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전화


전화벨이 울린다
모니터 속 숫자에서 눈길을 거두고
자판기 위에서 바빴던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든다


네 한국입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연세대학교 부설 연구소……


툭!!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불쑥불쑥 나타나
숫자 맞추는 일에 빨간불 켜주는
전화기 너머 그녀만큼
내 마음도 빨갛게 변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느날

 

가고 싶은 곳 코콕 눌러 저장하고 안내시작

 

150m 우회전 하십시오

 

산길인지 바닷길인지 몰라도 알려주는 대로
좁고 덜컹이는 외길이 나와도
두려움이 밀려와도
기계에 대한 무한 믿음으로

 

2Km 직진입니다

 

마음을 끄는 연초록이 손짓해도
빠져들고픈 하늘이 잡아당겨도

앞만보고 시키는대로

 

잠시 후 좌회전 입니다.

 

왼쪽으로 차를 몰아 산속으로 산속으로
덜컹덜컹 기우뚱 흔들려도
잡풀들이 낄낄대며 웃어대도
네비게이션의 목소리따라 쭈욱~~

 

목적지 인근에 도착하였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일을 마친 안내자는 퇴근해 버리고
좁은 산속 외길
나무와 풀들만이 해맑은 이곳에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퇴근길

 

편의점 문을 열고 중년의 사내가 나온다

단추를 푼 헐렁한 양복의 어깨를 올려주던 패드는

실적 없는 하루가 담긴 가방끈에 짓눌려 구겨졌다

 

눈치 없는 가방이

지친 해를 업고

구부러진 하루를 끌고 가는

사내의 걸음을 흔들 때마다

기울어진 어깨 끝에 매달린

소주 두 병과 통조림 하나가

신기루처럼 아른거린 하루를

한 번 더 흔들어 놓았다

    

가로등이 빛을 돋우기 시작했다

빛바랜 양복바지 풀썩이며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사내의

굽은 등이 휘청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포실포실포실 눈이 내린다
손바닥 뻗어
살살살 녹아내리는 마음위에
걱정을 소복이 받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배춧값


배추 한 포기 팔천원

몇 번을 물어보고 확인하고 재래시장을 기웃거리며 돌기를 서너 차례

지난가을 김장 때 세 포기 만이천원이 비싸다며 담갔는데

여름 지나 추석도 지난 지금 배추 한 포기 팔천원

추석 땐 만원도 넘었다는데

팔천원과 바꾼 배추 한 포기가 어깨를 끌어내린다


그래

식당가서 먹는 밥 한 끼도 팔천원은 줘야 하는데

당분간 밥상 책임져줄 배추 한 포기도 그 정도는 돼야지

농민의 손에 이천원쯤 쥐여주고

기름값도 한 천원 들 테고

도매시장 상인들도 품삯을 챙겨야 하고

야채가게 임대료도 내야 하니

그깟 팔천원 많지도 않네

그래도 배추는 천근만근 팔을 잡아당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맑은눈 2017-01-16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가을은 배추가, 요즘은 계란가격이 뛰고있다.
하지만 계란하나만 가격이 오른것은 아니다.
유독 눈에 띄게 오른것이 계란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