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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잊어야 하는 밤
진현석 지음 / 반석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나는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읽다보니
책마다의 특성이 조금씩은 다르게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가끔씩 읽는 고전소설들을 보면 내 경우에는 '바로 이거야!'라고 할 수 있는,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작가의 말/표현에 노란색 색연필로 표시를 하면서 읽게 된다.
고전의 경우에는 독자로 하여금 곱씹어가며 천천히 음미하듯 읽게 하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반면 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의 경우에는 왠지 하나씩 음미하거나 곱씹기보다는
빠른 속도로 사사삭 읽어나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책은 무척 잘 만든 미스터리 소설인 것 같았다.
엄청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보고 넘어가지도 않았고,
이야기에 몰입을 하면서도 읽는 속도도 빨랐으니 내 기준에서는 좋은 책이라고 할만 했다.
소설은 사전에 따르면 '영화에서 카메라를 중단시키지 않고 한 번에 찍는 장면이나 부분'을 가리키는 take로 네다섯 가지의 시점이 구분되어 있다.
책 표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이런 카메라로 찍어 보여주는 듯한 장면들이
매우 빠르게 교차되면서 겉으로 보기에도,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도 빠른 변화를 보여준다.
서로 별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이야기의 빠른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렴되어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고, 각각의 인물들은
의외의 관계에 있음을 드러내는 등 소설은 예상치 못했던 요소들을 잘 활용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몸통이 되는 이야기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책장을 놓는 순간 뭔가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남겨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이 더운 여름밤 책을 끼고 읽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