이것이야말로 현재 저평가된 시장가격의 암묵적 요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 주주들은 대차대조표 보는 법을 아예 잊어버린 게 분명하다. 자신들이 주식시세의 주인일 뿐만 아니라 그 '회사의 주인'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이제는 주주들도 일일 증시보고서에서 눈을 돌려 자신이 기업의 주인이며 기업은 주주들의 이익과 즐거움을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을 기억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 돈 많은 기업을 가진 주인들이 가난한 현실은 다분히 기형적이다. 기업들은 현금더미 위에서 구르고 잇는데 그 기업의 주인들은 금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주주들은 절망과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는데 기업의 재무담당자는 편안히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 막대한 현금과 신용자산을 가진 전형적인 기업을 보자. 그리고 이 기업을 소유하려고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은 사람들이 정작 회사 현금가치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가지 이상은 현금화하거나 대출할 수 없는 점을 생각해보자. 이것이 바로 호황기에 주주들이 자기 회사에 필요 이상 관대했던 결과이자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필요 이상 인색했던 결과다.
- 필자는 공개시장 매수를 기업 내 현금을 주주들에게 반환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비례적인 주식소각은 매도하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 사이에 어떠한 이해갈등도 없다. 경영자 입장에서 부당한 책략적 판단으로 인해 실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해 주주들은 우선 잉여현금의 존재 여부를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회사의 대차대조표를 적어도 한 번 이상 살펴봐야 할 것이다.
- 현재 기업과 주주 사이에 불균형을 가져오는 또 다른 측면은 청산가능성에 대한 문제다. 시장이 미래의 영업손실이 현금을 고갈시킬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많은 주식들이 현금가치 이하로도 팔리고 있다.
- 중대한 문제에 직면했을 경우에 투자대중의 고질적인 무기력은 해로운 기업경영원칙 두 가지를 받아들임으로써 더욱 악화된다. 첫째는 경영자들이 증권의 시장가격에 관심도 없고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외부 주주들은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주주들의 견해는 경영자가 후원하지 않는 한 고려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 결론은, 기업청산이란 주주들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업청산 여부는 독립적인 판단과 이해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청산에 영향을 미치는 주도권과 영향력은 이사회가 아니라 주주에게서 나와야 한다. 

자본주의의 윤리
- 국가정책 면에서 "좋은 윤리가 좋은 경제학이다." 기업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 기업가는 사회가 원하는 상품을 생산하고, 그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그 가격으로 사회에 공급하고자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기업의 옹호자'인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에 유익하지 않으면 그 어떤 정책도 기업에 유익하기 어렵다."

새로운 투기현상에 대한 우려
- 사실 경제학, 투자론, 증권분석을 다른 실용학문들과 구별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과거 현상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지침으로써 유효한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과거의 교훈을 분석하고 이해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에 대해 반성할 권리가 있다
- 주식에서 과거와 현재 투기요소의 차이를 구분하면, 우리는 그것을 색다르지만 편리한 두 단어, 즉 내생과 외생으로 특정지을 수 있다.
- 우리는 무형요소의 가치평가에서 나타나는 지금과 옛날의 중대한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수익성이 높은 회사의 경우에 요즘 사람들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것은 유망한 기업의 전통적인, 그러나 협의인 '영업권'이 아니라 '미래의 이익증가'에 대한 탁월한 '예상'이다.
- 44년에 걸친 월스트리트 경험과 연구를 통틀어 나는 주식의 가치평가나 이와 관련된 투자전략에 대해 신뢰할 만한 '계산'을 본 적이 없다. 만약 고등수학이나 고등대수가 등장하면, 여러분은 그 분석가가 경험을 이론으로 대체하고 투자를 빙자한 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경고신호로 간주해도 된다.
- 오히려 오늘날의 투자자는 미래를 예상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미리' 너무 지불하고 있다.
- 파에톤이 태양의 수레를 몰아보겠다고 간청할 때 아버지 아폴론은 초보자 아들에게 몇 가지 충고를 해주었다.…… 가운데 길이 가장 안전하다. 이 원칙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에게 모두 유효하다.

증시의 경고: 전방위험!
- 만약 과거 경험이 오늘날의 투자자를 도울 수 없다면, 논리적으로 '주식투자'라는 것은 없으며 주식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모두 스스로 '투기자'라고 고백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 투자자에게 주요한 이슈는 이것이다. 우리가 강세장에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종류의 장세에 있는가? 만약 강세장이라면 용어 자체가 전제하는 양세장이 언젠가는 뒤따를 것이다.
- 현재의 강세장은 과거 강세장의 과열국면을 반복하고 있으며, 그에 상응하는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할 운명이다. … "과거 경험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적절하며 얼마나 유용한가?"
- 기업에 대한 낙관주의는 틀림없이 주식시장에 대한 현재의 낙관주의를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 낙관주의와 확신은 항상 강세장을 수반했다.… 과거의 강세장이 붕괴되었을 때 낙관주의와 확신은 회의주의와 불신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 대부분의 투자자문가들이 주식가치에 대한 평가기준과 자신의 견해를 주식가격에서 얻는다는 것을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평가기준이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 가격이 평가기준을 결정한다.  



