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방여행기'라는 제목만으로 그저 동방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신비한 동방세계를 여행한 후 느낀 바를 적은 글인줄로만 알고 읽다 이책의 지은이가 근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인 유명한 건축가이자 화가란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순서가 바뀌긴 했어도 일단 그의 소개를 하자면 타임지가 뽑은 20세기를 빛낸 100명 가운데 건축가로는 유일하게 선정되었으며, 그의 작품 중 대표적인 건축물로 사부아 저택, 마르세유의 위니테 다비타시옹, 노트르담 뒤 오 성당, 라투레트 수도원 등이 있고 그외에고 많은 미술과 조각픔을 남겼단다. 이 글을 읽다보면 단순한 여행기가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미적 감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11년, 설계사로 일하던 르 코르뷔지에는 친구 오귀스트 클립스탱과 함께 적은 여비로 5월부터 10월까지 보헤미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를 두루 방문하고 그곳의 대표적인 건축들을 탐색한다. 드레스덴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아테네에서 폼페이로 르 코르뷔지에는 여행중에 느낀 그의 솔직한 감동을 일기에 기록하고, 여러 장의 데생도 남긴다. 그는 그때의 기록 중 일부를 발췌해한 지방신문에 실었고 그의 기록을 분류하고 다듬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글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전쟁 등 우여곡절 끝에 그의 서재에 쌓여 있던 원고는 그가 여행을 마친 54년 뒤에나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그는 주변경치와 여행에 대한 느낌을 솔직히 고백한다.
글을 잘 쓸줄 모르는 내가 이 항해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나는 수천년전 사람들이 이 땅에서 만든 기억들에 불명확하고 단순한 흔적을 덧붙일 뿐이다.(중략) 주변 경치를 감상했다. 그것은 대단한 행복, 고요한 기쁨이였다. 그런 행복과 기쁨을 생기없고 무능하게 묘사한 나를 부디 용서해주길!
그는 눈에 보이는 사물들을 섬세하고 간결하며 동시에 시적으로 표현하였다. 르 코르뷔지에가 글로 표현한 이미지들은 마치 그림을 보듯 한폭의 수채화처럼 눈앞에 펼쳐친다. 이 책을 읽으며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가가 됮 않았다면 아마도 시인이 되었을 거란 생각을 했더랬다. 그의 글으 통해서도 그가 예술가이며 동시에 훌륭한 건축가임을 알기에 충분하다.
베를린과 프라하, 빈, 바츠, 부다페스트,보요, 베오그라드, 크냐제바치, 니슈, 콘스탄티노플, 아테네, 델포이, 나폴리, 로마, 폼페이,피렌체 등 아름답고 고색창연한 도시들을 방문하며 그만의 시각으로 그 들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 비친 모습들은 생생하게 그의 글속에 되살아난다. 무엇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그는 농부들이 사는 집의 하얀 석회칠을한 하얀 방벽에 열광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들에 감탄하며, 이스탄불을 분홍색과 파란색으로 묘사한다. 바다가 파란색이고 하늘이 파랗고 하나가 어디서 끝나고 다른 하나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알 수 없는 무한하고 아름다운 믿음이라고.
어느 카페에서 몇시간이나 같은 곡을 연주하는 초로의 백파이프 연주자와 축음기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젊은이들을 보며 노인은 곧 죽을 것이고 프랑스산 축음기가 이미 승리를 쟁취하여 동방의 문턱을 넘어버렸음을 안타까워 한다.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서 아크로 폴리스 언덕에서 그 너머 바다와 오래된 진실을 본다.
시끄러운 수다와 요란한 발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성큼성큼 돌아다니고 예술품을 보고 경탄하지만 예술가에 대해 성찰하는 법이 없는 경박한 관광객들의 태도와 그것도 모자라 순박하고 고귀한 고장까지 칮아와 순수한 예술과 질박한 영혼들에게 해를 끼치는 그들의 모습에 쓴소리도 서슴치 않는다. 감수성과 호기심 가득한 그의 시선이 닿는 모든 것들은 끊임없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건축가나 예술가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여행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와 건축물들을 보며 삶의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