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도 서점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 ㅣ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츠키하라 잇세이,  서점에서 일하는, 책을 사랑하는 청년이다. 이 남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아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늘상 그래왔듯이,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사소하지 않게 되어 버리게 되고, 이런 사건으로 말미암아 펼쳐지는 또다른 일상들이, 이 책에서는 너무 평범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무난하게 닿아오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서점을 중심으로, 책을 매개로 그려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게다가 요즘 흔히 일상 속을 채우고 있는 블로거들의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으니 마치 나의 일상 속으로 오후도 서점 이야기가 들어 와 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 속 서점과 잇세이가 이미 나의 얼굴 모르는 블로그 이웃중 하나 였던 것은 아니었는지 싶은, 거꾸러 뒤집어 봐도 아주 엇비슷한 일들이 이 이야기의 주된 화제인지라 책을 읽는 독자가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도 살짝 들게도 한다.

책을 시작하면서는 당인리 책 발전소의 김소영씨가 추천하는 글이 있어서 조금 의아해 했었다가, 책을 읽으면서는 김소영씨가 당연히 소개할 만 하다는 생각이 물씬 드는 내용이다. 그녀의 에세이에서도 이미 일본 서점을 둘러 보며 느꼈던 이야기들로 한가득 이뤄졌던 것을 보면  이 이야기를 권하는 이유가 자연히 연결되게 된다.

그녀 추천사의 제목처럼 "사랑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에서 대단히 애절하고도 절실함이 녹아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이 없으면 일상이 허전하고 삶의 의미가 줄어들 만큼 사랑하는 일에 빠져 살 수 있게 한다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지, 이 한 구절에서 느껴지는 의미가 작지 않게 닿아왔다.  

그만큼 책을 좋아하고 독자에게 좋은 책을 발굴하여 세상에 내 보이고 싶어하는 청년을 중심으로 서점에서의 생활과 서점인들의 애정, 점점 사라져 가는 서점을 살려 보려는 의지와 열정을 불태워 가는 모습들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 속에서 자칫 묻혀버릴 지도 몰랐던 책, <4월의 물고기>를 "발굴의 대마왕" 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좋은 책을 선택해 내는 잇세이의 눈에 띈다. 이 책을 기획하고 판매해 보려던 잇세이는 어느 날 책을 훔쳐 달아나는 중학생을 뒤쫓는 일이 벌어지고 그 후 그의 삶은 뜻하지 않았던 곳으로 흘러간다.

작은 온천 마을에서 거의 사라져 갈 뻔한 작은 서점, 오후도는 잇세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벚꽃이 휘날리는 그 마을에서 길 잃은 고양이 앨리스와 외로운 소년 도오루와 함께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모든 일이 마치 원인과 결과인 양 맞춘 듯이 착착 흘러가는 그것이 소설 속 이야기 일지라도 우리네 삶 속에서도 우연인 듯 다가왔던 그것들이 사실은 필연이었음을 뒤늦게 느끼게 되듯이 잇세이의 삶도 그리고, 그의 가슴 속 아빠와 누나의 추억과 함께 더 이상은 슬픔과 외로움의 이름이 아닌 행복한 추억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한 폭의 수채화 같이 다가온다.

벚꽃 앵에 바람 풍 자를 쓰는 오후도 서점은 글자에서 벌써 벚꽃 휘날리는 멋진 마을 속에 동화 속 서점처럼 존재하고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하게 한다. 아울러 책이 어떻게 독자에게 다가서는지, 서점의, 서점인의 역할은 어떠한지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요즘처럼 힘든 서점의 상황도 몹시 실제적으로 느껴졌다. 없어지고 사라지는 동네 서점들이 어디 한 두 군데 이던가. <4월의 물고기>를 살려내기 위해서 각자 자기 위치에서 묵묵히 뭔가를 해 나가던 서점과 서점인들의 모습은 활기를 끌어내어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려져서 더 좋았다. 점점 더 좋아지는 서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아이디어까지 총출동하는 모습에서 비록 인구가 줄어들고 서점을 찾는 독자들이 줄어들고 있더라도 오후도 서점처럼 어디에선가는 역할을 해 나가며 분투하고 있는 서점은 분명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바람과 믿음이 새록 돋아나게 하는 이야기였다. 아울러 마음도 훈훈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