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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허옇게 거미줄 치는 동안에도

그 집은 엄마였다.


자식들 분가시키고

의지하던 남편

예고없이 떠나간 후

허깨비로 앉아있던 엄마


그 마음만큼 공간을 만들며

헐거워진 자리마다 먼지를 채우던 집


암세포에게 남은 속마저 내어주는

주인 속 채워주고자

봄 바람도

여름 곰팡이도

들여서 키울 줄 만 알았다


매일 밥하고 설거지하던 그릇들이

그리움에 윤기 잃어가고

차가운 안방

문 삐걱이며 마음 보태는 동안

거미줄 품어 안고

영정사진으로 돌아온 주인

발소리 기다리는

그 집은

여전히 내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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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2016

 

               

 

경제부총리 긴급 기자회견

 

대국민 호소문 낭독

 

이것으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별도의 질의응답이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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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나를 사가세요

 

거짓말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남의 것 욕심내지 않았으며

무단횡단 한 번 하지 않았어요

 

계단을 오를 때는 왼쪽으로 올랐으며

어느 날부터인가 오른쪽으로 가라 해서

발걸음이 먼저 찾아가는 왼쪽방향을

신경 써서 고쳐 오르기도 했어요

 

경로 우대석은 비워두어야 했기에

현기증에 몸 가누기 힘들어도

늘어진 손잡이 꼭 부여잡고 서 있었고

연말에 이웃돕기 성금도 꼬박꼬박 냈어요

 

아이 둘 낳아 건강히 키우며

명절 때 제사 때마다

직장다니느라 바쁜 사람들 위해

장보고 음식 장만하며 기쁘게 살았답니다

 

더 이상 기대지 말고 자신을 찾으라 해서

이력서 꺼내놓고 고등학교졸업 한 줄 적었습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결혼 전 직장을 적어야 하나?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학생 때 자격증도 찾아야 하나?

 

이력서의 여백이 온몸으로 번지며

단 한 줄에 갇힌 내 인생이

떨이로 내어놓은 시든 야채 같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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