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냉전 시대
제이슨 솅커 지음, 김문주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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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제2차 세계대전을 World War Two라고 부릅니다. 제이슨 솅커의 신저인 이 책은 원제가 Cold War Two인데, 말그대로 제2차 냉전이라는 뜻입니다. 20세기 중반 소련과 미국 사이의 다툼이 1차 냉전이었다면, 지금 서로 포화만 오가지 않을 뿐 살벌하게 서로를 노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갈등을 2차 냉전이라 지칭할 수 있습니다. 제이슨 솅커뿐 아니라 누구라도, 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이 시대구간을 그렇게 파악하는 데 동의할 텐데, 시대가 바뀌면 그에 임하는 적응 전략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 신저에서 우리 독자들도 그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88을 보면 중국의 미국 지우기 전략이라는 게 있습니다. 무기를 써서 미국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게 아니라(아직은 그 정도가 되진 못합니다), 경제적으로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적어도 중국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데 미국으로부터 공급선은 정리하거나 대체하겠다는 뜻입니다. 미국은 지금 이게 안 되어, 중국 공산품을 차단하니 미국 소매점 매대가 텅텅 비는 판입니다. 마치 (1차) 냉전 때 소련 식료품점이나 빵가게 앞에서 물건을 사려고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섰던 모습도 떠오르는데, 제조업 강국이 갖는 이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미국이 열위에 섰다는 게 차이일 뿐입니다.

미국도 중국을 공급망에서 제외시키려니 저런 난감한 점이 있어서 지금 단호하게 밀고나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당장 시민들의 일상용품을 종전처럼 싼 값에, 혹은 어느 정도라도 비슷하게 조달할 만큼 새로운 제조원을 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1980년대 미국에는 모든 종류의 생필품이 made in USA로 매대에 진열되었고 미국내를 떠나 그 남은 물량이 전세계를 덮었으니 이래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나왔던 것입니다. 40년 새 미국 공산품은 가격, 품질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잃고 세계 시장에서 사라졌으니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수밖에요. 이제는 딥시크의 성공 예에서 보듯 첨단 분야에서조차 중국 눈치를 봐야 합니다. 십 년 동안 이를 갈고 기술 분야에 투자한 중국인데 무슨 수로 견제하겠습니까.   

p64에는 바그너 그룹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야무진 독재자 푸틴의 지도 하에 기력을 되찾아가며, 취약한 재래식 전력(소련 붕괴 후 상당량을 세계 시장에 내다팔았습니다)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 회사인 바그너그룹을 적극 활용하는 등 민활한 모습을 보입니다. 다만 재쟉년에 세계가 지켜봤듯 그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푸틴과 갈등 끝에 죽었고 지금은 20대 후반인 그의 아들이 이끌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15년 전부터 세계적 범위에서 자원 확보에 애썼습니다. 이 책에도 나오듯 콩고(브라자빌)에서는 중국이 확고하게 자원 생산처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그 거대한 잠재력을 빨아먹는 중이고(이 나라는 원래 영국 식민지였으며 인근의 더 큰 나라 민주콩고는 벨기에 식민지였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도 특히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에 대해서 중국이 역시 큰 지분을 갖습니다. 미국은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남미에 새로운 접근 수단을 강구하지만, 이미 단물 다 빨았다는 듯 중국은 리튬 아니라 나트륨을 이용하여 2차전지를 제조하는 신기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저걸 액면 그대로 믿을 건 아니지만 여튼 이 분야에서 중국이 가장 앞서감은 분명하며, 한국은 이미 추월되었고 미국은 아예 손도 못 쓰는 판입니다.