초반은 1920~30년대의 경제상황과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성향을 분석하면서 시작한다. 그 때의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시대와 나라가 달라서 지금의 상황에 적용하기 적절치는 않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의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의 투자성향, 투자 유행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또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의 그 당시 미국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느꼈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발생하며, 현재의 선택은 미래를 좌우한다. 과거의 최선이 현재의 최선은 아닐 수 있다. 최선은 현상과 상황 속에서 의미를 갖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현상을 보고,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투자와 투기는 다르다. 통찰이 없는 투자는 투기에 불과하다. 가치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은 오랜 기간의 작업이며, 그 기업의 역사가 가치를 말해준다. 투자자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검토된 최선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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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의 속도 - 업무 속도를 극한까지 올리는 스피드 사고의 힘
아카바 유지 지음, 이진원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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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난 왜 일하는 속도가 이리도 더딜까. 라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일이 효율적이지 못한 이유, 능률적이지 못한 이유는 내 안에도 물론 있지만, 외부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뭐가 필요하고 중요한지 본인도 모르면서 일을 지시하는 무능력한 경영자와 상사, 과도하게 많은 서류 작업과 회의. 직설적인 원인 제시에 속이 시원해진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관점이 더 넓어질 것이다. 자신만의 탓이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묘한 안도감이,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물론 외부에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답답한 상황은 온전히 당신 때문이니, 안도감을 느껴서도 안되고 개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사람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니 이 책을 대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할 것은 이 책은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일을 함으로써 전체적인 삶에 여유를 찾고 그것을 계기로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보자는, 그러자면 일에 접근하는 방식을 수정할 필요도 있으니 그런 방법들에 대한 저자의 노하우를 알려주려는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사는 일이 속도가 다는 아니지! 라는 확대 해석이나 자기합리화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느긋한 삶을 살더라도 자신의 직업에 있어서는 프로가 되어야 여러 사람이 즐거워진다. 이 책을 참고하고 따라가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도움의 전제에는 스스로가 성장하고 싶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그저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며 어떻게든 빨리 하루가 지나가길 바라고 앉아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그저 머리만 아프게 할 뿐,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미리 준비하고 움직이는 사람, 참신한 방식을 찾으려 고민하는 사람, 효율적인 일처리를 위해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답답하고 미련해보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업무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개인적인 경험상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하면 더 많은 일을 받게 되거나 더디게 일하는 누군가의 일까지 떠안게 되는 굉장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진짜 속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오면 빠른 업무처리가 더 큰 스트레스를 만들지도 모른다.) 정량의 일만 한다는 가정 하에 업무속도가 빨라진다면,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다양한 각도에서 업무를 조망할 수 있게 된다. 시간에 쫓기며 당장의 일에 급급할 때와는 달리 아무래도 긍정적인 상황을 많이 마주할 것이고, 그 피드백으로 더 즐겁고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건 좀 오버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쓴이의 막연한(?) 자신감을 누군가는 불편해할지도 모른다. 뭘 하면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달라진다든가 하는 약장수 같은 주장들도 군데군데 보이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하고 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내용들이 많다.

 

이 책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한다. 특히 본인도 뭘 해야하는지 모르면서 애매하게 지시하고, 기억도 못하다가 부하직원 탓만 하는, 더구나 자기가 한 지시를 밥먹듯 뒤집어 재끼는 이 나라의 ​무능한 직장 상사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한 가지 함정은, 그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은 누구보다 유능하며 부하직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착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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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밸런스 - 하버드 의대가 밝혀낸 젊고 건강한 사람의 비밀
네고로 히데유키 지음, 이연희 옮김 / 스토리3.0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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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에게 주는 경고 메시지와 다름없다. 질 좋은 수면은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위해 필수다. 호르몬의 정상적인 분비는 질 좋은 수면을 만든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은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에 도움을 준다. 이 피드백의 고리는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잘 돌아갈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호르몬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지, 그걸 인지하지 못한 채 해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충격을 받는다. 이 메시지를 받아들일 건지는 순전히 내 몫이다.

생리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기가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친절하게 적절한 비유를 들어 중요개념을 설명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행동요령, 음식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책의 분량 자체도 많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손에 들기에 좋지만 내용도 가벼운 건 절대 아니다. 노화방지,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로 가득차서 알차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호르몬의 변화나 작용 과정을 알고 있으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갱년기를 거치는 남성이나 여성 모두 호르몬의 변화를 겪기 때문에 갑작스런 성격의 변화가 올 수 있고, 질 좋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은 예민하고 우울할 수 있다. 또 폭식을 하거나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호르몬 조절이 어려워서일지도 모르며, 과도한 호르몬 분비로 되려 산만하거나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오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오히려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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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 행동의 방아쇠를 당기는 힘
마셜 골드스미스.마크 라이터 지음, 김준수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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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으면서 딱 하나의 변화, 딱 한 가지 트리거가 될 수 있는 행동을 떠올려보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일 말이다. 여기서 기준은 단 하나, 그 행동에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 그리고 행하라. (p.291)​

아침 일찍, 플래너를 펴고 하루를 계획한다. 이때만큼은 야심차고 의욕이 넘치는 '계획가'로서 내가 있다. 하루를 마감할 때쯤이면 하루를 점검하기는커녕 그저 쓰러져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자기에 바쁘다. 이 때의 나는 무기력한 '실행가'일 뿐이다.

