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훌륭한 말씀들로 채워진 책입니다.
이렇게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으로 채워진 책인
별로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닌데 어쩔수 없는 열패감이
좀 기분이 나쁘기도 합니다.

열패감까지는 아니지만 평생 공부만 하신 신부님이
그것도 엄청 많이 엄청 잘하신 분께서
스스로를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말씀하시니
조금의 열등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따뜻하지만 바늘끝같은 날카로움이 살아있습니다.
마냥 따뜻하고 긍정적이고 다 좋은 다 괜찮다고
하는 내용이었으면 중간에 책을 덮었을 겁니다.

좌절과 절망이 결국은 무언가를 이루어 낸다는
이야기로 읽혀진 타클라마칸 사막 이야기는
무척 외롭고 쓸쓸하지만 높은 이야기 같았습니다.

라틴어의 기원이 일부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 했습니다.

매 챕터 마다 라틴어 문장이 제목이 됩니다.

제일 좋았던 문장은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당신이 잘계신다면 잘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라는
뜻입니다.

혼밥, 혼영은 일반적이고 혼행까지. 무엇이든 혼자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시대이고 제 역시 뭔가를 혼자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나의 안녕이 당신의 안녕으로 부터 비롯된다는 인사말이
그 어떤 말보다 따뜻하고 위로가 됩니다.

그런 인사를 해 본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로마인들의 널널한 나이와 놀라운 음식도 재미있었습니다.

욕망하지만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간절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건명원의 원장인 최진석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편안하게 읽어지지 않는 책입니다....
예리하기도하고, 놀랍게 객관적이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합니다.
진심으로 옳은 이야기들은 예리하고 불편한 법인가 봅니다.

익숙한 모든 것에 대한 부정에서 시작하는 행동하는 철학
새로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선도의 힘,
결국 이것이 선진국의 힘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세상과의 불화를 자초하는 고독,
독랍한 인간에게한 허락되는 고독,
고독할 수 있는 용기,
진정한 승자가 되는 길 "나무 닭" 또는 "태연자약"

좀 더 젊었을때 이책을 읽었다면
이렇게 불편하고 어렵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늙어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시간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나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그렇게 씁쓸할 수가 없습니다.

청소부 아주머니와 요구르트 아주머니를 위해
비밀번호를 써늫은 공무원들의 안일함이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선례를 따라 일을 진행하는 담보된 안정감이 주는
편안함도 너무너무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저자는 거기서 벗어날 수 있어야 좀 더 높은
시선으로 세상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현실에 편안함에 날마다 날마다 너무너무 감사하며 살았던
삶이 어쩌면 곰팡이가 피고 있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살기도 급급한데 이렇게 살면 안된다니 참 막막합니다.

하지만 좋은책입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괜찮다 괜찮다'
위로를 건내는 글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렇게 살아도 정말 괜찮을까 하는 꼭꼭 숨겨둔 불편한 이야기,
힘들지만 도달해야 하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풀어냅니다.

위로를 받을 수 없지만 더 많은 불편한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탁월한 인간은 항상 ‘다음’이나 ‘너머’를 꿈꿉니다.
우리가 ‘독립’을 강조하는 이유도
‘독립’만이 ‘다음’이나 ‘너머’로 넘어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머’나 ‘다음’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 이때 불안을 감당하면서 무엇인가를 감행하는 일을
비로소 ‘용기’라고 말할 수 있죠." p.223

우리는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지(知)에
매몰되어 한편을 지키는 일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해와 달을 동시적 사건으로 장악하는 명(明)의 활동성을
동력으로 삼아 차라리 황무지로 달려가야 합니다.
이미 있는 것에 편입되어 안정되기보다는,
아직은 이름 붙지 않은 모호한 곳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가야 합니다.
흔들리는 불안을 자초해야 합니다." p.2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여태까지 읽은 책중에 하나를 택하면 어떤 책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참 어려운 질문이죠.
"태백산맥도 참 좋은 책이지. 도스토예프스끼의 "죄와 벌"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
그래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더 좋지 않았을까?"
막상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딱 답이 정해졌습니다. 이제부터는 "토지"입니다.

토지를 읽었습니다. "토지"라는 제목이
"박경리"라는 이름이 주는 무거움과 무려 21권이이라는
방대함에 선뜻 손을 대지 못하던 책입니다.

1월을 시작하며 2018년 혼자만의 장기 초대형 프로젝트로
시작했는데 초단기 프로젝트로 끝났습니다.
이렇게 재미있을 줄을 몰랐습니다. "재미"라는 말이 이책에
격에 맞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의 표현을 제가 할 능력이 없네요.