p114를 보면 공급망 탈동조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은 5년 전에서야 부랴부랴 인태 전략을 새로 구상하여 인도, 베트남 등으로 서플라이체인을 바꾸려 들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은 당과 국가 수뇌부가 확고한 친중이며 주변의 기대보다 성장세가 신통치 못합니다. 1980년대 한국 흉내를 내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인도는 숙적 파키스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안보 위협을 당하며 며칠 전에도 프랑스제 라팔을 운용하다 상대방의 J-10C에 격추되어 큰 망신을 겪었는데, 문제는 파키스탄이 채용한 저 전투기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뉴스가 알려지자 이집트가 전투기 도입선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급히 바꾸었습니다. 중국의 성장은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산업 전반에서 한국의 밥그릇을 치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p132를 보면 미국은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을 통해 종전의 실수를 만회하려 듭니다. 오프쇼어링은 1990년대 미국이 세계화를 시도하며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은 해외에 하청을 주고 자국은 손쉬운 금융업이나 하이테크만 전념하려 했던 정책입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이 정책은 큰 실책이었음이 확인되었고, 제조업의 감퇴는 미국 내 일자리 감소뿐 아니라 유사시 국가 안보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p186 이하에서 저자는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전개하는데, 사실 트럼프도 시진핑도 바보가 아니므로 섣부른 전쟁, 즉 열전(hot war)를 벌인다든가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술과 경제에 야무지게 투자해야 미래가 있는 법인데,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고 현재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국가 자원을 당대에 다 탕진하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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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에서 만난 순간들: 여행자의 스케치북
이병수 지음 / 성안당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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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병수 교수님은 GS건설에서 주된 경력을 쌓았고 중국 광저우 현지에 근무하며 이 지역과 각별한 정서적 연대를 맺으신 듯합니다. 건축사라는 직업도 기술적 능숙함, 수학이나 공학적 기법 외에 예술적 감각을 요하는데, 저자께서도 지금 이 책에서 잘 드러나듯 따스한 감성이 묻어나는 그림을 페이지마다 담았습니다. 본인이 직접 그린 작품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집 주변 그림지도를 그려와라, (미술 시간 외에) 건물이나 시설의 투시도, 입체도를 그려 보라고 시키는 게 관찰력과 공간감각을 키우려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건축 쪽 일은 이런 스케치 능력과 조형물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 센스가 있어야 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광둥성의 중심 광저우는 대만이나 필리핀과 별반 기후가 다를 바 없는, 같은 중국이라고는 해도 살벌한 겨울이 찾아오는 저 베이징이나 동북 3성하고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납니다. 같은 남쪽이라고 해도 그 쓰는 말이, 오어(吳語), 민남어(閩南語), 월어(粵語) 등이 서로 많이 다른데, 월어가 바로 광둥어입니다. 중국이 19세기, 20세기 전반 반(半)식민지 상태에 놓였을 때 이곳은 프랑스, 영국이 각축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p58을 보면 사몐다오(沙面島. 사면도) 일대가 소개되는데, 원래 여기가 섬이 아니라(섬 島 자가 붙었지만), 영, 불 양국이 강을 매립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주장(朱江. 주강)은 한국에서 과거 주장 강이라고 이름이 잘못 불리기도 했는데, 이 주강과 장강 일대는 베이징에서 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유럽 제국주의 세력이 마음놓고 활개를 쳤습니다. 저자의 설명대로 유럽 풍 건물들이 매우 많고, p64 이하에 성당 그림이 나오는데 이곳을 찾으면서 신앙심을 다졌다는 회고가 있습니다. 이 일대는 프랑스의 세력이 강했기 때문에 체류민들도 프랑스계가 많았던 역사상의 이유입니다.

세계 최대의 모조품 시장... 약간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하는데, 여튼 가짜를 잘만드는 것도 그나름대로 재주인지 모르겠습니다. p76 이하에 짠시루(站西路. 참서로)가 소개되는데 여기가 그런 곳인가 모양입니다. 사람들의 평판은 전자제품이나 시계류보다는 의류, 가죽제품에 호평(?)이 나온다고 책에 쓰셨는데, 아무리 그럴싸해도 짝퉁을 몸에 두르는 것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다니는 게 나을 듯합니다. 제가 아는 동대문 의류상은 요즘 (가깝지도 않은) 광둥에 자주 들른다고 하는데 그게 이렇게 다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피파월드컵 축구경기 같은 걸 보면 피치사이드보드에 중국어 광고가 나오곤 합니다. 사실 세계에 중국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비중국인 중에는) 그리 많지 않은데도 이렇게 하는 건 다른 이유가 있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광고에서 많이 본 만달(萬達. 완다. Wanda)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광저우 지하철 6호선(한국은 서울쯤이나 되어야 6호선이 있는데 중국은 지방에도 예사로 6호선이니 그 크기를 실감합니다) 수위안역(蘇元站)에 위치한 완다광장이 p94에 소개됩니다. 저 역은 한국식으로는 "소원참"이라 읽히는데, 중국에서는 驛(역) 대신에 站(참. 중국어로는 4성 '잔'으로 읽음)이라는 말을 씁니다. 완다가 뭐하는 회사인지는 이 상징적인 45층 건물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p138에는 황포군관학교가 나오는데 우리 민족이 이족의 철제 하에 신음할 때 인재들이 이곳을 찾아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초대 교장이 장개석 총통이며 김원봉(金元鳳), 오성륜(吳成崙), 최원봉(崔元鳳) 등이 모두 이곳에서 배출된 독립운동가들입니다. 황포군관학교는 주장(朱江. 주강)과 바로 연결되어 해상 교통으로 광저우 도심과 바로 연결된다는 저자의 설명도 있습니다.

