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오나리 유코 그림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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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라는 열살 난 소녀와 이혼녀이자 작가인 사키 엄마와의 섬세한 일상이 담겨있는 책이다.

아이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이해가 갈 정도의 너무나 사소한 이야기라 묵직한 고전들만 읽어 온 나에게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

아라이 곰이 된 <곰의 이름> 이야기 에서 이혼녀인 사키 엄마의 입장에서 성이 달라진 아이를 이해 시키느라 적절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재치를 보여 주고 있다.

<사오정>이 되어 엄마의 말을 받아 들이는 사키를 보면서 마치 나와 같구나 하는 동질감도 느끼게 되었다.

말의 유희를 느낄 정도로 작가 기타무라 가우루씨는 도베르만이라는 개의 이름을 <똥배로만>이라고 고쳐 지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학창 시절에 항상 이야기를 잘 하여 친구들을 끌어 모으는 능력이 있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인데 사키의 친구 시노부는 <무서운 이야기>를 잘하는 친구이다.

미야자와 겐지라는 일본 유명 동화 작가의 이야기인 전갈과 우물에 대한 이야기로 한껏 상상을 하게 만들어주고 있고, 사소한 쓰레기에 대해서도 정성을 다하고 이름모를 풀일 것만 같은 풀꽃의 이름(등골나물)을 가르쳐 주었던 메발톱나무 할머니이야기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고동어 조림이 지나 가네요>라는 엉뚱발랄한 노래말로 딸아이한테 조차 귀엽다는 말을 듣는 사키 엄마, 또한 사키 엄마의 아버지의 노래소리가 지금도 흥얼 흥얼 들리는 듯 하다.

 

태풍이 엄청 불던날 ,천진무구한 아이의 발상으로 창문을 열면 그 바람을 가둘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창문을 열어 엄마한테 혼났던 기억을 사키가 떠올린다.

수도 꼭지를 열어 물어 빼내면 태풍으로 불어난 강물이 줄어 들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이 무릎을 치게 한다.

엄마와의 교장 선생님들의 재밌는 이름 짓기로 유희를 만들어 내고, 사키의 짝꿍인 무나카타와 연락장으로 펜팔을 하기도 하는 사키의 엄마의 순수함을 절로 느끼게 한다. 아파트에서 고양이를 키울수 없어 딸아이와 같이 마음 아파 해주는 엄마, 엄마에게 선행상 리본을 달아 주는 사키 ,,, 이들의 애틋한 사랑, 따스한 이야기는 영원히 지속될것만 같다.

 

그런데 이런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 작가가 남자라니 놀랍기만 하다. 기타무라 가우루 라는 작가가 일본에서 유명한 추리 작가라 하니 남성에게 있는 여성 다운 섬세함이라니,이 책들의 내용이 더욱 애틋하고 따뜻하게  다가 온다.

 

