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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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몇년전 까지만 해도 좀 관심을 가지고 ,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당당한 권리인 투표를 열심히 참석하여 새로운 정권 수립에 기여한 사람이었다고나 할까요. 뭐 말은 거창하지만 , 투표만 열심히 했다는 뜻입니다. 열심히 한 투표의 결과로 어엿한 정권이 탄생하지만 , 그들에게 곧 실망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이제 더이상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아져 버렸습니다. 다가오는 2012년 4월 11일 수요일이 19대 국회의원 선거인 총선날 이군요. 찍을 때 마다 누구를 찍어야 할지 참 고민입니다. 열심히 고민해서 찍어 놓아 봤자 그들은 그들의 잇권만 챙기는 붕당정치에만 열을 올릴 거니까요.

 

아하. 제가 왜 이렇게 정치, 총선 이야기를 하느냐구요. 금방 읽은 <내 연애의 모든것>이라는 소설 책 한권을 소개해드리고자 해서입니다. 이응준이라는 ,흠, 전 잘 알지 못하는 소설가이지만 이 책 한권으로 급관심이 끌리고 있는 작가입니다. 우파와 좌파로 대표되는 두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현실속에 있을 법하지 않은, 원수집안 끼리의 사랑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 처럼 그들은 죽어야 맺어지는 연인일까요? 새한국당 김수영 의원과 진보노동당 오소영 대표 의원은 서로 원수지간 처럼 으르릉 거리는 사이였다가 어찌 저찌해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립니다. 이들앞에 놓인 거대한 장벽이 무너질까요? 그 장벽을 무너 뜨릴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일 것이다. 연애를 경험한 남녀 사이처럼 말랑말랑 해져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이응준 작가는 상상을 해 보았나 봅니다.

 

인간은 살면서 흑백논리,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면서 살아갈 확률이 높아지지요. 공자의 손자인 자사에 의해 쓰여진 중용에서는 흑도 아닌 백도 아닌 중용의 법을 설파하고 있지만, 이런 중용의 길을 걷기란 도인의 수준에 올라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난 좌파다. 넌 우파야. 두가지 경우의 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놓은 두남녀가 있었으니.....사랑한다는데 어쩌란 것인가요. 한번쯤은 여러분도 사랑을 해보셨을 텐데 사랑하면 꽁깍지가 씌이고,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이지 않습니까.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꽁깍지를 떼고 나면 정말 미워 보일 상대방의 삐져 나온 콧털도 어여뻐 보이겠죠.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자기 당만 보지 말고, 인간대 인간으로 상대방의 어여쁜 구석을 한번씩이라도 찾아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응준 작가는 몽상가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애독가였던지 많은 철학자, 역사가, 작가 등의 말로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풍자하고 싶어합니다. 소크라테스, 토머스 모어, 히틀러, 벤저민 프랭클린, 스피노자, 니체 , 쇼펜하우어, 포르이트, 단재 신채호 , 이상, 푸시킨, 괴테, 하이네의 말들을 인용하면서 적절하게 인생의 문제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결혼에 대해서 패러디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하고 많은 사과나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사과나무도 존재하는 법입니다. 어릴적 개를 묻어 주면서 자기 앞에서 빛을 발했던 사과나무를 잊지 못하고, 어떤 이상형을 꿈꾸고 살아가는 마약 사법이자 퇴물 로커 장도준은 '빛이 나는 사과나무'를 찾고 있는 이상주의자 입니다.

 

166 사과나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죠. 빛나는 사과나무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의미를 줄수가 있습니다. 빛나지 않는 것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빛나는 사과나무를 오소영에게서 발견하게 되지만, 오소영은 술이 요물이라고, 술을 마시면서 김수영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김수영은 자신의 어머니를 보면서 사과나무를 또 연상하게 되지요. 그런 사과나무의 상징적인 의미는 자신에 어떤 특별한 존재인 '빛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과나무중에서 자신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어떤 대상, 인물을 인간이라면 원하고 있을수 밖에 없겟지요.킬러인 꽃미남은 또 '하얀 백합꽃'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순수, 순결의 의미를 넘어선 환멸의 상징으로 백합꽃 속에 폭탄을 넣어 테러를 일으키는 킬러가 꽃미남이라니 이것도 참 아이러니하게 다가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큰 스캔들로 사회이슈화 되면서 돌파구를 찾아 나선 김수영의 마지막 연설에서 김수영 의원은 이런 말을 합니다.

 

302 정치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정권은 국민이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 싶을 때 바뀝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혐오의 대상인 이유도 간단합니다. 사람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 대놓고 교활하게 사람 같지가 않아서 참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정치인이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건 간에 일단 사람같기를 바랍니다.......더 나아가 우리는 각자 가짜 정치인이기 때문에 서로 진짜 아름다운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정치인의 현실을 꼭 집어 자아비판과도 같은 말을 합니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좌파니 우파니, 야당이니 여당이니 하는 이분법으로 접근해 간다면 국민들은 자신들의 생활의 살만하냐 못살겠냐에 따라 반응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유가 사람같지 않아서 라고 당당하게 비판하고 나섭니다. 여당 의원으로서 하기 힘든 말을 속시원히 해 내는 김수영은 국회의원이 스스로 가짜 정치인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아름다운 적수가 되지 못하고, 서로 폭력적으로 으르렁 거릴 뿐이라고 합니다. 속시원한 그의 연설은 우리의 가려운 부분을 살살 잘 긁어 주고 있습니다.

 

정치에 신물이 나 있는 독자일지라도 정치의 허상속에 감춰진 사랑의 진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이응준 작가의 발칙한 상상이, 정말 정치도 이렇게 달콤 살벌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로 승화되어 아름다운 진짜 정치인이 탄생하기를 꿈꾸어 볼수 있게끔 해주고 있습니다.

 

 

CF) 결혼에 대한 재밌는 명언이 있어 소개합니다. 책속에 있는 내용인데, 아시는 분은 아실부분이지만 너무 재밌는 문장이라 적어봅니다.  --- 게다가 결혼이란 해도 후회고 안해도 후회라고 말했던 소크라테스는 이런 각주도 달지 않았던가. 어쨌든 결혼하도록 하라. 훌륭한 아내를 얻었다면 보다 행복해 질 것이다. 나쁜 아내를 얻었다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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