이 어른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써 냈을까요?

1897년의 구한말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1945년 8월 15일에 하동 편사리에서 끝나게 됩니다.

48년의 세월, 하동에서 간도에서 진주에서 그들이 겪어 냈던
삶을 무게는 결코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토지를 어렴풋이 최서희와 김길상의 이야기,
일제강점기 우리민족의 수난사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건 아닌 듯 합니다.

최참판댁 청상 윤씨부인, 그의 외동아들 최치수,
최치수의 부인 별당아씨,
최지수의 딸 최서희로 이루어진 최참판댁.
윤씨부인을 겁탈한 동학 접주의 김개주, 윤씨 부인이 몰래
낳은 김개주의 아들 김환,
김개주의 죽음이후 최참판댁의 하인으로 들어온
구천 또는 김환.
최치수의 아내인 별당아씨를 사랑했던 구천. 그들의 사랑.
최치수의 차가운 몸부림과 죽음, 조준구의 등장, 평사리 사람들의 봉기, 지리산으로의 피신, 간도로의 이주,
용정땅에서의 평사리 사람들, 간도, 만주, 하얼빈에
이르는 독립운동가들, 조준구에 대한 복수,
이상현과 서울의 식자들, 진주로의 귀환,
극심해 지는 일본의 수탈, 지리산 사람들

윤씨부인과 김개주와 최치수와 김환과 별당아씨
조준구와 김평산과 칠성, 귀녀와 강포수.
강포수의 아들 공산주의자 두메,
최서희와 김길상과 봉순이 또는 기화 그리고 기화의 딸 양현이. 최서희와 김길상의 아들 환국과 윤국
용이와 강청댁과 임이네. 용이와 월선과 용이의 아들 홍이
김환과 윤도집, 김환과 강쇠,혜관스님과 주갑, 강쇠와 송관수,
송관수와 월선네와 아들 송영광, 조용하와 조찬하와 임명희, 여옥과 최상길,
오가다와 유인실과 조찬하의 아들 쇼지,
임역관과 공노인. 만주의 세리판심, 만주의 송씨일가,
각자의 길을 간 금녀와 송애
조준구의 아들 조병수와 김한복의 아들 김영호와 숙이,
김강쇠 아들 김휘와 영선.
홍이와 천일, 홍이의 딸인 상의와 아들 상근.
김두만과 김두수, 정석과 성환과 남희와 할머니.
야무네와 인호, 그리고 장연학

48년의 시간,
하동과 용정, 만주, 진주 라는 공간에서 펼쳐진 이야기.
등장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생명력이 찬란합니다.

긴 시간도 시간이지만 소설의 공간이 주는 힘도 대단합니다.
하동 평사리에서 시작하지만 용정과 만주, 하얼빈까지에
이르는 공간이 읽는 사람을 시원하게도 합니다.
우리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다는 것이 마치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고립감이 공간적 고립을 넘어 문학적 고립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토지는 나라 잃은 백성의 허무와 끈질긴 생명과 함께
귀천의 구분없이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증명해 내고자 했던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남자에게 버림받고 밀정인 김두수에게 능욕을 당했지만
죽음으로 자신의 존엄을 지켜냈던 금녀.
살기위해 자신의 존엄 따윈 내던지고 살았던 모녀 임이네와
임이. 우가네. 그리고 배설자.

엄혹한 시절 죽음으로 자신의 존엄을 지켜낸 사람이 금녀뿐이 아니었을 것이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급급했던 것던
사람도 임이네와 배설자 뿐은 아니였을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괴로움으로 평생을 살아버린 식자 이상현.
아버지 이동진의 커다란 이름앞에, 최서희와 하인 김길상의
혼인으로, 기화와의 사랑으로, 식민지 양반의 아프고 아픈 모습입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일본의 만행은 극에 달하고 공출과
강제징집으로 황폐해지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만 버텨 주길
바라게됩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민초들의 삶이라고 간단하게 정의 하기엔
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삶이 너무나 생생하고 처연합니다.

이 소설은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1945년 8월15일 이후에 그들의 이야기는 더 암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이와 석이는 남쪽으로 왔을까? 만주의 독립운동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얼마나 더 엄혹한 세월을 견뎠을까? 한 생각도 들게 합니다.

암튼 올해는 진주, 하동, 박경리 선생의 묘가 있는 통영까지 꼭 한번 가봤으면 좋겠습니다.