한마디로 엉뚱발랄한 상상력, 알콩달콩한 이야기, 흐뭇한 미소, 말 장난, 흥얼 거리는 콧노래 같은 단어 들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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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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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고전문학이 다 그렇듯이 학창시절 꽤 책을 읽는다고 읽었을 지라도, 지금에 와서 되짚어 보면 "그책 내용이 뭐였더라."하고 갸웃거리는 책들이 많습니다. 민음사 책들이 대부분 그런데요. 중학교시절 이런 고전들을 읽느라고 문고판 가지고 다니면서 읽긴 읽었지만 그 당시 이해력으로 고전문학작가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겠지요. 저한테 '이방인'도 그랬습니다. "그래, 이책 읽엇을때 나도 이방인 처럼 느꼈었지." 하는 감상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고전은 여러번 읽어야 되는 가 봅니다. 이번에 읽고서야 " 카뮈의 이방인" 이 왜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장 그르니에의 "섬"에서 그르니에의 제자 였던 카뮈의 소개말이 없었다면 저는 "섬"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마 그르니에의 제자였기 때문에 카뮈는 스승의 책을 가장 잘 평가 할수 있었을 겁니다. 아프리카 알제리의 알제는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 였지요. 알제 대학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난 그르니에는 카뮈의 문학적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카뮈도 당시 알제에 살면서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방인"은 뫼르소하는 젊은이가 알제에서 인생을 가장 "시니컬"하게 살다간 이야기입니다. 평소 직장에서도, 자신의 꿈에서도 무관심하고, 어떤 열정도 없이 그럭저럭 살아가다가 자신의 앞에 자신을 위협하던 아랍인을 무심코 권총으로 쏘아 죽이고, 또 사형선고를 받고 죽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뫼르소하는 인물은 그 20세기 초를 살아가는 인물이었지만, 지금의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 젊은이와 무척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귀차니즘에 빠져있고, 어떤 문제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일반 젊은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이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도 편안하게 살아갈수 있었을 텐데, 어쩌다 사람을 죽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뫼르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소설 첫대목에서도 "죽음"의 첫번째 형태인 자연사로 죽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참석하게 됩니다. 그 때 뫼르소는 다른 아들 처럼 울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지막 얼굴도 보지 않겠다고 하고, 무덤덤히 어머니 시체 옆에서 커피도 마시게 됩니다. 그런 모습이 살인을 하게 된 뫼르소를 냉혈한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또, 어머니 장례식 다음날 여자 마리를 만나 해수욕을 하고, 마리와 자게 됩니다. 그런 행동이 더욱 뫼르소를 살인자와 연관시키고 감정도 피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몰아 가게 되지요.

 

뫼르소는 살인 동기를 위해 자신을 변호 하지도 않았고, 기독교를 강요하여 회개하기를 바라던 판사의 요구에 호응하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뫼르소는 자신속에 없는 믿음을 거짓으로 내어 보이기도 싫었고, 우연한 살인도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이루어진 만큼 거짓과 과장을 보이기가 싫었던 것입니다. 어찌보면 정말 바보같이 보이는 그의 행동 때문에 그는 사형선고를 받게됩니다. 약간의 "헐리웃 액션"만 보여서도 그는 정당방위로 풀려 날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그러지 않았고, 사형을 담담히 받아 들입니다.

 

이방인을 잘 살펴보면 카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자연사"죽음, 그리고 "살인" , 그리고 "사형" 라는 세가지 죽음의 형태를 통해 카뮈는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 무덤덤하게 ,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고, 어머니의 나이도 제대로 모르는 "애매함"을 드러내던 뫼르소가 살인후 재판을 받으면서 약간의 동요의 빛을 보입니다. 육체적, 심리적 피로를 느낀 그가 심약한 마음의 형태를 보이지만, 곧 그는 "우리 인간은 본래 다 사형수다. 언젠가는 다 죽을 사형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되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게 받아 들이게 됩니다. 그는 삶에서 과장으로 자신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거짓으로 자신의 신앙을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시기는 다르더라도 결국은 죽을 죽음에 대해서도 초연해 질수 있었습니다. 그는 진정 거짓된 인생을 살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카뮈는 이런 뫼르소의 행동과 죽음을 통해 우리는 죽음이라는 마지막 종착역을 벗어날 수 없음을 인식시켜 주었습니다. 어둠침침한 죽음이라는 뒷 배경이 있기에 죽음과 대비되는 "삶"은 더욱 빛이 나고 두드러져 보일수 있는 대비효과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밝게 빛나는 삶속에서 우리가 행복을 느낄수 있는 곳도 명암의 대비속에서 묵묵히 배경으로 깔려 있는 '죽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죽음을 두려워 하기 이전에 우리는 그 앞에 펼쳐진 삶에의 행복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135~136쪽)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가시게 해주었다는 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한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렇게도 나와 닮아서 마침내는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덜 외롭게 느껴지도록,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 뿐이다.

