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초밥왕 애장판 1~14(완결) 세트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물론 만화의 분위기에 따라 틀려지겠지만, 기본은 요리에 대한 상세한 자료와 요리법의 소개이며, 그 맛에 대한 묘사 역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는 맛도 냄새도 심지어는 색감조차 느낄 수 없으니만큼 음식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먹어본 사람이 몸으로 표현하는 수밖에 없다. 기존 요리만화들 역시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어서 시식자의 반응을 활발하게 이용해 왔지만, [미스터 초밥왕]에서는 이 '맛에 대한 묘사'에 있어 상당히 특이한 방법을 동원했다. '지나치게 과장된 리액션'이 그것이다. 이 만화에서 시식자들은 초밥을 입에 넣는 순간 '우주로 날아간다'. 춤을 추는 듯 경련하는 얼굴 근육과 비명에 가까운 탄성, 삼도천을 건너가는 듯한 배경의 퍼레이드는 유치하고 우스워 보이면서도 가장 확실하게 독자를 향해 음식의 맛을 전해준다. [미스터 초밥왕] 이후 이런 과장된 리액션은 요리 만화의 한가지 코드로 남았으며, 최근에는 [따끈따근 베이커리]를 통해 요리는 제껴두고 과장되다 못해 작렬하는 리액션을 중심으로 하는 요리만화(?)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이건 개그로 분류하고 싶지만. 표현 방식이라는 흐름에 있어 새로운 혁명을 주도했다는 것 만으로도 [미스터 초밥왕]의 가치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만화로서의 가치다. 요리 자체에 대한 연구의 깊이는 대단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SF 내지는 무협지스러워지는 요리 대결, 성공적이라고는 하기 힘든 캐릭터 등 만화로서의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평면적인 인물상은 심각한 문제로, 너무나 주인공스러운 주인공, 너무나 친구스러운 친구, 너무나 스승스러운 스승, 너무나 악당스러운 악당까지 틀에 넣고 찍어낸 듯 고정적이며, 캐릭터의 변화는 아예 없거나 혹은 억지스럽다(어색한 정도가 아니다). 주인공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회개하는 야쿠자들의 모습을 생뚱맞으며, 다 끝난 다음에야 '실은 나도 나쁜 놈 아니외다' 하는 요리사 킬러 쯔루에의 고백은 아무런 복선이 없어 난데없다는 느낌밖에 주지 않는다. 그림체의 면에서도 주인공급 캐릭터들의 얼굴은 눈의 형태부터 삐쳐오른 콧날의 형상까지 다 똑같아서 '머리카락 가리면 구분 못하는' 면상들이며, 강조 방법이라고는 삿대질밖에 없으니(그것도 삿대질의 형태까지 몽땅 똑같다. 정면에서 바라보며, 집게손가락이 10도 정도 어긋나 있는 시야각) 한참 보다보면 "또 삿대질이냐!" 하는 비명이 절로 나온다. '요리' 만화로서는 한 획을 그은 수작이지만 요리 '만화'로서는 크게 부족한 범작. 미안하지만 이렇게밖에는 평가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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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 2005-09-06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참으로 냉정한 평가시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초밥왕이 좋네요.
어쩌면 완벽함보다는 미완성인게 더 좋은 것처럼요.
사실 님께서 이야기하신 부분도 분명 수긍이 가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책에는 향기와 같이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그 사람에게 동화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싶네요.. 그래서 그게 교감하게 되면.. 누가 뭐래도 좋은건 좋은거구, 싫으면 싫은거죠.
아무튼 리뷰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