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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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역사란 무엇인가.
구전으로 전해진 사건이 있다.
사료는 남아있지 않다.
특정한 의도를 지닌 누군가가 오랜 세월에 거쳐 기록물을 <삭제>하고 있다.
자. 그런 그들에게 묻는다.
기록을 지우면 있었던 일이 없는 것이 되는가.

여기 과거 특정시기에 있었던 사건 조사를 위해 파견된 두사람이 있다.
1923년에 있었던 조선인 학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임무를 받았다.

민호.
한국인. 그는 과거를 지켜보기만 할 생각은 없다. 그는 두사람(달출, 미야와키)을 구하려 한다.

다카야.
일본인. 그는 처음부터 부여된 임무만 수행할 생각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처음부터 민호에 대해 적대적이다.

달출.
백정 출신인 그는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왔다.
민호를 만나 조선의 미래를 듣고 희망에 부푼다. 그 미래는 백정이라는 이유로 천대받는 일은 없어진다는 것. 달출의 성은 ‘마‘씨다.

미야와키.
말더듬이 부락민 출신 약재상.
그가 사는 곳은 열악하다. 천대받는 이들이 들어온다. 과거엔 부락민이, 어느순간부터는 조선인이 거주하는 곳.
달출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민호는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다카야는 민호의 죽음 이후에도 현재(그들이 온 미래 시점)로 복귀하지 못한다.
그는 100세 가까이 살다 암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것을 세번이나 반복했다.
민호는 과거로 파견된 후 일주일을 버티지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회귀했을 땐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의 괴리가 두 사람의 대응태도를 대변한다.
다카야. 그는 세번의 삶을 통해 익히 보아왔다. 과거(1923년의 사건)가 어떻게 각색되는지, 가해자가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이 어떻게 좌절되는지.

사건의 키는 세 사람이 쥐고 있었다.
매번 같은 선택을 하는 민호.
매번 도망하다 세번째엔 민호를 범했던 다카야. 그가 한 네번째 선택은?

그리고 한 사람.
아버지가 풍요로운 세상을 살라고 <풍세>라는 이름을 주었으나, 담당자가 발음을 잘못 듣는 바람에 <평세>가 된 남자. 말을 하지 못하는 그는 <평세>라는 이름 대신 <무성>이라 불린다. 달출과는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서부터 알게 된 사이. 그를 잘 따른다.
<무성>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니...
그는 이 능력 덕분에 좌절했다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된다.
그가 본 달출의 미래는... 여러번 바뀌게 된다.

증오. 희생자. 진상.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달출은 자신을 집요하게 쫓는 일본인 장교에 맞서게 된다. 그 일본인 장교에게 죽임을 당한 조선인의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
달출에게 기회가 왔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민호와 다카야는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다카야의 선택에 의해 둘은 복귀한다.

그리고 달출과 미야와키의 묘비에는 ...
과거는 바뀌지 않은 것일까?
어쩌면....

말없는 자들의 목소리.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기록이 없다고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이 있었다. 의인도. 악인도. 희생자도. 가해자도.

이 책을 읽은 당신이 증인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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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마음을 다친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열고 다시 희망을 말하는 이야기.

따스한 표지.
어딘지 익숙한 듯.

역시나 요즘 나오는 비슷한 책인가 싶었었다. 편의점, 서점, 사진관 이어서 빨래방인가
싶었지.

그랬는데...
큰 기대감 없이 읽다가 첫에피소드부터
큰거 한방 먹었다.
그래. 나는 옛날 사람이었어.
(독자님들은 아시죠? 어느부분인지?)
아니. 그때 진돌이를 태워주신 분이 바로~~
아니. 왜... 날 울리고 그래..!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어르신 장 영감. 손주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단독주택을 헐고 신축한 후 세를 더 받자고 보채는 아들 내외와 냉전 중이라 쉽게 전화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함께 늙어가는 진돗개 진돌이도 예전같지 않게 이불에 실례를 하고. 이불 빨래가 여의치 않아 찾게 된 빙굴빙굴 빨래방.
그곳엔 누군가 놓고 간 듯한 다이어리가 있다.

기다리는 이들이 뭐라도 써놓은 듯.
페이지를 넘기던 장영감은 삶을 버거워하는 듯한 누군가의 글을 발견하게 되는데...

빨래를 하지 않아도 잠시 쉬어가도 좋다는 주인의 글. 그리고 이곳을 찾는 이들이 남겨놓은 글. 인연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

누군가는 이웃을. 누군가는 정든 곳을 떠나지 않고도 머무를 곳을 찾고. 누군가는 누군가의 요정이 되고. 누군가는 작품 속 에피소드를 풍부하게 만들 계기가 되어주고.
마지막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던 장영감의 아들마저 응원하게 만들었다.

아. 이 책.
묵은 때까지 전부 씻어낸다.

아. 거기가 어디라구요?
연남동에 있다구요?
이름이?

빙굴빙굴 빨래방은 24시간 영업중이랍니다. 지나가다 누군가 눈물을 닦고 있거든 그냥 모르는 척 해주세요.
걷다가 코튼 향기로 그 사람을 알아볼지도 몰라요.
그러면 그가 혹은 그녀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보았다가 빨래방 안 한곳에 놓인 다이어리에 살포시 적어보아요.
아마도 다음 장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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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의 고양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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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
그녀는 작은 것에 약한 사람이다.
외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와 달리.
아니. 근데 외적인게 뭐 어때서?
라고 묻는다면 이런 답변을 하겠다.
에르메스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아뉘?
그녀는 L사이즈를 입는다.
그리고 small 사이즈 매장에서 옷을
판매하는 직업을 가진 적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쥐라>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길가에 자주 눈에 밟히는 고양이.
일단 어디 있는지 알게 된 이상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단 말이지.
고양이란 그런 거다.
모르면 그냥 줄 긋고 암기해!

