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의 실수
강지영 지음 / STORY.B(스토리비) / 2025년 10월
평점 :
"STORY.B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동욱, 김혜준 주연의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이란 작품을 아시나요?! 이 드라마의 원작은 강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인데 최근 강지영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이 출간되어 제가 읽어봤습니다. 책으로 강지영 작가님의 글은 처음 접해보는데 펼치자마자 멈출 수 없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미스터리 스릴러소설을 소개합니다

스릴러 장편소설 『양의 실수』는 별다른 소개 없이 바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무채색으로 감정 조차 메마른 외롭고 비루해보이는 주인공 웹디자이너 '유양'입니다. 유양은 자신을 사람답게 대해주지 않는 회사에 사직서를 던진 날 영문도 모른채 낯선 이에게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분명 날카로운 칼날에 베어 써늘하게 식어가던 죽음의 경계에서 어떤 이유인지 유양은 마치 죽었지만 죽지 않은 존재로 되살아나게 됩니다.
되살아난 유양은 자신을 죽인 이름 모를 여자에게 "왜 죽였어요?"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게 되었는데요. 도입부부터 쉴 틈 없이 강렬하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전개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으로 사건이 일어나게 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인물들이 주도하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뉴스에서나 보던 이유 없는 묻지마 살인인가 싶던 순간 유양을 죽이고자 했던 의뢰인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직접 칼을 휘두룬 인물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됩니다.

유양은 자신을 죽였던에 대하여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환족 태생으로 우리나라에 온지 10년차인 불법체류자로 조용하게 살아가려던 그녀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기면서 결혼을 꿈꾸게 됩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려면 한국인 신분증이 필요했는데 불법체류자 신분 대신 한국인 국적을 얻고자 불법을 저지르는 자들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누군가를 죽이고 그 사람의 삶을 대신 사는 방법을 택한 것이죠. 그녀의 이름은 목단화였습니다.
목단화 혼자서는 이런 짓을 벌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범죄에 같이 가담한 서익호과 이종명 그리고 강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를 죽이고 협박하며 돈을 갈취하는 등 음지의 삶을 살게 됩니다.

분명 죽었지만 죽지 않은 채로 눈을 뜬 유양은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죽기 전 자신을 부당하게 대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유양의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뇌성마미 장애인 언니가 복지시설에 있어 다달이 돈을 보내줘야하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살면서 잊혀지지 않던 인물이 세 명 있었는데, 복수심이 타오를수록 전에 없던 폭력적인 힘과 분노과 표출되는 것을 깨달은 양은 이미 자신이 죽은 목숨인 것을 깨닫고는 그들을 직접 죽이러 차례차례 찾아갑니다. 그런 과정에서 목단화도 어쩔 수 없이 양의 협박에 못이겨 동행하게 되는데요.
결말을 모르고 읽을 땐 유양이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오를 수 밖에 없던 사연을 듣고 나니 마땅한 행동이라고 동화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전개됩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인물 하나하나의 삶을 살펴보면 어느 하나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이 마치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고통스럽고 슬픔이 가득 차있는 외면받은 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타국에서 사람 대접도 받지 못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지 못한 이주민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추악한 욕망에 휩싸여 자신의 사리사욕만 채우면 되는 인간들.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고 타인의 행복한 삶을 짓밟고도 태연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이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이 세상의 모든 악행이 이 소설속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에 묘사되는 유양의 살해 방법은 너무 섬세하게 표현되어 때론 온몸에 소름이 끼치기도 했습니다. 유양은 어쩜 이리도 잔혹하게 이들을 살해하려고 한 것인가, 누가 가르쳐준것도 아닌데 이렇게 잔인하고 사악할 수 있는가.
인간이 이성의 끈을 놓는 순간 얼마나 추악하고 섬뜩한 존재로 변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이 소설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결말에 이를 때까지 한 순간도 책을 덮을 수 없을만큼 긴장되고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 등장 인물간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서로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이토록 잔인하고 치밀할 수 있는지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미스터리 반전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소설 속에 사용되는 인물들의 대사와 표현들이 다음 장을 빨리 넘기고 싶게 만들만큼의 몰입력을 높여주었습니다.
의지할 곳 없어 외롭고 사랑받지 못했던 유양.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채 죽임당했던 그녀가 자신의 죽임을 사주한 인물을 마주하기까지 변해가는 감정도 집중해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인간 내면의 다양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며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음수의 삶을 사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서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