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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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굴 하나의 바깥에 우리와 연결된 덫을 설치하고 땅콩버터와 새 모이를 미끼로 놓은 다음 체육관으로 향한다. 2분이 지나자 우리 안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강력한 설치류의이빨로 철사를 쏠고 있다. 나는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다. ‘돌아와, 한 마리 잡혔어?
하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10분, 15분이 흐른다.
다람쥐는 안전을 찾아 스스로 철사를 미친 듯이 씹어 대고벗겨진 회색 입술을 문지르고 있다.
한 시간 뒤, 남편이 와서 텅 빈 덫을 들여다본다. "다람쥐는 어디 있어?" 남편이 묻는다.
"내가 보내 줬어."
"오." 남편이 말한다. "잘했어." 그는 햇살이 눈부시고홀가분한 일요일 오후가 선물임을 이해하는 남자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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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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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가 가까이 있을 때 큰어치가 내는 찌륵-찌륵, 찌륵-찌륵 하는 경고음을 나는 좋아한다. 더 부드러운 휘어 휘어휘어 하는 울음소리와 짝을 위해 부르는 플리즈 플리즈 노래를 좋아한다. 큰어치는 음역대가 매우 넓다윙윙거리고, 딸깍거리고, 찍찍거리고,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고, 낑낑거린다. 그리고 속삭임이라고 단언할 만한 소리도 낸다. 하지만 그들이 내는 소리 중 나를 1968년으로 곧장 데리고 가는 소리는 끽끽거리는 방충망 경첩 소리를 흉내내는 울음소리다. 나는 소나무 꼭대기로부터 그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즉시 로워 앨라배마의 바랭이 지역으로 돌아간다. 그곳의흙은 붉은 모래이고, 솔잎이 내 모든 상상 속 집에 어울리는향기로운 나무 그늘을 만들어 준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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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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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빗자루를 든 채 내 집 앞 산책로에 조용히 서서 에올라 생각을 한다. 그리고 길을 청소하는 적절한 방법을 내게 가르쳐 준 사람이 외할머니라는 걸 더 이상 확신하지 못한다. 에올라였을지도 모르지. 외할머니는 전혀 그러지않았지만, 에올라는 일하러 다니는 날마다, 그 매일마다 내외조부모님 집 앞 산책로를 청소하기 위해 물려받은 헌 신발을 신고 먼지투성이 도로를 걸어 내려가지 않았던가? 내가 물어봤을 때 알려 준 사람은 에올라가 아니었을까? 내가콩들을 길게 꿰도록 해 준 에올라, 빵 반죽 쪼가리를 손으로주무르게 해 주고 나에게 칠면조 파이를 구워 준 에올라? 이스트 롤 조리법을 남기지 않은 에올라? 씨앗 왕관들이 바람을 타고 그녀를 나에게 다시 데려다 줄 때까지 기억에서 잊혔던 에올라?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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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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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죽음을 토대로 번성한다.
그러나 봄 햇살 속에 가만히, 아주 가만히 있어 보아라.
그러면 잿빛머리 박새 한 마리가 당신의 머리칼을 거둬 모으러 다가올 것이고, 그것으로 새끼를 위한 부드럽고 따뜻한 둥지를 만들 것이다. 담쟁이덩굴이 집 한쪽 면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아라. 그러면 어느 날 핀치 한 쌍이 담쟁이 잎사귀 사이에 균형을 잡고 자리한 작은 둥지에서 새끼들을 달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파랑새들이 나무에서노래하는 소리를 들어라. 그러면 어두운 둥지 상자 속 구멍에서 어린 새가 입을 벌린 채 넓고 환한 세상을 생애 처음으로 유심히 응시하는 모습을, 그런 다음에는 스스로를 하늘에 맡기는 모습을 제시간에 보게 될 것이다. 적당한 날 창가에서 기다려 보아라. 그러면 로즈마리 덤불 아래 숨겨진 솜꼬리토끼 굴이 당신 앞에서 열리고, 작은 토끼들이 지난가을의 나뭇잎을 들어 올리고 엄마의 털을 한쪽으로 밀어 놓은 뒤 밖으로 나와 귀를 쫑긋 세우고 코에 주름을 잡고 민들레의 씁쓸한 첫맛에 몸을 웅크릴 것이다. 그건 정확히 그들이원한 바로 그것일 것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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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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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들-어머니와 아버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하얀후광 속에 온전히 차분하게 잠겨 있는 외외증조할머니-이 모두 내 주위에 모여 있다. 너무 일찍, 작고 허약하게 태어난 나는 모든 사진 속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그들은 모든사진 속에서 내 주위에 모여 머리를 기울인 채 내 입술이 또다시 파래지지 않기를 바라며 각자 너무도 얕게 숨을 쉬며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너무 작고 항상 추위를 탄다. 하지만 친족들은 마치 태양인 양 나를 보고 있다. 내 부모님과외조부모님 그리고 외외증조할머니, 그분들 모두가 나를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그분들은 내가 태양인 양, 그분들이 그때껏 평생 추위를 탔던 양 나를 보고 있다.
나는 태양이다. 하지만 그분들은 행성이 아니다.
그분들은 우주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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