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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서 그대로 얼어죽는줄 알았습니다.

여담을 조금 끄적거리자면, 오늘 서점서 김영하가 쓴 이상문학상 작품을 봤는데
읽는 내내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풋.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유쾌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텐데

하지만 마지막 부분의 씁쓸함이 없었더라면 아마 상을 타지 못했을 것 같네요.

그나저나 이상문학상의 표지가 정말 많이 변했네요.

바로 1년 전만 해도 늘 보던 표지아니었던가요, 저는 오늘 책 표지를 보고

헐, 이것이 이상문학상 표지인가?? 다른 책 집어든 거 아닌가, 생각했었답니다.

 

그나저나 시작합니다.

 

과학자들은, 특히 물리학자들은 좀 특이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에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공유하는, 아니 과학자 집단에서 대개 공유하는 특질이 있다면 바로 '대칭'에 대한 비이성적일정도의 집착입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과학에 발가락을 살짝 담근 사람으로서 이야기하자면, 사람 몸만 해도 왼쪽이 떨리면 오른쪽도 그런 증상이 보이지 않는지 살펴보아야만 하고, 화학적인 구조물을 발견하면 그 구조물의 거울이성질체가 없는지도 알아낼 수 있으며, 물리학에서는 늘 중력과 수직항력이 정 반대 방향에 균형을 이루고 있어 우리가 정지해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이런 대칭에 대한 믿음은, 좀 더 일반화하여 이야기하자면 '짝' 에 대한 믿음은 이윽고 양자역학과 입자 물리에 이르러 초대칭이론을 낳습니다. 그 이론을 통하면 그동안 입자물리에 있어서 표준모형이 가졌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고 이윽고 우리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쓰여진 책으로 보이며, 물론 군데 군데 나오는 수식과 그림들은 어쩌면 이해하기에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칭이 가지는 완전성으로부터 비롯되는 아름다움을 그 단편만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이 책의 목적은 다한 셈이겠지요.

 

 

 

지난번에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를 추천한 페이퍼가 있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책과 마찬가지로 천병희선생의 번역본인데, 개인적으로 천병희 선생의 번역을 상당히 신뢰하는 편이고, 책을 조금 넘겨보았을때 문장이 대부분 매끄러워보였기에 이렇게 여기에 추천해봅니다. 갈리아 원정기는 카이사르가 말 그대로 갈리아 지역을 정복한 후에 그 전쟁에 대해서 쓴 글입니다. 카이사르가 이 책을 쓰고 나서 로마에서는 이 책을 읽고 감탄이 그칠 날이 없었다던가요. 천병희 선생의 노고가 담긴 이 책에서는 그 당시 로마인들에게 사랑받았던 카이사르의 아름다운 문체를 느낄 수 있으리라고 기대됩니다. 그러고보면 제가 갈리아 전쟁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은 대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에 기반하고 있기에 (시오노 나나미의 카이사르 사랑은 잘 알려져 있지요) 객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요. 안그래도 주관적인 '원정기' 를 한 번더 필터를 거쳐서 쓰여진 책이 '로마인 이야기'일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원전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사실 이 책을 처음 보면서 떠올린 것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였습니다. 제작년에 6권 완간으로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 그 책은 많은 명사들이 읽으면서 영감을 떠올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나 잘 알려진 애독자로는 윈스턴 처칠을 들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와 같은 일반 독자들이 로마제국 쇠망사를 다 읽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에드워드 기번의 글은 유려하고 잘 읽힙니다만,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분량은 결국 우리를 질리게 만들지요. 저와 같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무한히 퍼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생업에 종사하다보면, 학문에 열중하다보면, 또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놀다보면(사실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결국에는 다 읽지 못하고 앞부분만 읽다가 놓아두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우리를 타겟으로 수많은 축약본들이 출판되어나왔습니다만, 아무래도 수많은 내용을 한 권에 집약해서 쓰이다보니 문장도 어색하고 앞 뒤가 엇나가보이는 경우도 종종 보이게 되지요. 그런데 이 책은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겠다는 생각으로 그 오랜 로마의 역사를 큰 틀에 맞춰서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에드워드 기번의 6권짜리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는 것이겠지만,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면 난무하는 축약본들말고 이 책을 읽는게 옳은 선택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오늘 서점 나들이에서 건진 수확이라면 이 책 '찰스와 엠마'를 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전혀 알려지지도 않은 저자였고, 역자도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만, 어린아이들의 책같은 표지를 한 장 넘기자 놀랍게도 저는 이 책의 내용에 빠져들아갔었지요. 여기서 찰스는 '찰스 다윈'이며 엠마는 '엠마 웨지우드' 그러니깐 찰스 다윈의 아내입니다. 그러고보면 지금껏 나온 다윈 평전은 하나같이 두꺼운 두께(기본이 1000페이지)를 자랑했으며, 다윈의 생활에 대해서 정말 편집증과도 같은 집착으로 하나하나 다 주워모았지만 정작 찰스의 사랑에 대해서는 딱딱한 문장들로 지나가버리고 맙니다. '결혼을 하면 좋은 점' 과 '결혼을 하면 나쁜 점'을 꼼꼼히 따졌던 찰스 다윈의 성격 그대로 말입니다. 아, 어쩌면 좋은 평전이라는 것은 그 평전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성격마저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읽은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와 무어의 다윈 평전은 정말로 대단한 책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살짝 삐딱하게 찰스 다윈의 삶을 바라봅니다. 특히나 그동안 학자들이 등한시했던 부분인 사랑, 에 대해서 말입니다. 무신론자인 다윈과 종교를 신실히 믿던 엠마. 그런 그들이 내린 결론은 '결혼, 결혼, 결혼, 그리고 증명은 종료되었다.'

 

 

 

사실 이 책은 제 개인적인 흥미로 담아두는 책입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괜히 무언가 집적된 것 처럼 보이는 책들이 좋더군요. 이 책은 표지에서 광고하고 있는 그대로 동서양의 40권이나 되는 책들을 모두 묶어서 내용의 엑기스를 뽑아낸 책이라 보여집니다. 잠깐만 살펴보아도 목록들이 정말 대단합니다. 방법서설, 고백론, 순수이성비판과 같은 이름 그 자체로 유명한 책들에서부터(이름은 유명하지만 직접 읽기에는 왠지 힘든 책들) 과학자들이 쓴 부분과 전체와 같은 책들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도 매우 다양합니다. 제목에 식사, 라는 단어를 붙인다면 그야말로 왕의 식사가 되겠지요. 체할 것에 대비해 포도주까지 함께 곁들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만, 아무래도 포도주는 우리가 직접 준비해야 할 듯 합니다. 그 점만 제외한다면 우리는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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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2-04 02:11   좋아요 0 | URL
갈리아 원정기라. 이미 가진 책이 있어서 주저하고 있는 책입니다. 아마도 조만간 내전기도 번역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연 2012-02-04 21:25   좋아요 0 | URL
아.. 이전에 다른 분이 번역하셨던 것 같던데. 그 판본을 가지고 계시나보군요. 그러게요, 이전에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를 살펴보면서 인터뷰같은 걸 본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그때 인터뷰에서 내전기도 작업에 들어갈거라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네요.

bawbee 2012-02-09 18:23   좋아요 0 | URL
<찰스와 엠마> 땡스투^^

가연 2012-02-11 23: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