 

 

이 소설의 결말은 비극적이지만 뫼르소의 독백은 결코 비극적이지 않습니다. 그속에서 그는 행복을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방인은 다름아닌 "삶의 찬가이자. 행복의 찬가"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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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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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몇년전 까지만 해도 좀 관심을 가지고 ,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당당한 권리인 투표를 열심히 참석하여 새로운 정권 수립에 기여한 사람이었다고나 할까요. 뭐 말은 거창하지만 , 투표만 열심히 했다는 뜻입니다. 열심히 한 투표의 결과로 어엿한 정권이 탄생하지만 , 그들에게 곧 실망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이제 더이상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아져 버렸습니다. 다가오는 2012년 4월 11일 수요일이 19대 국회의원 선거인 총선날 이군요. 찍을 때 마다 누구를 찍어야 할지 참 고민입니다. 열심히 고민해서 찍어 놓아 봤자 그들은 그들의 잇권만 챙기는 붕당정치에만 열을 올릴 거니까요.

 

아하. 제가 왜 이렇게 정치, 총선 이야기를 하느냐구요. 금방 읽은 <내 연애의 모든것>이라는 소설 책 한권을 소개해드리고자 해서입니다. 이응준이라는 ,흠, 전 잘 알지 못하는 소설가이지만 이 책 한권으로 급관심이 끌리고 있는 작가입니다. 우파와 좌파로 대표되는 두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현실속에 있을 법하지 않은, 원수집안 끼리의 사랑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 처럼 그들은 죽어야 맺어지는 연인일까요? 새한국당 김수영 의원과 진보노동당 오소영 대표 의원은 서로 원수지간 처럼 으르릉 거리는 사이였다가 어찌 저찌해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립니다. 이들앞에 놓인 거대한 장벽이 무너질까요? 그 장벽을 무너 뜨릴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일 것이다. 연애를 경험한 남녀 사이처럼 말랑말랑 해져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이응준 작가는 상상을 해 보았나 봅니다.

 

인간은 살면서 흑백논리,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면서 살아갈 확률이 높아지지요. 공자의 손자인 자사에 의해 쓰여진 중용에서는 흑도 아닌 백도 아닌 중용의 법을 설파하고 있지만, 이런 중용의 길을 걷기란 도인의 수준에 올라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난 좌파다. 넌 우파야. 두가지 경우의 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놓은 두남녀가 있었으니.....사랑한다는데 어쩌란 것인가요. 한번쯤은 여러분도 사랑을 해보셨을 텐데 사랑하면 꽁깍지가 씌이고,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이지 않습니까.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꽁깍지를 떼고 나면 정말 미워 보일 상대방의 삐져 나온 콧털도 어여뻐 보이겠죠.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자기 당만 보지 말고, 인간대 인간으로 상대방의 어여쁜 구석을 한번씩이라도 찾아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응준 작가는 몽상가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애독가였던지 많은 철학자, 역사가, 작가 등의 말로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풍자하고 싶어합니다. 소크라테스, 토머스 모어, 히틀러, 벤저민 프랭클린, 스피노자, 니체 , 쇼펜하우어, 포르이트, 단재 신채호 , 이상, 푸시킨, 괴테, 하이네의 말들을 인용하면서 적절하게 인생의 문제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결혼에 대해서 패러디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하고 많은 사과나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사과나무도 존재하는 법입니다. 어릴적 개를 묻어 주면서 자기 앞에서 빛을 발했던 사과나무를 잊지 못하고, 어떤 이상형을 꿈꾸고 살아가는 마약 사법이자 퇴물 로커 장도준은 '빛이 나는 사과나무'를 찾고 있는 이상주의자 입니다.

