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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364일 ㅣ 블랙 로맨스 클럽
제시카 워먼 지음, 신혜연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여학생이었다면 누구나 <하이틴로맨스>소설들을 줄기차게 읽었을 것이다.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느냐 마느냐, 중간에 누가 그 사랑을 방해하느냐에 포인트가 맞쳐진 로맨스 소설들이 사춘기 소녀들의 심리를 자극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나이가 지나거나 어느 정도 읽다보면 로맨스 소설은 금방 식상해 버리는 경향을 어찌 할수 없다. 모든 소설들이 주요 골자에는 로맨스를 깔고 있지만 너무 로맨스만 부각시키면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 힘들것이다. 이런 단순한 로맨스 소설에 개혁을 일으킬만한 <블랙 로맨스>의 출범을 <열일곱, 364일>이라는 작품이 당당히 들고 나왔다. 황금가지 출판사라고 하면 추리 소설로 대표되는 셜록홈즈 시리즈를 출판하는 등의 다양한 책을 만들어 내고 있는 곳으로 그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블랙 로맨스 클럽>시리즈를 들고 나왔다. 이 후에도 여러 작품들이 출간될 것이라 하니 기대해 볼만 하다.
이 소설의 주요 사건은 열여덟 생일을 맞은 한 소녀 리즈가 죽게 된다. 좀 이해 할수 없는 사실이지만 소녀 리즈는 자신이 영혼이 되어 떠돌면서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자 기억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 그려진다. 죽은 영혼들의 기억은 <직소퍼즐>마냥 중간중간이 비어 있어 그 기억들을 끼워 맞춰야 하는 과정이 주어진다. 이건 당연히 어떤 계시나 타당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39 "내 생각엔 우리가 뭔가를 배우기로 되어 있는 것 같아. 우리가 죽은 이유뿐만 아니라, 뭔가.... 좀 더 깊은 깨달음 같은 것에 도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저 세상으로 넘어가기 전에 말이야."
아름다운 리즈는 죽기전 자신감으로 뭉친 무리들과 몰려 다니면서 외톨이들을 괴롭히는 나쁜 여자아이로 살아갔었다. 죽어 영혼이 되면 선의지가 강해 지는 것일까? 리즈는 자신이 남을 괴롭히는 괴물같은 아이 였음을 부인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죽은 이유를 찾아 다니는 동안 영혼들에게 저 세상으로 넘어가기전에 좀 더 깊은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한 수련의 과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런 패턴의 이야기 전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스타일이다. 좀 식상한 구석은 있지만 그 원인을 좀 색다르게 엮어 가고 있으니 독특함에 장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2010년 2월 개봉작 이었던 <러블리 본즈>라는 영화에서도 자신이 죽은 줄 모르는 열네살 영혼이 자신이 왜 죽었는지 찾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결국 자신은 연쇄살인범에 의해 살해 당한 아이중의 한명이었고, 자신 주위에서 떠도는 여자아이들의 영혼도 자신과 같은 처지였으니 <예상치 못한 시련을 통해 커지는 유대감(러블리 본즈의 뜻>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열여덟 생일이 되기전 날 밤 죽은 리즈는 꼭 <열일곱, 364일>을 산 셈이 된다. 그녀가 죽은 이유는 무엇일까? 1년전 뺑소니 사고로 죽은 학교 외톨이였던 <알렉스>라는 남자아이의 영혼과 만난다. 알렉스와 기억을 찾아 다니면서 자신이 죽은 이유와 주변에 일어났던 뜻밖의 사건들의 배후가 밝혀진다. 스토리의 전개는 그리 복잡하지 않게 잔잔하게 이루어진다. 죽은 리즈의 심리 변화와 점점 다가오는 진실이 그녀를 당황하게 하지만 그녀는 담담히 맞선다.
최근에 했던 드라마 <49일>이나 예전의 명화였던 <사랑과 영혼>등이 다 이런 류의 영혼이야기라 생각하면 된다. 설정이 영혼들이 죽은 당시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퍼즐 같이 완벽하지 않은 기억을 가진다는 면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라는 죽음여행자들의 이야기와는 상대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하기야 모르기 때문에 궁금증을 유발하고,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동시에 오고 가며 파헤쳐 지는 스릴러 다운 매력을 잡아낼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블랙 로맨스의 등장이전에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로 사춘기 소녀들을 울린 작품이 있다. 물론 잘 아는 <뉴문><트와이라잇><이클립스>같은 작품이 영화로도 나와 대중의 사랑을 받았었다. 사실 나는 사춘기 소녀가 아니기 때문에 많이 식상할 수 밖에 없었다. 로맨스 소설이나 뱀파이어 소설, 블랙 로맨스 소설도 반짝하는 대중의 인기를 얻는 단계에서 벗어나 감동이나 메세지를 줄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이 <열일곱, 364일>의 등장과 함께 기존의 로맨스 소설의 공식을 깨뜨리는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올수 있도록 희망을 한번 가져보기로 했다.
426 "변하지 않는 것은 없어, 리즈, 나만큼이나 잘 알겠지만, 괜찮을 거야.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모두가 결국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기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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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 " 곧, 인내심을 가져야 해, 그리고 잊지 마. 이건 퍼즐 같은 거야. 지금 너는 모든 조각을 다 갖고 있어.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러고 나면 모든게 이해 될거고. 내가 없어도 괜찮을 거야, 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