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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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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인지만 말해봐-미국의 목가 


스위드’. 그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그의 딸과 그의 동생과 그의 아내, 그러니까 스위드의 거의 모든 사람이 그를 재구성한다. 다시 말해 스위드는 스위드의 일을 스스로 말할 수 없다. [스위드는 "달리 내가 어디 있겠어?"하고 말할 수밖에 없었 234]던 것처럼. 소설은 나의 일을 누군가가 재현하는 것으로 볼 때의 무력함을 전한다. 당신이라면 괜찮을까? 누군가에게 의해 말해질 수밖에 없다면. <미국의 목가>는 주커드라는 소설가가 스위드의 삶을 반추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들의 삶이 뭐가 문제인가? 도대체 레보브 가족의 삶만큼 욕먹을 것 없는 삶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필 가장 마지막에 던짐으로써 이제까지 서술과 감정과 사실이 대체 무슨 소용이었냐며 원점으로 되돌린다.

 미국인이 다 되었다고 생각한 유대인의 번영과 황폐를 1인칭으로 쓰지 않은 '형식의 문제'를 짚고가자. 개인에게도, 가족에게도 나라 밖으로도(베트남 전) 감당하기 어려운 혼돈에도 불구하고 나는 온전하다’는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무슨 환청인가. 어떤 것이 진짜인가? 우리는 소설 밖에서 얼마든지 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잘생기고, 품위 있고, 예의바른 '이미지'. 이 사람을 당시 미국과 환원할 수 있을까? 둘을 환원할 수 있다면, 소설이 중요한 줄기인 메리의 산 같은 분노만큼 이것은 중요하다. 문제 하나. 내면화된 자기 고백과 반성이 아니라 조롱으로 그때를 들어낸다는 점. 


그때의 그곳은 더럽고 문란하고 문드러졌다. 스위드의 사람들은 스위드와 다른 온전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써갈 줄 알기 때문이다폭탄을 만들어 살인을 하며 미국의 형식에 완전히 반하는 그의 딸 메리와, 형에 대한 분노와 함께 역시 주류의 삶에 반동하는 그의 동생, 그리고 스위드의 아름다운 아내까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스스로의 욕망을 실현한다. 그들의 삶이 뭐가 문제인가? 스위드에게는 자신을 둘러싼 스위드의 거의 모든 사람의 삶이 잘못된 것이었고, 스위드의 거의 모든 이들에게는 장갑을 낀 채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안전한 모습을'를 구하려 했던 그의 삶이 우스운 것이다. 이 혼돈 속에서 스위드는 조금이라도 자신이 누구인지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두 권의 책에서 스위드의 거의 모든 삶이 나오지만, 그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던 장은 아무곳에도 없었다. 그러나, 네가 누구인지만 말해봐, 나는 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어떻게 나를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사회적인 위신이 파괴되어 그것을 애써 붙들고 있는 이에게 가차 없는 조롱을 할 수 있는 이와 순진한 외피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사람, 어떤 것이 더 삶을 '살아내는' 것인가. 사진이 불타고 있는 와중에도 콜라를 함께 먹는 '평범한 한 때'라니. 물론 사진 속 그들은 바깥을 영영 알 수 없다. 비극. 사진이 재가 되어 자신들의 사라진대도 말이다. 때문에 스위드는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 '스위드의 역할'로 등장 할 수 밖에 없었다. 눈이 밝은 주커드는 이 사진이 사라지기 전에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바야흐로 <미국의 목가>를 완성할 수 있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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