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실록 - 실제 기록으로 읽는 구한말 역사
황인희 지음 / 유아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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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조 실록은 익히 많이 들어왔고 부분적으로 읽기까지도 하였지만, 대한제국의 고종, 순종 황제 실록은 일제 치하였던지라 일본인이 주관하고  감수한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 역사로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던 부분이었다.  옛 역사를 살펴보는 시각에서는 정통에서 벗어났다는 생각과 우리 시각에서의 역사 해석이 아니라는 점에서가 그 이유이다. 시중에서 찾아 볼래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다루지 않은 부분이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런 두 황제 실록을 "정리" 해 보자는, 어떤 시선이었건 간에, 일본인이 관여하였다 하더라도 그 당시 시대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역사 자료로써 외면하고 있지만 말자, 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 저자 덕분에 우리 독자들도 그 당시 근대적인 상황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이유로 이 책 또한 소중한 책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철종이 승하한 후 왕위 계승을 이어간 고종, 옥새를 넘겨받기 까지의 상황도 아주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즉위 후 경복궁의 중건이라던가 양이가 출몰하던 시절이 마치 어제 일 처럼 씌여있다. 역사 속에서 그저, 우리 바닷가에 나타난 외국선, 그리고 신미양요, 이렇게 결과만을 알고 있게 했었다면, 반면 이 책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무역을 하고자 했던 그들,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등  마치 일상 속에 있었던 일 같이 상세하게 보여준다. 사실 대원군의 척화비와 서양인들의 배척으로 우리가 결국 식민지에까지 이르게 되지 않았는가, 라는 그 책임의 시작을 그 당시 일찍 개화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원인으로  먼저 떠올리게 했었다. 그런데 그 시대에서 살고 있었던 그 사람들에게는, 고종을 위시하여 척화를 그렇게 부르짖었던 최익현 등 그들의 사상이 어떻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도 조금은 이해하려는 입장이 되게 한다. 하루하루가 변화의 나날들 속에서 그야말로 격변의 시대를 살아 왔던 그 사람들에게는 우선 공포에 가깝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는 와중에 공교롭게도 TV 역사 저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임오군란 편을 방송했다. 이 책의 내용에서도 고종, 순종 황제 실록에 들어가기에 앞서 고종이 즉위하던 그 때 부터 황제라는 칭호를 쓰기 전 까지의 시간을 정리한 부분이 있고, 여기에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조선책략,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 그 시대 일련의 사건들이 한참 수록되어 있던 차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TV 방송까지 접하게 되니 그 날의 역사적 사건이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그 어느 때 보다도 실감났다. 그리고 책의 독자로서, TV 방송의 시청자로서 같은 사건을 접하고 받아들여지는 차이점이라고 할까, 다른 사람의 해석과 비판을 전혀 담지 않은 실록 읽기에서는 그 날의 상소문, 고종, 순종의 비답 같은데에서 가타부타 누군가가 의견을 집어넣지 않는다. 오롯이 독자로서의 생각만 있게 될 뿐이다. TV 에서는 패널들의 해설과 비판을 함께 들으니 좀 더 상세한 상황이 들어올 수 있었지만 실록 읽기에서는 나 만의 자유로운 해석과 감정이 피어올라왔다. 


급기야, 1905년 한일 협상 조약이라는 것을 체결했는데,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기에는  을사 오적이라느니 나라 팔아 먹은 이들이라느니, 하여 왔었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들 을사오적 뿐만 아니라 첫째도 둘째도 고종이 책임져야 하고 최대 욕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임금은 부모와 같다, 라고 하면서 백성을 자식처럼 타이르기도 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도 한다는 말이 여러 번 이 책에 나온다. 정치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이렇게 가정의 대소사를 책임 진 사람처럼 답을 내리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일본과의 조약을 고종 스스로 읽어 봤으면서도  또한 신하들이 그렇게 주청을 하고 상소를 올렸음에도, 더 이상 거론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니, 한 국가를 책임지고 그 선봉장에 선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했고 그런 판단을 했다는 그것이 너무 한심스럽다. 나라의 주권이 넘어가게 생겼고 백성들이 곤경에 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줄줄이 자결하는 신하가 나옴에도 그는 조의를 표명하기만 했다. 그 당시 그 때 조약 체결장으로 돌아가 보면 을사 오적 쯤이야 고종이 빽, 소리 한 번 질러봤으면 어땠을까,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야, 했었다면 또 어땠을까. 결사항전의 정신으로 줏대를 가진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했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역사를 거꾸러 되돌려 태종이 고종 대신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자신만의 안전과 안위만을 고려했을 뿐이라고 대놓고 실록은 기록하고 있진 않지만 그 때 상황을 기술한 그 내용에서 고종의 몸사리기 같은 행동이 엿보인다. 아니면, 일본인의 시선에서 그들만의 의견을 써 냈을까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고종을 나약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로 만들기로 작정을 한 것인가, 로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누가 오판을 했든 결과는 대한이 일본에 넘어 갔다는 것이고 그 다음 이어지는 헤이그 밀사 사건 같은 것에서도 역시나 고종을 음해하기만 했던 것은 아닐 것 같다. 심지어는, 일어서는 의병을 막으려 했다는 부분에서는 정말 그가 진정 조선의 국왕이 맞았을까, 싶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동학군, 우리의 농민군을 외국 군대를 불러 들여서  막아냈던 극악무도하고 어리석은 짓을 했던 전적이 있었다.


아, 이런 모든 판단과 느낌은 실록을 대하는 독자들 나름대로의 의지에 달려 있겠지만 역사 속에서 자주 들어왔던 일들 조차도 혹시나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가능성으로 이어지게 하는, 이런 실록을 읽음으로 하여 생겨나는 생각의 폭을 더 넓게 하여 주는 역할도 충분히 한다. 흔히 볼 수 없는 책이니 만큼 더 귀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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