"저 토지 읽은 여자에요"

사족 : 흔히들 이야기할 때 삼국지의 인물에 비교하여
얘기하곤 합니다. 삼국지의 인물을 이해하듯 토지의
인물들을 비교하며 이야기 하는걸 상상해 봅니다.
수줍은 아가씨의 사랑 고백이 거절 당한 경우
"이상현에게 고백하고 빗속에 돌아오는 임명희 같구나"
라든지
자신의 선배나 상사를 무한 신뢰하는 사람에게
"김환 옆의 강쇠구나" 라든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여
은밀하게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조준구 집에 숨어들간 석이 뺨 치겠다" 라든지.
이렇게 얘기 할 수 있으면 재미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작가의
책입니다.
1954년에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는 ...
1960년에 부모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하여
현재까지도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작가라고 말하는게 더 옳은 것 같네요.

이책은 장기 축출을 위해 복제된 사람들의
성장과, 꿈과, 사랑과 삶을 담담히 이야기 합니다.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여느 성장소설처럼 학교 안에서 커가는 아이들,
또래 친구들과의 우정, 오해와 이해들의 이야기가
좀 지루할 정도로 묘사됩니다.
"들어도 듣지못하며" 책을 읽는 사이 "기증", "회복",
"센터" 같은 단어 사이사이에 그들에 음악과 그림과,
수많은 대화가 강처럼 흘러갑니다.

그러다 문득 만나게됩니다. 결국 그들은 클론 이었다는 것을..
장기 적출을 위해 만들어진 사람들.
그들을 사람이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원래의 인간들.
그들도 인간임을 세상에 증명하고자 했던
에일리 선생님과 마담.
그들을 통해 세상을 위협했던 과학자들.
그들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라 그들을 만든 또다른 인간들에
의해 존재가 결정되는 그들의 이야기 입니다.
어쩌면 물질로 취급되어 사육되는 인간들이었습니다.

처음엔 작은 샛강 같은 곳에서 작은 배에 타고 있는 여유로운
느낌이 었는데 떠내려가는 중간중간 샛강들이 하나둘 모여
마지막 페이지에선 망망대해에 작은 나룻배에 타고 있는 듯한
막연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는 그들이 삶이 더욱 먹먹해지고 슬픈
이야기 입니다.

의식이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의 모든걸 기증하는
네번째 기증에 대한 짧은 문장은 인간의 냉혹함과
그들의 애잔한 삶이 극명하게 교차합니다.

인물의 대화와 묘사만으로 그들의 미묘한 감정을 행간의
묘한 느낌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글이 매력적이기도 하고
좀 지루하고 합니다.

쓰여진 텍스트보다 쓰지 않은 텍스트로 더 많은 것을
느끼게하는 느낌적 느낌이 충만한 문장들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생애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승우 소설가의 장편소설입니다.
저는 특별히 작가의 문장을 좋아합니다.
간결하고, 짧은 문장이 좋은 문장이며...
글에 있어서 동어반복과 중문은 사실 피해야할 문장의
독으로 배우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이승우 작가의 동어반복과 문장과 문장을 연결한
중문구조의 문장이 많습니다.
사실 이런 글이 가독성 면에서 자꾸 발목을 잡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한글자 한글자 한문장 한문장 읽지 않으면
금세 흐름이 끝기기 마련입니다.
발목을 잡는 동어반복과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읽어야 하는 문장이 글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이책은 "사랑"에 집중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첫문장도 매력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이다"
사실 책전체가 이 명제에 대해 하나하나 증명해 나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이 사람을 안에 자리를 잡으면 사람은 꼼짝없이
사랑의 숙주가 되고 만다는 군요. 그런거였습니다.
젊지 않은 소설가의 "사랑"에 대한 아주 자세한 설명이
마치 다큐멘터리 같기도 합니다.

선희와 영석의 사랑을 중심으로 형배에 대한 선희에 사랑,
선희에 대한 형배의 사랑, 준호의 개별적인 사랑(매우
동의 되기도 합니다.), 형배 어머니의 사랑,
형배 아버지의 사랑 모두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사랑이 되어 사람안으로 들어와 사랑의 생애를
시작하게 되면 사람은 그저 그의 생애를 따라 갈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우리모두는 사랑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거
라고 얘기합니다.

서사와 인물의 캐릭터를 소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또 따른 형식입니다.

이런 소설이 영미권이나 유럽에서 그들의 언어로
발표되었다면 아마도 더 많은 호응과 지지를
얻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훌륭한 작가이고 좋은 소설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