 

166 사과나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죠. 빛나는 사과나무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의미를 줄수가 있습니다. 빛나지 않는 것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빛나는 사과나무를 오소영에게서 발견하게 되지만, 오소영은 술이 요물이라고, 술을 마시면서 김수영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김수영은 자신의 어머니를 보면서 사과나무를 또 연상하게 되지요. 그런 사과나무의 상징적인 의미는 자신에 어떤 특별한 존재인 '빛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과나무중에서 자신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어떤 대상, 인물을 인간이라면 원하고 있을수 밖에 없겟지요.킬러인 꽃미남은 또 '하얀 백합꽃'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순수, 순결의 의미를 넘어선 환멸의 상징으로 백합꽃 속에 폭탄을 넣어 테러를 일으키는 킬러가 꽃미남이라니 이것도 참 아이러니하게 다가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큰 스캔들로 사회이슈화 되면서 돌파구를 찾아 나선 김수영의 마지막 연설에서 김수영 의원은 이런 말을 합니다.

 

302 정치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정권은 국민이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 싶을 때 바뀝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혐오의 대상인 이유도 간단합니다. 사람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 대놓고 교활하게 사람 같지가 않아서 참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정치인이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건 간에 일단 사람같기를 바랍니다.......더 나아가 우리는 각자 가짜 정치인이기 때문에 서로 진짜 아름다운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정치인의 현실을 꼭 집어 자아비판과도 같은 말을 합니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좌파니 우파니, 야당이니 여당이니 하는 이분법으로 접근해 간다면 국민들은 자신들의 생활의 살만하냐 못살겠냐에 따라 반응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유가 사람같지 않아서 라고 당당하게 비판하고 나섭니다. 여당 의원으로서 하기 힘든 말을 속시원히 해 내는 김수영은 국회의원이 스스로 가짜 정치인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아름다운 적수가 되지 못하고, 서로 폭력적으로 으르렁 거릴 뿐이라고 합니다. 속시원한 그의 연설은 우리의 가려운 부분을 살살 잘 긁어 주고 있습니다.

 

정치에 신물이 나 있는 독자일지라도 정치의 허상속에 감춰진 사랑의 진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이응준 작가의 발칙한 상상이, 정말 정치도 이렇게 달콤 살벌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로 승화되어 아름다운 진짜 정치인이 탄생하기를 꿈꾸어 볼수 있게끔 해주고 있습니다.

 

 

CF) 결혼에 대한 재밌는 명언이 있어 소개합니다. 책속에 있는 내용인데, 아시는 분은 아실부분이지만 너무 재밌는 문장이라 적어봅니다.  --- 게다가 결혼이란 해도 후회고 안해도 후회라고 말했던 소크라테스는 이런 각주도 달지 않았던가. 어쨌든 결혼하도록 하라. 훌륭한 아내를 얻었다면 보다 행복해 질 것이다. 나쁜 아내를 얻었다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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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지음, 류시화 옮김 / 현문미디어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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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장 멀리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꿈과 희망을 가져야 될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명언으로 많이 들어본 것이다.

 

여느 갈매기처럼 먹기 위해 날고 있지 않고 어떻게 나느냐가 문제인 조나단 리빙스털 시걸이라는 갈매기가 여기 있다.

그는 먹기 위해 나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 짓인가 깨달으면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속도로 높은 곳에서 수평비행과 수직비행을 할수 있을지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갈매기 집단에서 추방당한다. 예술가들이나 역대 시대를 앞서가는 새롭고 혁신적인 생각을 하던 사람들의 살아 생전 무시 당하거나 인정 받지 못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그가 사라지거나 없어져야 위대한 사람이라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앞서 가는 사람들이라고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조나단에게도 적용이 되어 그는 혼자가 되어 자신만의 비행법을 터득해 나간다. 그런데 자신과 같은 갈매기가 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기뻐한다.

그들의 집단에 합류해 자신보다 더 나은 스승 셜리반과 치앙을 만나 순간 비행이라는 기술까지 알게 되고 그것을 위해 훈련을 하게 된다.

그들은 갈매기 백만 마리 중에 한마리에 해당되는 평범한 갈매기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비행을 해오던 특별한 집단의 갈매기 였던 것이다.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사실을 깨닫고 열심히 실천해나가고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부류에 나자신은 포함되고 있을까? 포함되고 싶어 노력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말해 주고 싶다.

