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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6월
평점 :
조용히 침묵하듯이 진실을 조금씩 덮어두었던 이들이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진실을 조금씩 들려주기 시작한다. 10년 전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를 의아함으로 듣기 시작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그 이야기의 마지막을 듣고 있음을 알아채기 시작하는 독자는 그들이 이제야 말하는 진실을 어느 정도는 수긍할지도 모른다. N을 위해서.
노구치와 나오코 부부가 살해되었다는 사건으로 진술하게 된 네 명의 젊은이 안도 노조미, 스기시타 노조미, 니시자키 마사토, 나루세 신지. 결국 스기시타 노조미의 자백으로 사건을 종결되고 스기시타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출소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이들의 10년 전 사건의 고백들은 덮여있었던 일들에 대한, 누군가의 마음에 대한 진실을 들려준다.
사랑에 대한 제각각의 정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랑을 위해서 덮어두고 가려두었던 것들은 이 사건을 대하는 마음을 다르게 만든다. 한 사람이 말하는 진실, 그런가보다 하고 끄덕이다 보면 다음 사람이 말하는 진실은 또 달라진다. 그렇게 네 사람의 뒤늦은 고백 혹은 자백을 듣고 있다 보면 도대체 그 사랑이 무엇이기에 이들에게 그렇게 희생하여 거짓을 말하는 상황까지 던져주었나 싶어진다.
그들이 가진 사랑이나 사랑의 의미들, 그 사랑 때문에 자신이 은폐하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좀 답답해지기도 했다. 10년 전보다 훨씬 이전의 시간들을 들려줄 때는 그들이 가졌던 상처가 들려왔고, 그 이후의 시간들을 들려줄 때는 그 상처로 인해 살아온 시간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으로 인해 감춰진 진실들을 상대도 알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서로에게 다가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사랑일 뿐이었기에, 그 자신의 사랑만으로도 상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랑이 그렇게 대단해?
그렇다고 이 소설이 연애소설은 아닌 듯하다. 저자가 풀어가는 분위기나 방식이 나에게는 가깝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다 읽고 나서 소개글을 잠깐 살펴보다가 막연하게 느낀 것은 어쩌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적 시대적 차이가 가져오는 잘 알지 못하는 정서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모습은 젊은이의 초상 그 자체라고도 하던데 내가 다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들 속에서 그저 그럴 것이다 하는 추측으로 이 책의 인물들보다는 이 책의 이야기 자체를 이해하려 애썼다.
N을 위하여.
등장인물의 이름들 속에 모두 들어있는 이니셜 N. 제목처럼 이들은 서로의 N을 위하여 그런 마음으로 그런 진술을 했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10년이 지나고 드러난 진실은 결국 이들 N이 각자가 아주 소중하게 여겼던 대상(N)을 위하여 미처 다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드러내는 시간들이었다. 진실에 대해 눈을 감았던 순간, 그 순간은 오직 각자가 사랑하던 N을 위한 시간일 뿐이라는 것 한 가지만 생각할 수 있었을 테니.
그런데 솔직히 이 책이 읽어가면서도, 다 읽은 후에도 완전하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미나토 가나에가 들려주는 이런 방식이 좀 지겹게도 느껴졌다. 감춰진 진실, 시간이 지나서 각자의 고백처럼 들려오는 독백들. 추리소설이 가진 특징일 수 있으나, 매번 이런 식이면 읽는 독자도 좀 식상하지 않겠는가? 다음에 만나는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어쩌면 계속 이런 분위기와 이런 형식으로 어김없이 흘러갈지도 모르겠으나 조금은 파도를 경험하게 해주는 느낌 있는 책으로 만나보고 싶어지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