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가 만들어 놓은 규칙에 무작정 순응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조니 헤일과의 싸움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약자가 느끼기에 불합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약자가 다른 규칙을 만들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생존 본능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본능은 이성보다 위에 있다고 다른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이야기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느낌이다. 이성은 자아를 제어하고 통제하려 하지만 본능은 그러한 이성을 초월하여 행동한다는 말은 어쩌면 불변의 진리일지도 모른다.

올바른 특성을 갖고 싶지 않거나 바른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럴 수가 없었다. 옳은 것과 가능한 것은 절대 일치하지 않는 듯했다. - P873

약하고, 추하고, 겁 많고, 냄새 나고, 어떤 방법으로도 정당화할 수없는 존재조차 살기를 원하고, 자기 나름대로 행복하기를 원한다. 나는 기존 가치관을 뒤엎거나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없지만, 나의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할 수는 있었다. 내 분수를 넘지 않으면서 그러한 상황에 맞춰 살아남으려고 노력할 수는 있었다.
살아남는 것, 적어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스스로 인식하는 규칙을 어긴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 P876

그러나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은, 헤일이 나에게 정식으로 싸움을 걸었지만 진짜로 공격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헤일은 한방 맞은 이후 두 번 다시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나는 20년이 지난 후에야 이 사실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 당시에는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자가 겪는 도덕적 딜레마 ㅡ 규칙을 어기거나 죽거나 ㅡ 밖에 보지 못했다. 이런 경우, 약자가 다른 규칙을 만들 권리가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설령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들 그것을 확인해 줄 사람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 - P881

일고 여덟 살부터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어른에게 드러내지 않는 듯하다. - P897

어른이 흉해 보이는 한 가지 이유는, 아이는 보통 위를 올려다보는데 그렇게 봤을 때 제일 잘생겨 보이는 얼굴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는 본인이 어리고 깨끗하기 때문에 피부와 치아와 안색에 대한 기준이 더없이 높다. - P899

<오로지 바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코끼리를 원하지도 않으면서 쏴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통해서<백인이 독재자로 변할 때 그가 파괴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밖에 없음>을, 독재는 피지배자뿐 아니라 지배자까지 파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918

통렬하고 정확한 비판이야말로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 P9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