광저우와 반(反)외세, 반봉건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은 선입견과 달리, p132를 보면 廣州起義烈士陵園이 소개됩니다. 저자는 1927년에 일어났던 이 봉기에 대해 설명하며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이 열사릉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감개어린 어조로 평가합니다. 일러스트에도 밀도 높은 공감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p189를 보면 廣州蘭圃가 소개되는데 蘭이라고 쓰는 건 한국식, 구 번자체입니다만 현지에서는 주로 兰이라고들 쓰겠죠. 특이하게, 중국인들도 이 글자만큼은 蘭이라고 갖춰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한국의 중국인 식당 간판들에서도 蘭은 좀 자주 보는 편입니다.

그림이 많아서 이해가 빠르고 저자의 중국 지리, 문화, 역사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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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알고 있다
모리 바지루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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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가가 쓴, 장르가 모두 다른 다섯 편의 모음입니다. 그런데 앞 작품의 단서를 뒷 작품이 받고, 마지막 <사랑과 질병>에서는 앞 네 작품의 이런저런 큐들이 합류하기 때문에 독자의 마음이 뭔가 찡해집니다. 맨처음의 <아오카게 탐정의 현금 출납장>이 추리장르라서 저는 이후의 네 작품도 다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 장르로 분리된 여러 다른 세계가 알고보니 하나의 가느다란 통로를 통해 만나는 걸 보고,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옆 칸의 평행우주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떠한 우리의 연(緣)이 만들어질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첫 작품은 두 번의 반전이 있습니다. oo oo치기가 두 번 쓰인 건데 한 번은 실제로, 한 번은 oo의 말을 통해서입니다. 연속으로 두 번이 쓰였다는 게, 장르의 규칙을 익히 아는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미도리하라 파의 비서 야쿠시지는 우리가 저 강남 번화가 어느 샵에 들르면 별개의 책상에 앉아 상황을 조용히 주시하는 정체 모를 아저씨 같은 인상이죠. 루리야는 공부를 못해서 그 부친으로부터 매우 심한 폭력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 역시도 공부에 열의가 없던 본인의 잘못이며 이렇게 범죄조직에 들어가라고 누가 등을 떠민 사람도 없습니다. 아무튼, 이 장르에서 oo이 크게 훼손되었다는 상황이 나오면 대뜸 저 트릭부터 떠오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건 그렇고, 아오카게 탐정은 간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나중에 사정이 드러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요?

두번째, 청춘소설 <최고 반응!>은 제 개인적인 생각에 이 책 전체의 척추 같은 역할입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만담"이라는 분야로 고등학생들이 서바이벌 경연에 참여한다는 것도 크게 공감가지 않았고 아이들이 구사하는 사투리도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사기 하유라는 여고생, 명랑하고 당차지만 마음에 아픈 상처가 있고 고민도 많은 소녀한테 자꾸 정이 가서 저는 3, 4, 5번째 작품을 읽다가도 다시 여기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자기객관화도 잘 되어있고 현실적이며, 이런 유형이 잘못하면 피해의식 때문에 남들한테 되지도 않은 생떼를 쓰고 폐나 끼치기 쉬운데 그런 면도 전혀 없어서 대견했습니다. 나이도 어린데 말입니다.

p89, p149에는 아사기의 대사를 통해 "시공 경찰"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시공 경찰이 대체 뭔지(p206) 저는 판타지 장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만약 이 작품집 네번째 엔트리로 판타지가 나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을텐데 말입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건 도바시 지히로가 p128에서 개그 대본을 까먹은 아사기를 도우면서 멋지게 상황을 넘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모든 경연 참여는 아가시가 주도한 건데 정작 본인이 대사를 잊다니! 그러나 도바시도 그간 아사기와 호흡을 맞추며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주인의식도 있어서 필요할 때 제몫을 할 줄도 압니다. 주인공인 애들이 이렇게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어른 독자 입장에서 너무 흐뭇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니케 트로피입니더!"가 음성 지원되는 것 같습니다.

