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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리에게 변혁의 길을 묻다 - 파울루 프레이리 교육학의 사상적 뿌리, 2023 세종도서 학술부문
심성보 지음 / 살림터 / 2022년 10월
평점 :
프레이리에게 변혁의 길을 묻다
심성보
바람이 서늘해지는 11월 초, 제천 간디학교에 갔다. 이병곤 교장선생님은 심성보교수님 북콘서트에 토론자로 참여해야 한다며 서둘러 학교를 나서고 있었다.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이병곤선생님에게 인사를 건네고 심성보 교수님의 근저를 검색했다. <프레이리에게 변혁의 길을 묻다>. 초록 바탕 위에 ‘프레이리’와 ‘변혁’이 눈에 들어왔다. 페다고지를 읽어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던 때가 있었다. 진보 교육이니 보수 교육이니 죽은 교육이니 살아있는 교육이니 하는 말들이 나에게서 모두 튕겨 나가기만 했다. 너무나 행복한 학교생활이었다고, 그래서 입시 블랙홀에 빠진, 경쟁이라는 말로 교육을 말해 버리면 나의 행복한 학창시절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로 거슬러 올라가 루소와 페스탈로치, 부버, 로저스, 프롬, 라캉, 푸코, 듀이, 프레네, 하버마스, 코르차크, 비고츠키, 랑시에르, 일리치, 그람시, 게바라에 이르는 교육자와 철학자를 프레이리와 연결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프레이리 교육학의 사상적 뿌리는 저 멀리 고대 아테네까지 갔지만, 관통하는 한 가지는 앎을 실천하고, 배움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머물러있지 않고,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각자가 지닌 배움의 의지를 지속할 수 있도록 배움을 조직하고 앎과 행이 일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었다.
학교에 교사로 섰을 때, 약간의 자만심과 우쭐함 그리고 아이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학교라는 공간은 견디기 싫은 그래서 자꾸 도망가고픈 곳이 되어버렸다. 그제야 학교 안의 아이들이, 학교를 지배하는 시스템이, 학교 안의 교육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진보 교육, 학습자 중심 교육을 읊조리던 기억을 떠올리며 어렴풋이 답답함의 근원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대학 시절, 일주일의 고단을 녹여내 주었던 건 ‘무한도전’이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던 구성원들의 행동이 연출된 것이기에 안타까워하면서도 흔쾌히 웃었다. 그 잔인함이 학교에, 교실에서 아이들이 연출이 아닌 실제의 삶에 투영되어 가는 것을 보며 씁쓸해하던 기억이 난다. “얘들아, 저건 연출이야. 쟤네가 카메라 밖에선 얼마나 돈독한지 알아?” 하며 함께 잘 사는 삶을 말로 내뱉는 순간 싸늘하게 식어버린 교실의 공기를 느꼈다. 지루하게 박제되어 버린 말은 교과서 안에 갇혀버린 글자처럼 책장에 갇혀서 더 단단하게 굳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삶과 멀어지는 배움, 지금 우리의 배움에는 무엇이 있는가? 아이들도 사라지고, 교사도 소멸되어 가는 공간에서 배움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너무 멀리 와 버려 닿을 듯 닿지 않는 배움 앞에서 무엇을 ‘교육’이라 할 수 있을까?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금은 가까이 닿을 수 있는 배움이 무엇인지, 배움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주는 힘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