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여태까지 읽은 책중에 하나를 택하면 어떤 책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참 어려운 질문이죠.
"태백산맥도 참 좋은 책이지. 도스토예프스끼의 "죄와 벌"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
그래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더 좋지 않았을까?"
막상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딱 답이 정해졌습니다. 이제부터는 "토지"입니다.

토지를 읽었습니다. "토지"라는 제목이
"박경리"라는 이름이 주는 무거움과 무려 21권이이라는
방대함에 선뜻 손을 대지 못하던 책입니다.

1월을 시작하며 2018년 혼자만의 장기 초대형 프로젝트로
시작했는데 초단기 프로젝트로 끝났습니다.
이렇게 재미있을 줄을 몰랐습니다. "재미"라는 말이 이책에
격에 맞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의 표현을 제가 할 능력이 없네요.

이 어른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써 냈을까요?

1897년의 구한말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1945년 8월 15일에 하동 편사리에서 끝나게 됩니다.

48년의 세월, 하동에서 간도에서 진주에서 그들이 겪어 냈던
삶을 무게는 결코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토지를 어렴풋이 최서희와 김길상의 이야기,
일제강점기 우리민족의 수난사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건 아닌 듯 합니다.

최참판댁 청상 윤씨부인, 그의 외동아들 최치수,
최치수의 부인 별당아씨,
최지수의 딸 최서희로 이루어진 최참판댁.
윤씨부인을 겁탈한 동학 접주의 김개주, 윤씨 부인이 몰래
낳은 김개주의 아들 김환,
김개주의 죽음이후 최참판댁의 하인으로 들어온
구천 또는 김환.
최치수의 아내인 별당아씨를 사랑했던 구천. 그들의 사랑.
최치수의 차가운 몸부림과 죽음, 조준구의 등장, 평사리 사람들의 봉기, 지리산으로의 피신, 간도로의 이주,
용정땅에서의 평사리 사람들, 간도, 만주, 하얼빈에
이르는 독립운동가들, 조준구에 대한 복수,
이상현과 서울의 식자들, 진주로의 귀환,
극심해 지는 일본의 수탈, 지리산 사람들

윤씨부인과 김개주와 최치수와 김환과 별당아씨
조준구와 김평산과 칠성, 귀녀와 강포수.
강포수의 아들 공산주의자 두메,
최서희와 김길상과 봉순이 또는 기화 그리고 기화의 딸 양현이. 최서희와 김길상의 아들 환국과 윤국
용이와 강청댁과 임이네. 용이와 월선과 용이의 아들 홍이
김환과 윤도집, 김환과 강쇠,혜관스님과 주갑, 강쇠와 송관수,
송관수와 월선네와 아들 송영광, 조용하와 조찬하와 임명희, 여옥과 최상길,
오가다와 유인실과 조찬하의 아들 쇼지,
임역관과 공노인. 만주의 세리판심, 만주의 송씨일가,
각자의 길을 간 금녀와 송애
조준구의 아들 조병수와 김한복의 아들 김영호와 숙이,
김강쇠 아들 김휘와 영선.
홍이와 천일, 홍이의 딸인 상의와 아들 상근.
김두만과 김두수, 정석과 성환과 남희와 할머니.
야무네와 인호, 그리고 장연학

48년의 시간,
하동과 용정, 만주, 진주 라는 공간에서 펼쳐진 이야기.
등장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생명력이 찬란합니다.

긴 시간도 시간이지만 소설의 공간이 주는 힘도 대단합니다.
하동 평사리에서 시작하지만 용정과 만주, 하얼빈까지에
이르는 공간이 읽는 사람을 시원하게도 합니다.
우리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다는 것이 마치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고립감이 공간적 고립을 넘어 문학적 고립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토지는 나라 잃은 백성의 허무와 끈질긴 생명과 함께
귀천의 구분없이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증명해 내고자 했던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남자에게 버림받고 밀정인 김두수에게 능욕을 당했지만
죽음으로 자신의 존엄을 지켜냈던 금녀.
살기위해 자신의 존엄 따윈 내던지고 살았던 모녀 임이네와
임이. 우가네. 그리고 배설자.

엄혹한 시절 죽음으로 자신의 존엄을 지켜낸 사람이 금녀뿐이 아니었을 것이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급급했던 것던
사람도 임이네와 배설자 뿐은 아니였을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괴로움으로 평생을 살아버린 식자 이상현.
아버지 이동진의 커다란 이름앞에, 최서희와 하인 김길상의
혼인으로, 기화와의 사랑으로, 식민지 양반의 아프고 아픈 모습입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일본의 만행은 극에 달하고 공출과
강제징집으로 황폐해지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만 버텨 주길
바라게됩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민초들의 삶이라고 간단하게 정의 하기엔
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삶이 너무나 생생하고 처연합니다.

이 소설은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1945년 8월15일 이후에 그들의 이야기는 더 암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이와 석이는 남쪽으로 왔을까? 만주의 독립운동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얼마나 더 엄혹한 세월을 견뎠을까? 한 생각도 들게 합니다.

암튼 올해는 진주, 하동, 박경리 선생의 묘가 있는 통영까지 꼭 한번 가봤으면 좋겠습니다.

"저 토지 읽은 여자에요"

사족 : 흔히들 이야기할 때 삼국지의 인물에 비교하여
얘기하곤 합니다. 삼국지의 인물을 이해하듯 토지의
인물들을 비교하며 이야기 하는걸 상상해 봅니다.
수줍은 아가씨의 사랑 고백이 거절 당한 경우
"이상현에게 고백하고 빗속에 돌아오는 임명희 같구나"
라든지
자신의 선배나 상사를 무한 신뢰하는 사람에게
"김환 옆의 강쇠구나" 라든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여
은밀하게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조준구 집에 숨어들간 석이 뺨 치겠다" 라든지.
이렇게 얘기 할 수 있으면 재미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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