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D 플레이어가 고장난 후로 클래식 FM 방송을 듣는 시간이 늘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라디오를 켜놓은 채 지내다보면 귀에 익숙한 곡은 좀더 귀기울게 되고, 그렇지 않은 곡은 무심하게 흘려 듣게 된다. 방금 전 베토벤 교향곡 제 5 번의 3,4 악장을 흥얼거리면서 들었다. 카라얀과 베를린 필의 연주가 훌륭한 덕분일 테지만 베토벤은 언제나 여전한 감동을 준다. 그러나 라디오 방송이 아니었다면 골라서 듣지 않았을 것 같은 선곡이다 싶다. 우선은, 얼마 전부터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등 고음악에 빠져있는 내가 베토벤 교향곡을 골라 듣지 않았을 테니까. 고장난 CD 플레이어도 그렇고, 클래식 FM 방송에서 선곡한 음악도 일상 속의 일탈 같은 느낌이다. 잘 차려진 음식도 만족스럽지만, 배고픔을 달랠 수 있다면 기쁨이 더욱 클 수 밖에. 다시금 클래식 FM 방송의 청취자로 만족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아, 당신을 오래도록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한때 국내 클래식 FM 방송을 개척하기 위해 헌신하셨던 한상우 선생을 떠올리면서 선생의 역작을 잠시나마 펴보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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