나츠메 양은 꽤나 미인인데, 아사기가 도바시를 처음 포섭(?)할 때 이 나츠메하고 도바시를 연결해 주겠다고 했던 바로 그 아이입니다. 얘가 왜 예쁜지는 세번째 작품 중에 이유가 나오며(p222), 네번째 작품에서는 스케일이 확 커져 계(界)를 초월한 처절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흡혈귀 아닌 흡골귀(吸骨鬼. p292)란 건 또 처음 들어 보는데, 갑자기 비서 하루사키와 아웅다웅하는 아오카게 탐정이 등장해서 독자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또, p278에 나오듯이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어느 영혼은 임시로 이름을 笑라고 짓는데, 이 "소"라는 글자는 주로 일본에서 입 구 변에 관(關)의 약자를 써 훈독으로 "さく(사쿠)"라 읽습니다(한국에서도 그 글자를 "[꽃이] 필 소"라고 따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혼도 임시로 자기 이름을 "사키"라 부르는 건데, 독자는 나중에 이 영혼이 누구인지 비로소 알고 2편으로 다시 돌아가봐야 합니다.

다섯째 작품에서 저 첫번째 작품의 오나기 보스가 잠깐 등장하여 주인공 오토구로 나미를 무섭게 합니다. 아, 후유키 oo키(冬木 千秋)라고, 이름에 계절이 두 번 들어가는 특이한 이름이라는 말은 저 앞 p171에 나왔지만, 그때는 성이 나츠메[夏目. 하목]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그때 이미 설명이 나왔고, 인과 연이 서로 얽히고설켜 우주를 맺기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마치 불교 설화를 보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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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나의 사춘기 특서 청소년 에세이 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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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사람의 일생에 있어 가장 순수하고 좋은 시절입니다. 타인을 보는 시선도 때 묻지 않았고, 계산이나 왜곡 없이 소통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감정의 흐름을 통제하기 힘들고, 충동 때문에 잘못하면 신상에 대한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춘기는 누구한테나 아름답지만, 또 내 마음을 나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제1장은 Q&A형식으로 꾸려집니다. 모두 11개의 질문과 답인데, 질문들도 참 좋지만 답변들도 청소년들이 두고두고 힘들 때마다 읽으며 의지를 추스릴 수 있는 좋은 내용들입니다. 예를 들어 p18을 보면 "재능이 없는데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작가님 답변은, 역사상 길이 남을 소수, 극소수의 천재들과 비교하며 자신감을 잃을 게 아니라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어른 중에 가장 나쁜 타입은, 아이한테 약점을 자꾸 부각하며 열등감을 부추기는 타입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없는 장점도 찾아 줬더니 어른이 되어 아예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나오는 막가파도 있죠. "피터팬 증후군", 즉 어른이 되어서도 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성장을 거부하는 미성숙한 심리(p27)도 떠올려 봐야 하겠습니다.

p81에서 저자는 참된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가 바라보는 나가 든든한 사람(p83)" 아마 이런 사람은 정신도 건강하고, 조직 안에서도 타인과 충돌 없이 자기 할 말 다 해 가면서 무난한 승진도 제때 해 내는 사람일 듯합니다. 저는 어떤 MZ 여직원이 연상의 남자 대리한테 "센스가 없네, 눈치가 없어" 같은 말을 듣고도 작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웃어넘기는 걸 봤는데, 이런 사람은 그만큼 자존감이 강하기  때문에 이른바 "긁히지" 않는 것입니다. 태연한 척 연기하는 것과, 그래 너 떠들어봐라며 타격감 없이 넘기는 건 차원이 다릅니다.

2023년 11월 탁경은 작가님의 <소원 따위 필요없어>를 읽고서도 느꼈는데 작가님은 "공생의 미덕"을 참 중시하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p100에서 언급하는 최재천 교수님의 "호모 심비우스"도 같은 맥락입니다. 또 청소년들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우리 나라처럼 세속적이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환경에서 자칫 참된 자아를 잃고, 타인지향적 가치관을 갖기 쉽습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나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내 곁의 이웃을 언제나 생각하되, 이웃을 생각하는 척 연극을 하며 사기를 치는 한심한 범죄자의 본을 받아서는 결코 안 되겠습니다.

p125에도 그런 말이 나오는데, 태백산맥과 한강을 지은 조정래 작가님도 처음부터 그렇게 글을 잘 쓰신 게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을 하셔서 오늘날의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내가 문장을 찾은 게 아니라 문장들이 나를 찾아와 준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님의 말입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윤성희 작가, 일본영화 <굿바이>, 그리고 김연수 작가의 명언들이, 저자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끝까지 버티게 해 준 버팀목이었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버티고 성공을 해 낸 사람이 재능 있는 것입니다.

