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임팩트 - 인플레이션, 금리, 전쟁, 에너지 4개의 축이 뒤흔드는 지금부터의 세계
박종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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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과 역전은 항상 변화의 시기에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 때문에 추격과 역전을 꿈꾸는 기업이나 개인이라면 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분명 과거는 현재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 세대가 겪은 30년의 경험만으로는 이 위기를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 지난 30년과 향후 30년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 개인 경험으로는 알 수 없는 현상을 만났을 때 당신은 무얼 할까? 내 경우엔, 아니 대부분의 경우엔 찾아본다. 뭘? 책을.


이 책은 인플레이션, 금리, 전쟁, 에너지 4개의 파트로 크게 나누어 설명한다. 각 파트에서는 한 개의 이슈만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것다. 각각 유기적으로 묶여 있기 때문. 원인과 현상은 맞물려있다.


인플레이션

지난 30여 년 동안 진행된 세계화가 세계 경제 체계에 미친 거대한 변화. 가장 핵심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함께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을 완성한 것, 이를 통해 전 세계의 자원과 노동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세계화 이전에 다른 나라에 생산설비를 지을 때면 경제적 효율성만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했으나, 1990년대 이후 유일한 패권국 미국이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해외투자의 정치적, 지정학적 위험성이 크게 줄었다. 지정학적 위험성이 줄다보니 자본의 국적이 사라져 자본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자원 개발도 용이하게 되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서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되고 탈세계화가 진행.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려버렸다.


탈세계화가 되면서 자본의 이동을 막는 국경 장벽이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고, 앞으로는 돈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손쉽게 자본을 조달했던 시대는 저물어갈 것.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 정책, 공급망 바미로 적기 생산이 어려워지기 때문.


새로운 개념을 알고 간다. "적기 생산"

정확히 필요한 수량만큼만 부품을 조달해서 즉시 생산하고 전 세계로 파는 적기 생산 시스템은 별다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없을 때는 아주 효율적인 방식이지만, 이 시스템에 의존하면 재고를 거의 쌓아두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을 구성하고 있는 수십 개의 나라 중에서 단 하나의 나라에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 생산이 마비되는 위험한 구조였던 것.


고령화 문제도 있다. 노동 인구가 줄어들면 노동의 수요에 비해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희소해진 노동의 협상력이 커지면 임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결과 생산 비용이 늘어난다.


금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금리 하락의 원인은 성장률 하락과 더불어 '세계적 과잉 저축 현상',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선진국의 기대 수명이 빠르게 늘어난 것, 미국 중심의 경제체제 확립 후 미국이 세계화를 통해 자본의 국경을 없애면서 자금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진 결과 전 세계적으로 투자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가 낮아지고 자본의 효율성이 극대화된 것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제 그와 같은 현상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면 약한 고리( 과도하게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섰던 가계나 여기에 돈을 빌려주었던 금융회사들, 저금리를 믿고 무리한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금리인상이 중단되면 그때는 안심해도 될까? 통상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6~18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기업이든 가계든 금리가 오른 것을 반영해 새로운 투자 계획을 짜거나 소비 행태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 자산시장의 경우에도 시차가 발생하는데, 자신이 산 가격보다 싼 값에 자산을 팔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올라간 금리를 감당하며 이자를 갚아나가며 보유하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일제히 자산 매각에 나서게 되는 변곡점이 오기 때문. 의도치 않게 주식 장기투자자가 되어보신 분은 아실거예요. 어떤 느낌인지.

그렇다. 끝이 아니다. 안심해서는 안된다.


전쟁 그리고 에너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 설명해주는 부분이 나온다. 자원 등을 포함한 지정학적 이슈.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시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에 전적으로 의존 중이라 타격이 클 러시아.

러시아의 해양 진출에 꼭 필요한 흑해의 길목에 위치, 다양한 천연자원 매장, 4,400만 인구의 우크라이나.

결국에는 유일한 패권국이 존재하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각자도생하는 시대가 왔다는 점인데.


네 파트 각 부분에는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과 이를 대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읽다보니 재미 있다. 아, 이래서 그런 일이 벌어졌구나. 음. 이건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 생각하게 한다.

좋은 책이란 그렇다. 뭔가를 하고 싶게 만든다.

이건 함께 읽어야지!!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했습니다.

#자이언트임팩트 #박종훈 #박종훈기자 #박종훈의경제한방

#웅진지식하우스 #웅답하라 #웅답하라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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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의 교양 - 내 손목에 있는 반려도구의 인문학
시노다 데쓰오 지음, 류두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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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의교양 #시노다데쓰오 #내손목에있는 #반려도구 #인문학 #손목시계 #한빛비즈 #리더스클럽 #리더스클럽8기 #서포터즈


이 책은 손목시계의 심오한 세계를 역사와 문화적 측면에서 살펴보며 시계에 관한 교양을 높이고 손목시계를 더 깊이 있게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또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삶이라는 유한한 시간이 더욱 풍요로 워질 것이다.