<쥐라>
공룡을 연상시키는 이름에 맞지않게
아담한 체구. 어딘가 사람을 방심하게
만드는 여성.
아. 아버지란 사람을 원망해도 된다.
충분히!! 아니 그런 이름은 아니지!!
<루리>가 그녀를 납치?하고 싶게 만들
충분한 유인이 있었다.
구해주고 싶게 만든다 말이지.

그러나
고양이에게도 발톱이 있음을 잊지말 것.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때.
그때 새로운 얼굴이 튀어나온다.

암튼
이것은 두 여자의 도주극.
루리가 쥐라의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
둘의 문제는 루리 혼자만의 문제가 되었다.

당신은 아마도
이 책을 다 읽었을 것이다.
왜냐? 가독성이 좋기 때문.

하지만 책을 다 덮었을 때
물음표의 습격을 받을 것이다.

근데 <쥐라>는?

이 책의 속편이 나오길 소망한다.
우리 <루리> 살려주세요~~ 제발!!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은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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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이 든다.
나 혹시 이 길을 걸어본 적 있나?
분명 처음 보는 풍경인데, 어디서 본 듯 하다.

가끔 꿈을 꾼다.
꿈에서 나는 ‘네모’라 불렸다가 ‘신드바드’가 되었다가, 급기야는 ‘호랑이’가 된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너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짧은 심호흡 후 말한다.
“사실은 나도...”
너는 말하기 시작한다.
네가 말했던 그곳이 이런 곳이 아니었느냐고.

어? 네가 어떻게 아는거지?
실제 존재하는 곳이었던가.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나 누구와 말을 하고 있었지?

나. 뭐라고 불렸더라.
갑자기 눈 앞이 흐려진다. 하얀 공간이 생겼다가 눈을 뜨니 홀로 섬에 갇혀 있다.

이곳에 있는 이유가 뭐였더라.
나 방금 전까지 어디 있었던 것 같은데...
바다. 바다가 보이는 곳.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당신은 혹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이곳에서 관측하고 있다고.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말한다.

난 어디에 있었어요. 그때 누군가와 함게 있었던 것 같은데...

이야기를 듣던 그가 눈을 번뜩인다.
이유는 곧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이 이곳에 와서 어떤 이름으로 불렸는지...
듣다가 당신의 이름이 등장한다.
나는 사실 너의....

천일야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야기.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기억을 하는 자. 창조하는 자.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빨간 약을 먹고,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되었다가 어릴 적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의 아버지 역할을 한 배우를 만나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의 말을 들었다면.

“사실은 내가 네 아버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는 끝내 스튜디오 밖으로 나갔을까? 아니면 들었기에 스튜디오 안에 남아 있었을까?
이것은 궁금한 이야기.
그리고 끝이 없는 이야기.

쥘 베른의 <신비의 섬>,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셰익스피어의 <폭풍우>, 그리고 <천일야화>

급기야 천일야화의 히로인 셰에라자드가 등장하고, 결국에 작품 속 등장인물 사야마가 쓴 <열대>라는 책이 이 책의 저자 모리미 도리히코의 작품으로 둔갑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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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보이는 뒷모습.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모습의 남매.

그들이 처음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때 그들이 잡혔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외모.
키가 훤칠한 남자 ‘민기‘, 외모가 뛰어난 여자 ‘민희‘.
그들 남매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을까.

읽다가 매듭이 풀리지 않은 실타래를 만났다.
그들은 거둬 준 회장은 과연 자의로 받아들인 것인가. 아니면 협박을 받은 것인가.
그는 지금 살아는 있는가.

남매의 믿음에 부응했던 김실장에게 ‘민희‘는 어떤 존재인가.
김실장의 손을 잡고 따스함을 느꼈던 ‘민희‘에게도 감정은 존재했던 것인가.
모든 것이 무너졌는데도 그들의 죄를 묻고가려는 김실장은 어떤 삶을 살아왔던 것인가.

작중 인물 중 욕망에 가장 충실했던 사람은 남매가 아니라 최사장이 아닌가.

사냥.
그들 남매는 사냥이라 칭했다.
노부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 그들.
그들의 정체는 일찌감치 밝혀졌다.

형사였던 동식의 아버지 동인이 맡았던 마지막 사건.
수사 중 그들 남매를 마주쳤던 동인은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그를 발견한 순경에게 숙지시킨다.
그들 남매의 외양에 대해.

동식은 형사가 되었다.
여전히 동식의 어머니 정화는 신실한 교회 신자이지만, 동식은 시들해졌다.

욥.
동식은 신이 모든 것을 앗아갔으나 여전히 신에 대한 믿음이 간절했던 욥이 아니다.

그는 마침내 남매를 잡았으나, 신은 그에게서 그가 가진 마지막 하나를 거둬간다.

동식은 후에 민희를 찾아가서 묻는다.
처음부터 자신이 있는 경찰서에 그들 범행의 단서를 보낸 것은 노리고 한 것인가.

민희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럴수가. 우연이었다니.

민희가 동식에게 묻는다.
자신이 그린 그림 속 천사가 인간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관망만 하고 재미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동식의 대답. 나는 .....라고 생각합니다.

민희는 훗날을 기약하는 인사를 하고 동식은 홀로 남은 집에서 ....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은 남매를 말하는 것일까, 천사 혹은 악마를 말하는 것일까...

남매의 미래가 그다지 암울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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