"무조건 내가 내 편이어야 한다(p144)." 사람한테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시련이 닥칩니다. 이걸 일일이 민감히 반응하면서 넘기려 들면 한도끝도 없고 내 안의 힘이 모두 소진됩니다. "내 안의 가능성을 내가 느끼고 현실로 만들어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이 있고 자신만의 포텐이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 수요와 맞아떨어져 큰 성공을 거두고 아니고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결기에 달렸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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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장으로 보는 최신 IT 트렌드 - 최신개정판
Saito Masanori 지음, 김모세 옮김 / 정보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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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이 책의 구판을 리뷰한 적 있습니다. 이제 더 깔끔한 편집의, 더 새로운 내용의 신판이 나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그간 프로그래밍은 객체지향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고, 빅데이터의 성과가 쌓이고 쌓여 생성형 AI 여러 포맷이 엔드유저가 바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습니다. 이 책의 제7장에서 AI의 그동안 발달 현황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북뉴스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독자인 저는 이 재개정판에서 내용이 대폭 바뀌었음을 확인하고, 세상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함을 간접적으로 절감했습니다. 우선 이 책은 서두에 "디지털 기초 지식"을 배치했는데, 구판에서는 혹시 스스로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독자라면 참고할 수 있게 맨뒤에 수록했던 내용입니다. 이 신판에서는 총론 구실을 겸하게, 향후 몇 년 간의 발달상도 내다보면서 독자들을 이끕니다.

또 이 개정판에서 대폭 보강된 게 DX입니다. 제2장, 10장에서 다루는데 2장에서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정의와 함께 심층적으로, 다방면으로 논의하며, 10장에서는 DX의 실천, 비즈니스 생태계와 어떻게 어우러질지에 대한 전망이 나오며 특히 CEO나 정책당국자들이 읽어 볼 만한 내용입니다. transformation라는 단어에 x라는 철자가 없으니 왜 약자가 저렇게 되는지 의아할 수 있지만 이미 확립된 약칭, 용어이며, 콜라보, 경계 허묾, 변용, 크로스오버 등을 뜻하는 X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구판에서는 첫장에 IoT가 나왔었는데 신판에서는 제6장으로 좀 순서가 밀렸습니다. 당시에는 IoT가 최고의 핫한 키워드였고 아직 전망이 불투명한 AI보다 순위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이 책 구판은 그 당시에도 앞으로는 AI가 시대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비교적 많은 비중을 할애했었습니다. 디지털 트윈(p230)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추가되었습니다.

또 4장에서는 클라우드를 다루는데, 구판에서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p150)"을 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이 책의 최고 강점인 그래픽을 최대한 쉽게 짜서, 혹시 이 분야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게 배려했습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그림이 더욱 제몫을 다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DX의 뜻은 모든 걸 디지털로 바꾸고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것입니다. p88의 그림을 보면 소용돌이(vortex)를 형상화하여 이 개념을 잘 표현합니다. 그런데 일러스트 하단을 보면 "디지털화할 수 없는 것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렇게 모든 게 디지털로 바뀌어 UX, 즉 사용자 경험(experience)으로 몰아넣는 건데, X라는 문자의 뜻은 이 맥락에서도 의미를 하나 추가합니다. 생성형 AI가 아직 학습하지 못한 비(非)선형 표현양식을 가진 아티스트가 특별한 대접을 받게 되는 결과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얼마 전 SKT 유심 해킹 사태가 터졌는데, 이로써 보안(p190)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하게 된 듯합니다. 다행히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하여 어떤 사고가 터지지는 않았으나, 더 지켜봐야 합니다. 대중과 당국, 통신사의 관심이 흩어졌을 때 해커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니 말입니다. p196을 보면 인증 연동과 싱글사인온(SSO)의 관계가 그림으로 보여지는데, 역시 인증페더레이션의 원리나 구조에 대해 한눈에 들어오게 잘 설명합니다.

p268을 보면 AI와 머신러닝의 관계가 나오는데 현재 직장에서 일상에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생성형 AI의 저런 기능, 저런 뛰어난 성과를 가능케 한 게 딥러닝입니다. 이게 어떻게 체계를 잡아서 현 단계에 이르렀는지 저 그림이 잘 보여 주네요. 뉴럴 네트워크라는 게 그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또 이번판에 새로 강조된 항목이 p292의 "기반 모델 머신러닝"인데 기존의 방식과 뭐가 다른지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p296의 자연언어 처리도 도식화하여 그 원리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합니다.

IT 세계의 최신 변화를 초등학생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깔끔하게,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설명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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