'계획가'와 '실행가' 사이에서 답답함을 느낀 적이 꽤 있었다. 왜 난 꾸준하게 의욕적이지 못한지 종종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을 알게 되었다. 안도감이 든다. 또 아침과 저녁의 상반된 나의 모습은 내가 생활하는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도.

하루를 보내면서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마주치는 수많은 트리거들. 특히 부정적인 트리거들은 나를 소모시킨다. 일련의 사건들은 방아쇠를 당기듯 나에게서 특정한 반응을 발사하게 만든다. 나는 화가 난다거나 혼란스럽다거나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런 반응들이 어떤 상황에서 야기되는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 관리와 행동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트리거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모든 자극이다.

트리거는 ​직접적일 수도, 외부적일 수도,

내부적일 수도, 외부적일 수도,

의식적일 수도, 무의식적일 수도,

예상했던 것일 수도, 예기치 못한 것일 수도,

격려하는 것일 수도, 단념시키는 것일 수도,

생산적인 것일 수도, 비생산적인 것일 수도 있다.

결국 트리거는 절대적으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트리거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중요한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지는 본인의 선택이고,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몇 가지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고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스스로에게 하는 능동적인 질문. 하루 질문. 한 시간 질문. 체크리스트의 점검. 타인의 도움을 받든, 스스로가 관리자가 되어 점검하든 꾸준한 자기 평가와 반성을 통해 부정적인 트리거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도출되도록 할 수 있다. 아까 말했듯 우리는 특정 반응이 일어나는 상황을 예측할 수 있고, 다양한 행동방식을 고민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생활에 녹아들면 자신이 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대인관계를 개선하고 좋게 유지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글로 설명을 적으니 아무래도 딱딱하고,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하는 내용과도 별 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이 책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유용하다. 장황해 보이지만 핵심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확하다. 나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의 트리거를 찾는 과정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나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스스로의 관찰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의 내용이 뻔해서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정색하며 묻는다. 그 책의 내용을 온전히 실행에 옮겨 본 적이 있느냐고. 당신은 성인으로서, 제대로 당신의 행동을 변화시킨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고.

완전히 정곡이 찔린 나는 이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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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글쓰기 - 단순하지만 강력한 글쓰기 원칙
박종인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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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원칙은 원칙이 아니다. 원칙은 간단해야 한다. 몇 가지 원칙만 익히면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

- 서문 중에서.

 

 

글은 쓰면 쓸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 사실 내가 쓰고, 써온 게 글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좀 광범위하게 내가 쓰는 모든 것들이 글이라고 볼 수 있다면,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어느 순간엔 생각이 잘 표현되다가도 어떤 때는 전혀 갈피가 잡히지 않기도 하고, 또 당시에는 참 뿌듯한 마음으로 썼던 글이 나중에 읽어보면 창피함에 고개를 못 들 만큼 엉망일 때도 있다. 가끔 나의 글쓰기는 왜 이렇게 불규칙하고 멋대로일까를 생각해보곤 했는데, 그 이유를 이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원칙. 원칙이다. 글을 쓸 때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꾸준하고 일관성있게 글을 쓰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패턴이 형성되어 개성을 담아낼 수가 있다.

 

이 책에서는 글을 철저하게 상품으로 취급한다. 어찌보면 애석한 일이기도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의 종류에 따라 순전히 상품으로 인식하고 생산되어야 할 글이 있고, 그 글의 목적은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판매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잘 팔리는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를 전한다. 글쓰기 방법을 다루는 책답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책 자체로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책들이 많지 않다는 게 함정.) 간결한 문장이 속도감을 주고, 눈에 바로바로 들어오는 구도가 눈의 피로를 줄여준다. 무엇보다 간단명료한 원칙. 장황하지 않은 설명 덕분에 훨씬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1. 글은 쉬워야 한다.

2. 문장은 짧아야 한다.

3. 글은 팩트(Fact)다.

4. 글은 쓰는 게 아니라 고치는 것이다.

'글쓰기에 간단한 원칙이 있고, 이 몇 가지 원칙만으로도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라는 말에는 이 원칙을 알고 '반복'된 글쓰기 연습을 한다면, 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 소개하는 활용례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두에서 얻은 근자감이 뒷페이지로 갈수록 자꾸만 쪼그라든달까.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었던 것 또한 저자의 계산(?)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글쓰기를 쉽게 '배울 수 있다'지, 글쓰기 '자체가 쉽다'는 게 아니라는 걸 자각하고 읽을 필요가 있겠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든다. 책 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기분이 드니까. 즐겁게 읽고, 괜찮은 소득을 얻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사실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너라면 읽겠냐?" 라는,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금씩 나아질거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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