반려도구라니!! 가끔 단어만으로 인사이트를 얻는 기회가 온다. 그대, 글감 고르는 것을 고민해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필히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손목시계로 책 한권을 쓸 수 있다고? 그것도 36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그렇다. 시계에 관심이 1도 없는 당신이라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읽다보면 유익하다. 몰랐던 사실들이 연이어 등장하니까.


예를 들자면
스위스 최초의 손목시계도 사실은 여성용이었다. 1868년에 헝가리의 코스코비치 백작부인이 구입한 파텍필립 제 손목시계는 우수한 기술뿐만 아니라 보석으로서의 형태도 뛰어난 수준이다. 아름답고 앙증맞은 시계를 차고 싶다는 여성의 열정이 시계 기술을 비약적으로 높인 것이다. 한편 남성들은 회중시계가 불편하지 않았기에 남성용 손목시계가 탄생한 시기는 더 나중이다.
계기가 된 것은 전쟁이다.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넘어가는 과도기. 음. 그렇겠구만.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은 정착하게 된 경로가 있었다는 말이지. 전쟁은 인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구나! 하다못해 시계 소지방법마저도 변화시킨다.


기계식 시계의 기술과 문화는 유럽에서 탄생했다. 그렇다면 서양의 기계식 시계가 동양에 들어온 시기는 언제일까? 일본의 경 우,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은 1551년이다. 일본에 기독교를 전 파한 선교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Franciscus Xaverius가 기독교 포교를 허가받기 위해 스오국(현재의 야마구치현 - 옮긴이)의 영주 였던 오우치 요시타카 바칠 기증품으로 들여왔다고 한다.
역시 종교가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시시각각 흐르는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 또한 삶과 죽음을 표현하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한한 삶이라는 시간을 나타내고 죽음을 향한 초읽기를 표시한다. 그래서 시계에는 해골을 모티브로 하는 디자인이 적지 않다.
이런 문장을 발견하면 정말이지 줄을 여러번 긋고 싶어진다.


반려도구의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이다.

눈이 돌아갈 정도의 디자인과 브랜드가 등장하지만 관심없던 이에게도 새로운 취미생활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이다. 손목에 채워야만 맛인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영화를 볼 때도 관전포인트가 늘어날 수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책.
잘 읽었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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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요리의 역사 - 선사시대 불의 요리부터 오늘날 비건까지, 요리의 위대한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20
브누아 시마 지음, 스테판 두에 그림, 김모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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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배우는 #요리의역사 #교양툰 #한빛비즈 #브누아시마 #스테판두에 #리더스클럽8기 #서포터즈 #역사 #문화 #무역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요리의 역사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일 듯.

5만 년의 역사를 200여 쪽 만화책으로 압축했다.


어느 문명에서든 먼 옛날 우리 조상은 식재료를 1. 선택하고 2. 조리해서 3. 저장하는 일에 상상력을 발휘해왔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인간은 생존을 뛰어넘어 번영할 수 있었다.

요리는 인간이 지구를 어떻게 장악해왔는지 보여준다.

이 메타 역사는 불의 발견에서 비건 햄버거 등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식탁에서 우리는 먹는 것뿐 아니라 아는 것도 나눈다. 요리는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보여주는 확실한 징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왕은 백성을 배불리 먹여 살리고 식량을 잘 관리해야 주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큰 축제를 준비하려다 보니 새로운 직업인이 필요해졌다. 이렇게 해서 요리사가 등장했다!

요리가 정교해질수록 시대를 앞선 복잡하고 다양한 술이 필요해졌다.

제국 확장과 함께 로마 사회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거대한 도시에서는 엄청난 식재료가 필요했기에 식품 수입 시장이 생겨났다.


알다시피 식재료가 원인이 되어 전쟁까지 일어난다.

전쟁 중에 필요에 의해 생겨난 간편식은 패스트푸드라는 이름으로 우리 식단에 자리한다.


하나하나 읽어가다보면 알게된다.
사람을. 역사를. 문화를. 그리고 현재를.

교양툰 시리즈. 교양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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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 연금술사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는 어떻게 불멸에 도전하는가 한빛비즈 교양툰 19
브누아 시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홍성욱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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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배우는 #불멸의역사 #교양툰 #브누아시마 #필리프베르코비치 #트랜스휴머니즘 #한빛비즈 #리더스클럽8기 #서포터즈 #사화과학 #자연과학 #과학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으려는 지적 운동을 바로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합니다.


수명이라는 한계를 가진 인간인데. 그 한계를 깨뜨리기 위해 벌인 일들과 지향점과 기술 발달에 따른 역사와 현재를 보여주는 책.


제목이 대박입니다.
불멸의 역사라니. 종교. 연금술. 기계발명. 기계 결함을 고치듯 인간을 개조할 수 있다는 발상 하에 진행된 일들. 전쟁 속 발전한 기술 등등이 진행된 원인을 불멸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서 찾아냅니다.


