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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사전 - 여자도 몰랐던 내 몸 이야기 ㅣ 여자·남자 사전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지음, 매그힐 위네스 그림, 신소희 옮김 / 초록서재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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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활동하는 의사인 니나 브로크만과 의대생 엘렌 스퇴켄 달은 오랫동안 청소년들과 성 노동자, 이민자에게 성 건강에 관해 교육해 왔습니다. 두 저자는 성 건강 교육 전문가로서 다양한 여성을 만나 잘못된 정보 때문에 여성들이 도리어 수치심을 가지는 현실을 깨닫고, 더 많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고자 글을 썼습니다.
작가 소개
'내가 성교육을 받았던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다시 기억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끝내 나는 성교육 시간을 떠올리지 못했다.
내 또래는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학생 시절 한참 뜨고 있던 구성애 선생님의 강의를 텔레비전으로 들으며 '너무 야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내 모습은 기억난다.
성인이 되어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인권'을 떠올렸고, 인간의 기본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배우면서 젠더에 대한 고민도 했었다. 아마도 이성적으로 성에 대한 고민을 했던 건 이때였을 것 같다. 가장 큰 배움이자 충격이었던 것은 북유럽의 성인식과 제도였다.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을 그렇게 읽고 싶었는지도.
[여자 사전]은 여자 사람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좋았다. 어쩌면 읽으면서 좀 거북한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여기는 북유럽이 아니니까.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나 고마운 책이다. 여기는 북유럽이 아니라서 더 고맙다. 내가 말로 다 까발리기 어려운 부분을 아이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좋았으니 말이다. (더불어 남자 사전도 나왔으면 좋겠다.)
'여자아이'란 뭘까?
우리는 이 책에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여성 호르몬과 남성 호르몬, 여성 신체와 남성 신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게 있는데, 때로는 개인의 신체가 자신이 속한 성별과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야. 여자아이의 몸을 지닌 남자아이나 남자아이의 몸을 지닌 여자아이도 있다는 거지.
17쪽
아이가 가장 놀랐던 부분이다. 남자와 여자 말고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에 깜놀.
사진출처 : 네이버
다양한 성 정체성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 아이의 생각이 과연 객관적일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엄마의 역할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리라.
아이에게 Intersex(간성)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머리를 엄청나게 굴렸었다. 남자처럼 생겼다고 반드시 남자가 아닐 수도 있으며, 여자들이 모두 여성의 몸을 가진 것도 아니란 분명한 사실을 엄마 말로 들었던 아이는 책을 보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아이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이해를 하는 모습이 흡족했다.
내 털은 내 마음대로
털을 제거할지 안 할지는 네가 결정할 문제야.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간에 털은 자연스러운 신체의 일부라는 걸 아는 게 중요해. 여자도 남자처럼 몸 여기저기 털이 나게 마련이고, 몸에 털이 났다고 해서 불결한 것은 아니지.
44쪽
나는 엄마에게 비밀로 하고 혼자 몰래 약국에 가서 제모제를 샀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나 딸이 나에게 '털을 없애고 싶다'라고 말했고, 나는 딸의 손을 잡고 올리브영에 가서 제모제를 샀다. 그 순간 내 사춘기 시기에 억눌렸던 수치심 같은 것이 해결되는 기분이었다. 딸에게 '네 털이니 네가 결정하라'라는 말을 하면서 나는 내 어렸을 적 나에게도 함께 말하고 있었다.
난자와 정자의 '진짜' 이야기
정자들은 서툴러.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몰라서 대부분 질 한구석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소수만이 올바른 경로를 찾아내고, 나머지 대부분은 양쪽 나팔관 중 잘못된 쪽을 선택한 나머지 어둠 속에서 외로이 죽어. 나팔관을 제대로 찾은 정자들도 한참을 기다려야 해. 영웅적인 경주 끝의 결승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76~77쪽
이 책 전체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정자들은 서투르다. 성교육 화면에서 보이는 난자를 향해 전투적으로 돌진하는 정자는 뻥이다. 아~ 통쾌해~! 게다가 난자도 얌전히 기다리지 않는다. 매달 1천 개의 난자가 자라며 이들 중 가장 우수하고 대담한 난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수동적인 난자와 능동적인 정자는 수동적인 여자와 능동적인 남자...?? 선입견을 깨부수는 이 책이 나는 정말 시원했다.
첫 키스
백 퍼센트 확신하고 싶다면 물어보는 게 좋아. 바보같이 보일 거라고? 그렇지 않아.
'키스해도 돼?" 아니면 "너랑 키스하고 싶어.'라고 말해봐. 그 사람이 키스하기 싫다면 네가 확실히 물어본 덕분에 상황이 덜 난처해지겠지. 그 사람은 거절할 기회가 생긴 거고, 넌 키스하려던 상대가 고개를 홱 돌려 버리는 일을 겪지 않아도 될 테니까.
219쪽
'거절할 기회'라는 단어를 들어봤던 적이 있던가? 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멋있게 들리는 것 같다. 단어 자체도 멋있지만 기회를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군다나 이것이 성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확실히 그렇다.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군부대 성 비위 사건을 보더라도 '성'과 '질문', '거절'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본인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알아듣는 사회. 이런 사회를 바란다. 얼마나 바라는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원한다.
엄마의 입장으로 읽기 시작했고, 읽는 도중 여자도 되었다가, 인간도 되었다가, 다시 엄마로 책장을 덮었다. 사전을 일회용으로 읽는 사람이 없듯 이 책이 아이 책장에서 계속 들락날락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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