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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훔치는 방법 - 배우 헤이든 원의 첫 산문집
헤이든 원 지음 / 온더페이지 / 2025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순간 시작되는 여유
책의 첫 장을 열면, 저자가 방 안에서 무심코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그것을 내려놓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단순한 행위가 독자에게 강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속 무수한 정보와 이미지에 매달리다가, 불현듯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잊고 있던 시간’을 되찾는 순간 말이다. 저자는 “만약 휴대폰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불편할까, 혹은 자유로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그는 실제로 휴대폰을 집에 두고 밖으로 나가는 작은 실험을 한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휴대폰이 없을 때 자신이 더 가볍고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했다. 이 장면은 독자에게 “내가 놓치고 있는 여유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남긴다.
2. 걸음 속에서 발견하는 사색의 힘
저자는 여유를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걷기를 택한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매일 발걸음을 옮기며 느낀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세심히 기록한다. 새벽녘의 고요, 오후의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 그 모든 순간이 글 속에서 하나의 ‘여유의 풍경’으로 그려진다.
이 부분에서 인상적인 점은, 걷기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삶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휴대폰을 집에 두고, 펜과 종이만 들고 걸었다”는 고백을 한다. 이는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적인 감각을 되찾는 과정이며,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소중한 ‘삶의 결’임을 보여준다.
3. 일상의 장면에서 피어나는 철학적 성찰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장면들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저자는 하늘의 색, 바다의 파도, 친구들과의 대화, 어머니와의 기억 등 일상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경험 속에서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바다를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글로 옮기면서 그것을 단순한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여유의 바다’로 확장한다. 또한 어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주는 따뜻함과 동시에, 우리가 놓치고 사는 소중한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글은 시적이면서도 담백하다. 불필요하게 과장하지 않고, 독자가 직접 경험을 떠올릴 수 있게끔 여백을 남긴다. 이 점이야말로 저자의 글이 주는 힘이라 할 수 있다.
4. 배우이자 작가로서의 시선
헤이든 원은 배우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글과 사진을 병행해왔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선은 무대 위에서의 긴장과 자유, 삶의 무게와 가벼움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균형을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그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 여행에서의 풍경,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 느낀 단상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특히 코로나 시국에 해외 활동을 하며 느낀 고립감과 그 속에서 발견한 ‘여유의 가치’는 오늘날 독자들에게 더욱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의 글에는 ‘연기자’로서의 감수성과 ‘작가’로서의 기록 정신이 동시에 담겨 있다. 장면을 묘사하는 문장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지고, 때로는 사진처럼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5. 책이 주는 울림과 교훈
『여유를 훔치는 방법』은 단순히 ‘쉼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멈춤을 선택할 용기’를 말한다. 스마트폰과 바쁜 일상에 휩쓸리는 시대에, 이 책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설 권리가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걷기, 하늘 보기, 자연을 바라보기, 가족과의 대화 같은 사소한 행위들이 사실은 삶을 지탱하는 가장 본질적인 기쁨임을 상기시킨다.
책을 덮고 나면, 나 역시 오늘 하루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저자가 전하고자 한 가장 큰 메시지일 것이다.
총평
『여유를 훔치는 방법』은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잃어버린 ‘여유’를 다시 불러오는 안내서다. 화려한 수사보다 담백한 기록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기만의 속도와 리듬을 찾게 만든다. 읽는 내내 마음이 차분해지고,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작게나마 삶의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2000자 분량으로 정리하자면, 이 책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훔쳐내는 여유의 순간들’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