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허옇게 거미줄 치는 동안에도
그 집은 엄마였다.
자식들 분가시키고
의지하던 남편
예고없이 떠나간 후
허깨비로 앉아있던 엄마
그 마음만큼 공간을 만들며
헐거워진 자리마다 먼지를 채우던 집
암세포에게 남은 속마저 내어주는
주인 속 채워주고자
봄 바람도
여름 곰팡이도
들여서 키울 줄 만 알았다
매일 밥하고 설거지하던 그릇들이
그리움에 윤기 잃어가고
차가운 안방
문 삐걱이며 마음 보태는 동안
거미줄 품어 안고
영정사진으로 돌아온 주인
발소리 기다리는
그 집은
여전히 내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