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한문 공부 - 문법이 잡히면 고전이 보인다
정춘수 지음 / 부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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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씹어 읽어야 할 책이다.

처음의 인상은 한문법 책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마치 영문법 책을 잘 정돈해 놓은 듯이 목차에서도 거의 영문법 설명서 같이 나타난다.

부정, 명령, 의문, 반어, 비교, 가정, 양보, 사동, 피동에서 벌써 영문법 냄새가 아주 강하게 피어오른다.

영어 공부할 때 처럼의 느낌이 물씬 닿아왔다고나 할까.

그런데 읽어갈수록 그런 느낌보다는 한문을 제대로 알아가고 있구나, 를 느끼게 해 준다.

학교 때 한문 해석을 배웠던 것이 여태까지 남아서 버티고 있을 리는 만무하고

언제 제대로 한문 해석을 배웠던 적이 있었던가, 를 생각하면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한문 해석에 대한 갈증을 다소 풀 수 있게 되는

맑은 샘물을 대한 듯한 기회이다.


읽어갈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고 혹시라도 다른 비슷한 종류의  책이 나오지나 않았는지 살펴보기까지 했다고 하니

이와 비슷한 책은 아마도 발견하기 어렵지 않을까도 싶다.

그만큼 이 책의 가치는 유일무이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말을 해 놓고도, 이 책을 읽었으니까 유일무이도 뜻을 다시 한 번 새겨 보게 된다.  

오로지 하나이고 둘은 없다는 뜻이 된다.


이렇듯 글자 속에 숨겨져 있던 뜻이 새록새록 새로 나타나게 한다.

만물에서 비롯된 물은 '것'으로 해석을 하여서, 같은 방법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고 있는 단어들,

건물은 세우는 것, 생물은 살아있는 것,

그저 단어로만 닿아오던 것에 새롭게 뜻을 새겨넣게 하는 자세를 준다.

이런 이유로 한자를 잘 아는 어린이가 이해력도 빠르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오로지 문법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문장을 선별한 예를 보더라도 맹자를 비롯, 순자, 한비자, 장자, 노자의 어록에서 발췌했고  사기나 중국 역사서등에서도 뽑아 낸 구절들을 실례로 사용하고 있다.

아주 고급 어휘나 문장을 접하면서 새롭게 뜻을 새겨가는 과정이 완전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독자로서는 어려움도 있었다.

겨우 해석을 해 놓고서도 의역하는 부분에서 흔들렸다.

去 好 去 惡, 群 臣 見 素 거호거악  군신현소 (27쪽) 

신하들이 흰 것을 본다, 라는 직역까지는 가능하나

결국 뜻은 본심을 내 보인다, 로 바뀌니 오호, 통재라...


또한 어순과 자리를 두고서 신경써서 해석을 해 보아도 힘든 구석이 많다.

특히 같은 단어가 따라서 같이 나올 때에 병렬 구조로 봐야 할 지 목적이나 보어로 보아야 할 지  애매함이 엄습한다.


居天下之廣居       거천하지광거   (40쪽)

언뜻, 하늘 아래 사는 것은 넓게 사는 것이고, 라고 다가온다.

천하라는 넓은 곳에 살고, 라는 해석이 내게는 이렇게 다가오다니,

어떻게 틀린 해석을 하게 되는지도 하나 씩 밝혀졌다.


이런 방식으로 읽어 가다 보면 단어 하나 하나에, 문장 하나에 들어 있는 뜻이 남다르게 다가오기도 하고   숨어있던 속 뜻을 알아 낸 새로운 기분도 들게 한다.



:: 한문은 품사가 가변적인 언어입니다. 일부 허사를 제외하면 단어의 품사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문장내 위치에 따라 동사, 형용사, 명사를 넘나듭니다. 그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때로 음도 바뀌지요.

(131쪽)


걱정하던 부분을 좀 달래주는 듯한 문장이다. 이렇듯 쉽지 않으니 연습이 필요한 것일 것이다.

그 시간은 결코 짧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참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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