이책에서는 먼저 고대 로마의 신비주의 종파인 그노시스파와 아랍과 중세 유럽의 연금술사, 르네상스 시대의 과학자, 그리고 19세기 말에 등장한 우생학자를 살펴봅니다. 이어서 인공지능과 트랜스휴머니즘 그리고 나노기술, 생명공학, 정보기술, 인지과학을 한자리에 모은 NBIC 융합기술처럼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 또한 등장합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대서사시'


놀라운 불멸의 역사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가능성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변화하는 기술의 역사가 아닌,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명제를 뛰어넘으려고 한 인류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유럽.
몸과 머리를 복제하려는 시도 속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은 이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합니다.


결함 하나 없이 완벽한 기계를 만들 수 있다면 인간도 완벽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생각은 곧 엄청난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그 비극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우생학이라는 이름 하에 인간이 했던 일들을.


이제 인간은 인간 개조의 꿈을 안고 인간종 개선에 직접 나서기 시작합니다. 과학을 과학의 영역으로만 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장.

이야기를 시작할 때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트랜스휴머니즘의 역사는 동시에 과학과 종교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책에서 다룬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트랜스휴머니즘의 역사는 계속됩니다. 전쟁과 지구온난화, 세계를 휩쓴 전염병 속에서도 트랜스휴머니스트는 인간의 본성을 뛰어넘어 영원히 살 날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대를 앞선 천재일까요. 미치광이일까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주제를 만화로 풀어낸 교양툰 잘 읽었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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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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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등장인물 '제이미'는 이야기의 장르를 '공포물'로 정의한다.

이 이야기는 그가 '나중에' 어릴 적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써냈다. 아이의 눈으로 보고 겪었던 일을 '나중에' 적은 글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재미있게도 이전에 썼던 쪽을 다시 돌아보니 점차 글솜씨가 좋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을 이 작품을 읽은 독자로서 "스티븐 킹 옹이 이 책을 쓰면서 젊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바꿔 말하고 싶다.


존 그리샴이 <시어도어 분> 시리즈로 돌아왔을 때의 감정이랄까.

대가들은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본 이야기는 마냥 공포스런 이야기는 아니었다. 죽은 자를 보는 아이의 이야기는 익숙하니까.

읽으면서 생각났던 장면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게임 속 인물들을 피해 오랜 시간 도피한 현빈이 생각났다. 음악이 깔리면서 등장하던 그 분의 모습은 견디기 힘든 공포를 주었었다.

아무튼 책을 수령한 후 공포소설이라고 한 언급을 무시해주길 바란다. 이 책 재밌다.


슬럼프에 빠져있음에도 3일만에 다 읽었다. 가독성 좋은 소설.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문장들이 수시로 나오는 책이었다.



제이미는 죽은 사람을 알아본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그것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하면,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면 그건 능력으로 볼 수도 있겠다.

언젠가 엄마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믿지 않으셨다. 아니, 믿지 않기로 다짐한 듯 했다. 열병처럼 앓고 난 후 사라질 것이라 믿었을지도.


사람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평소에는 믿지 않던 신까지 소환해가며 기도한다. 엄마는 저작권 대리인이다. 풀어서 말하면 저자가 책을 낼 권한을 대리하는 사람. 엄마가 관리하던 작가가 선계약하고 미리 돈을 받은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엄마가 날 믿지 않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의지할 곳은 내 능력 밖엔 없나보다.

작가의 집으로 갔고, 아직 그가 그곳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묻는다. 작품의 내용을. 그가 답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해주면 엄마가 다시 묻는다. 그리고 수개월 후 그 작가의 유작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엄마를 도와서 뿌듯하지만 그때 동행했던 엄마의 연인 리즈는 나를 이용한다. 경찰인데,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고 있어 직장에서 곧 짤릴 것 같다. 그러던 중 연쇄폭탄마가 발각되었고, 정체가 발각된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당연히 나는 그를 보는 것을 원치 않았다. 리즈에게 납치당하다시피 현장으로 간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마지막으로 폭탄을 설치한 장소가 어딘지 알아내기 위해. 망자는 물음에 진실만을 말한다고 믿었던 내게 그는 "너에게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특이 케이스임을. 윽박질러서 겨우 알아냈는데, 리지는 내가 받은 충격엔 관심도 없다. 나는 책을 몰입해서 읽을 정도이지만 아직 어린 아이다. 얼굴의 반의 형태가 없는 사람을 보고 괜찮을리가.


연쇄폭탄마가 설치한 마지막 폭탄은 리즈가 동료에게 알린 덕분에 무사히 해체되었고, 그덕에 리즈도 여전히 자리를 보전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연쇄폭탄마는 성불하지 않고 수시로 내 앞에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리즈는 다시 내 앞에 나타난다.


악연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야 다 밝혀지겠지만. 나는 또 하나의 비밀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이란 것을 묻기로 한다.


대략적인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당연하게도 설명하지 않고 생략한 내용이 책에는 훨씬 많다.


혹시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남긴 글에 의견이 있다면 필히 들려달라. 나중에.


나중에. 나도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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