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16세기 프랑스의 어떤 마을에 살던 불성실하고 소심했던 한 가장이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가버리면서 시작한다.

마르탱 게르라고 불렸던 그 가장은 몇년 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친구, 친지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그의 무사귀환을 반기고 축하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 사람들 중 일부가 그는 진짜가 아니라고 의심을 품는다. 급기야 그가 친지와 상속재산 다툼을 벌이면서 그의 정체를 둘러싼 재판이 시작된다.

문제는 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방법이 사람들의 기억/증언 말고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기억에만 의존해야 한다니! 대다수의 사람은 그를 진짜 마르탱 게르라고 여기지만 그 기억이 정확하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있다. 그의 아내다. 하지만, 그녀는 중요한 순간에 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해 ‘침묵‘ 한다. (책의 맨 마지막에 아내는 그녀가 왜 침묵했었는지 얘기한다. 스포일러가 될테니 여기까지!)

이 이야기는 이 재판을 실제로 담당했던 프랑스의 법관이 사건 기록을 남겼기에 알려졌고, 프랑스의 국민배우라는 제라르 드빠르디외 주연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야기의 주인공인 ‘마르탱 게르‘라는 이름이 책 제목에 담겨 출판된 책이 세 권이나 된다. 하긴 우리나라 영화인 광해도 비슷하게 생긴 가짜로 하여금 진짜의 역할을 대리하게 함으로써 벌어졌던 일들을 다룬 것이니 이 책의 소재가 아주 생소한 것만은 아니다.

사진, 주민등록, 지문, 생체정보 등으로 개인의 신분을 확인하기 어려웠을 과거에는 이런 일들이 꽤 많았을 것 같다. 하긴 지금도 유명인을 빙자해 사기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거에는 오죽했을까.

이 책은 일단 재밌다. 그래서 재미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있다. 거기에 더해 짧은 시간이나마 당신을 철학자로 만들어준다. 책을 읽고 나면 진짜와 가짜, 선인과 악인에 대한 판단 기준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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