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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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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영화가 아니라 원작부터 읽었어야 했다. 유감이지만, 나는 아직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읽고 싶은 도서 목록에 올려놓고도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아쉬운 대로 몇 년 전에 영화로 《위대한 개츠비》의 목마름을 대신 했다. 책을 읽지도 않고 오랜 시간 들어왔던 개츠비 이야기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는 눈요기까지, 뭐 이 정도면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이 책을 읽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개츠비를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 거다. 도대체 한 작품, 한 작가를 어느 정도 좋아해야 이 정도의 열정을 뿜어낼 수 있는지 궁금해서다. 저자가 뿜어대는 개츠비 사랑에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잖나.

 

읽다 보니 개츠비가 전부는 아니었다. 한 작품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듯했다. 작품 속 배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상은 기본이고, 작품 속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으로 사람을 읽는다. 그런 것을 넘어서서 작가의 모든 것을 파헤치는 기분이 들게 한다. 피츠제럴드에게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작품 속 문장들은 현실 속 그와 어떤 교감을 나누는지, 그의 아내와 딸에게 어떤 삶을 허락했는지 하는 것들. 출간 당시에는 별로 드러나지 못했던 작품인데 왜 오랜 시간이 흘러 기다렸다는 듯이 개츠비 붐이 일었는지, 이 책을 쓰기까지 개츠비를 몇 번이나 정독했는지 하는 그림이 저절로 그려진다. 읽는 것에 머물 수 없는 저자의 마음을 한껏 듣는 재미는 《위대한 개츠비》를 쓴 피츠제럴드의 삶을 언급할 때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 글을 쓴 작가의 삶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한다. 피츠제럴드의 삶, 가난과 가족과 글에 관한 이야기는 개츠비의 삶과 닮았다.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떼려야 뗄 수 없게 피츠제럴드는 개츠비에 자신을 투영한 듯하다.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사랑으로 비치기 쉬운 《위대한 개츠비》가 ‘계급을 다룬 미국의 소설 중 가장 위대’하다고 말하는 저자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보인 문장들의 해석 같은 부분은 읽을 때마다 고개를 절래 흔들게 한다. 애정이 넘쳐 매력이라 발견한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은 것처럼 골라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라고 생각했는데, 부지런해야 덕후질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이다. 연애도 부지런한 사람이 잘하는 것처럼, 책을 사랑하고 작가를 사랑하는 것 역시 그 부지런함과 호기심, 열정에서 비롯된다. 《위대한 개츠비》를 쉰 번도 넘게 읽었다는, 개츠비 사랑의 끝판왕으로 등극한 저자의 말은 이 책 한 권으로도 증명되고 남는다. 저자 스스로 그렇게 말하기도 했지만, 굳이 몇 번 읽었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이 책만으로 충분히 그 열정을 느낄 수가 있다. 참으로 덕후다운 모습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 것에서 끝내지 않은, 그의 모든 것을 궁금해하고 그걸 파헤치기 위해 전국 어디든 향했던 저자의 열정은 ‘나는 이렇게, 이 정도로 개츠비를, 피츠제럴드를 사랑한다오~’ 라고 외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한 작품과 한 작가에서 머무르지 않고 곧 넓은 시선을 갖게 한다. 그건 이 책의 부제처럼 고전을 읽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저 책 한 권 읽는 것에서 끝내지 못할, 그 책에 대한 무한한 발견이 이어지는 책 읽기를 고전 읽는 방법으로 직접 보여준다.

 

피츠제럴드의 글쓰기(와 그의 인생)에 흐르는 위대한 주제는,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물 밖으로 머리를 계속 내밀고 있기 위해 노력하는 일의 고귀함이다. 피츠제럴드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소설의 주인공 ‘딕 다이버’(이름은 비록 만화책에 나오는 바보 같지만)는 그의 작품이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가 창조한 최고의 인물들은 들뜬 채로 인생이라는 물에 대책 없이 뛰어들고, 그다음엔 떠 있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야기의 결말에서 그들은 대부분 바닥에 완전히 잠기지는 않더라도, 밑으로 가라앉는다. 돈 문제로 인한 걱정, 그들을 집어삼키는 욕망, 과거의 무게 등이 물귀신처럼 그들을 아래로 잡아당긴다. (49~50페이지)

 

지극히 사적인 독서 양상을 보는 듯하지만, 그렇게 사적이지도 않은 것으로 들린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보이는 저자의 행동이 귀엽다고 여겨질 정도다. 그때 꼭 그걸 보려고 그렇게 추운데도 기다려야 했어? 아, 질문이 어리석다. 불필요한 질문이다. 저자에게는 그게 당연한 일일 테니. 그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개츠비 사랑을 마구 뿜어대는 저자의 발걸음은 그때 극장을 향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을, 그게 진리라는 것을. ^^ 그 열정으로 찾게 된 책과 자신의 삶 역시도 포함된다.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으로 비로소 한 사람의 인생을 제대로 본 것 같이 느꼈던 듯하다. 그건 ‘개츠비’라는 한 남자뿐만 아니라 그 작품 속 여러 인물들, 피츠제럴드, 그리고 개츠비를 읽는 독자를 포함해서 해당한다. 몇 초의 시간이라도 저마다 그 안에서 녹아든 자신의 모습과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을 만날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충분히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보고 더 빈틈없이 읽고 싶기 때문에, 1년쯤의 시간이 흐르도록 내버려두고, 다시금 피할 수 없이 《개츠비》를 뽑아들게 될 것이다.” (376페이지)

 

아직 나는 그런 책을 만나지 못했다. 가끔 생각나면 한 번씩 다시 꺼내보는 책은 있지만, 저자처럼 오직 한 작품을 쉰 번도 넘게 읽을 만큼 애정을 줄 책이 나에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뭐, 평생 그런 책이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겠지만, 저자의 열정을 보고 있노라니 살아가면서 그런 책 한 권쯤 나에게도 있었으면 싶다. 책을 좋아하고 계속 읽게 되겠지만, 그 안에서 이렇게 내 마음을 몽땅 퍼부어도 될 만한 한 권을 만난다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서, 책을 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기다려본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 순간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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