 

한계가 없다고 , 조나단? 이라고 조나단이 키웠던 수제자 플레처 린드가 제자들을 키우라는 유언을 남기고 사라져간 조나단에게 독백을 하는 마지막 말이다.

그들은 진정 생각과 육체의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 갈매기 들이었다.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이라고 불리던 조나단은 꼭 사람으로 치면 예수와 부처 같은 성자의 느낌으로 와닿는다. 인간의 육체를 가진 한계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한계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부단히 배우고 실천했던 성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이지 않았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과 같이 고민하는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고 일깨워 주었던 선각자들이었다.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진정 선각자이면서 성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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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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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소설은 읽을수록 정감이 갑니다. 왜냐하면 그가 알고 있는 인생의 깊이가 깊으면서도 그 철학을 논할때 너무 현학적이거나 어려운 어휘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전 명작을 읽다보면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 되지 않는 작품, 특히 카프카의 작품같은, 이 많은데 몸의 글을 쉽게 이해 되면서도 그의 인생의 의미를 잘 표현해주고 있으니 독자들에게는 얼마나 반가운 작품인지 모릅니다. 1권에서는 우리의 주인공 필립이 육체의 굴레(절름발이라는 불구이므로)나 신앙의 굴레(사제인 백부의 양육을 받은탓에)에서 벗어나고자 여러 경험을 통해 결국은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2권으로 들어오면서 사랑과 격정의 굴레가 씌어진 필립은 <밀드레드>라는 여자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속물스럽고 저속하고 천박한 밀드레드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좀처럼 줄어 들지 않고, 그런 여자를 사랑하는 자신을 경멸하기도 합니다. 밀드레드가 에밀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다시 필립을 찾아와도, 자신의 절친이었던 그리피스와 사랑에 빠져 도망을 갔다가 다시 찾아와도 그녀에게 관용, 친절, 동정을 베푸는 필립의 모습이 참으로 이해 되지 않습니다. 그의 외곬수 적인 성격이 곧이 곧대로 보여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이기주의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는 이해할수 없는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것도 인간의 굴레 중 한부분이라고 필립은 생각합니다. 이런 사랑과 격정과 욕정의 굴레도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져 갑니다.

 

인간의 굴레 중 또 하나의 굴레는 돈입니다. 필립은 증권브로커인 친구의 유혹에 빠져 남은 돈을 투자했다가 탕진하게 됩니다. 그리고 노숙생활을 하게 되고, 병원근무 중 환자로 알게 된 애설니의 도움으로 취업을 하게 되어 돈의 굴레에서 어느정도 벗어나게 됩니다. "돈이 없으면 사람이 쩨쩨해지고, 비열해지고 탐욕스러워집니다. 성격도 비뚤어지고 세상을 저속한 관점에서만 보게 됩니다." 2주동안의 노숙 생활로 마음은 약해질대로 약해지고, 인생에 대한 모든 비관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으로 필립은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365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다. 죽는다. 인생에는 아무런 뜻이 없었다... 삶도 무의미하고 죽음도 무의미하다. 필립은 벅찬 기쁨을 느꼇다. 소년 시절, 신을 믿어야한다는 무거운 신앙의 짐을 벗어버렸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기쁨이었다. 이제 책임이라는 마지막 짐까지도 벗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되는셈이었다. 자기 존재의 무의미함이 오히려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인생이 무의미하다면, ,,,, 실패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고 성공 역시 의미가 없다.

 

 

결국 인생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지요. 인간의 굴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해방되는 셈입니다. 삶도 무의미하고 죽음도 무의미하니 실패도 성공도 믜미가 없어집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는 순간 신앙의 굴레를 벗어났을때와 같은 기쁨을 갖게 됩니다.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진정 인간은 대단한 존재가 아니며 창조물 중에 변화되는 과정에 생겨난 작고 하찮은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인간의 인생은 무의미하므로 실패를 해도, 성공을 해도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필립은 이런 진리를 깨닫는 순간 기쁨과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힘을 갖게 됩니다. 인생은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이지요.

