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이 든다.
나 혹시 이 길을 걸어본 적 있나?
분명 처음 보는 풍경인데, 어디서 본 듯 하다.
가끔 꿈을 꾼다.
꿈에서 나는 ‘네모’라 불렸다가 ‘신드바드’가 되었다가, 급기야는 ‘호랑이’가 된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너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짧은 심호흡 후 말한다.
“사실은 나도...”
너는 말하기 시작한다.
네가 말했던 그곳이 이런 곳이 아니었느냐고.
어? 네가 어떻게 아는거지?
실제 존재하는 곳이었던가.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나 누구와 말을 하고 있었지?
나. 뭐라고 불렸더라.
갑자기 눈 앞이 흐려진다. 하얀 공간이 생겼다가 눈을 뜨니 홀로 섬에 갇혀 있다.
이곳에 있는 이유가 뭐였더라.
나 방금 전까지 어디 있었던 것 같은데...
바다. 바다가 보이는 곳.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당신은 혹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이곳에서 관측하고 있다고.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말한다.
난 어디에 있었어요. 그때 누군가와 함게 있었던 것 같은데...
이야기를 듣던 그가 눈을 번뜩인다.
이유는 곧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이 이곳에 와서 어떤 이름으로 불렸는지...
듣다가 당신의 이름이 등장한다.
나는 사실 너의....
천일야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야기.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기억을 하는 자. 창조하는 자.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빨간 약을 먹고,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되었다가 어릴 적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의 아버지 역할을 한 배우를 만나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의 말을 들었다면.
“사실은 내가 네 아버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는 끝내 스튜디오 밖으로 나갔을까? 아니면 들었기에 스튜디오 안에 남아 있었을까?
이것은 궁금한 이야기.
그리고 끝이 없는 이야기.
쥘 베른의 <신비의 섬>,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셰익스피어의 <폭풍우>, 그리고 <천일야화>
급기야 천일야화의 히로인 셰에라자드가 등장하고, 결국에 작품 속 등장인물 사야마가 쓴 <열대>라는 책이 이 책의 저자 모리미 도리히코의 작품으로 둔갑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