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데르 형사는 첫 사건을 수사하기 전에 모차르트의 아리아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좀처럼 풀리지 않는 연쇄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에 짬을 내서 푸치니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앞서 행복감을 되새김질한다. 작가는 발란데르 형사가 사건 수사로 지쳐가는 현실과 대비되도록 휴가, 아버지와 여행 계획 등 동경을 그리고, 망중한 속에서 행복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로 음악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백여 쪽을 읽는 동안 음악이 두 번 언급되었다. 모차르트에 이어 푸치니 음악. 그러나 푸치니 음악으로 퉁칠 뿐 곡명이 없다. 아마도 푸치니 오페라 중 아리아일 것이다. 게다가 유명한 곡일 가능성이 크다. 음악이 속한 문장을 다시 읽으면서, 밤에 편안한 느낌으로 들을 수 있는 곡들을 추리고 추려도 서너 곡은 된다.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별은 빛나건만˝,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을 들었다. 책을 읽다가 말고 푸치니 음악을 찾아 듣느라 분주했던 밤을 보냈다.

그날 밤 발란데르는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창문을 열고 따뜻한 여름 밤공기를 맞았다. 전축에는 푸치니의 음악을 틀어놓았다. 위스키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따랐다. 살로몬손의 농장을 찾아갔던 날 오후의 행복,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기 전에 느꼈던 그 행복을 조금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중략) 그는 손이 닿는 곳에 위스키 잔을 놓은 채, 음악 소리와 여름밤의 공기에 맞춰 살짝 잠이 들었다.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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