 

필립은 의사 면허를 따기 위해 병원실습 근무중 여러 노동자와 하층민의 삶을 보게 됩니다. 그들의 삶은 <도미에>의 우울한 풍경의 그림 처럼 희망과 꿈도 없어 보입니다.

 

386 필립은 끝없은 노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사는 헤어릴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들에게 삶은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저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듯 받아들여야 하는 어떤 것이리라. 이 모두가 헛된 것이려니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필립으로서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받아 들일수 없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 마다, 생각되는 것마다 그 믿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것은 즐거운 분노였다. 삶이 무의미하다면 그것을 별로 두려워 할 것도 없을 테니까. 필립은 이상한 힘을 느끼며 삶과 마주하였다.

 

아무리 열심히 노동을 해도 가난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인생에서 삶의 무의미함을 느끼는 동시에 삶에 대한 이상한 힘을 느끼고 분노 같지만 이상할 정도의 즐거운 분노를 느낍니다.

 

필립은 작가 자신이 그러했듯 스페인 여행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꼭 한번 여행해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화가 친구 클러튼이 예찬했던 스페인의 <톨레도>라는 도시를 떠올리며  그 도시의 화가 <엘 그레코>를 느끼고 싶어 합니다. 영혼의 화가 였고, 톨레도의 화가였던 엘 그레코는 그리스 태생으로 보통 화가들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듯 그린 것이 아니라 영혼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림을 표현해 낸 화가였습니다. 아름다운 도시 , 영혼의 도시 톨레도와 엘 그레코를 꿈꾸며 스페인 여행을 기대하지만 결국 그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작가인 서머싯 몸은 의학의 길을 포기하고 스페인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작가의 길을 가게 됩니다. 하지만 자전적 소설인 <인간의 굴레에서>의 주인공 필립은 의사로서의 삶을 이어가게 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자신이 살았던 작가의 길이 아닌 중도에 포기했던 의사로서의 삶을 작가는 살아 보고 싶었던 것일까요?

 

필립은 인생의 의미를 비참하게 죽어간 시인 <크론쇼>에서 들은 비유, 인생은 <페르시아 양탄자>와 같다는 의미도 깨닫게 됩니다.

 

366 직조공이 양탄자의 정교한 무늬를 짜면서 자신의 심미감을 충족시키는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을 갖지 않았듯이, 사람도 그렇게 살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 것뿐이다.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일들과 행위의 느낌과 생각들로써 그는 하나의 무늬를, 다시 말해, 정연하거나 정교한, 복잡하거나 아름다운 무늬를 짤수 있다.

 

 

양탄자를 짜내는 직조공으로서의 인간은 자신의 인생을 좀더 정교하고 아름답고 복잡하게 짜낼수 있는 예술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인생을 살아가고 결국 그 삶의 자취가 양탄자의 무늬로 남듯이 인생은 그렇게 짜여 가게 됩니다. 열심히 양탄자를 짜다 일찍 죽은 친구 <헤이위드>같은 미완의 인생이 있는 가 하면, 여러 무늬로 , 다양하게 만들어진 무늬로 끝까지 완성품을 남기는 직조공도 있기 마련이지요.

 

우리는 어떤 <페르시아의 양탄자>를 짜게 될까요? 각자의 인생을 어떤 무늬로 남길수 있을지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어차피 과거에 짜온 무늬도 범상치는 않았을 것이며, 각자 다른 의미의 무늬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 또한 삶은 무의미하므로, 과거의 무늬에는 집착하지 말기도 합시다. 앞으로의 무늬만을 생각하면서 인생의 무의미함에서 오히려 기운을 얻는 필립처럼 삶의 진정한 즐거움을 찾아 떠나 보기로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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