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생기부 필독서 50 - 의대 합격생만 1,000명 이상 배출한 의대 전문 컨설턴트가 공개하는 필독서 시리즈 15
신진상 지음 / 센시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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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생기부 필독서 50>

의대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진학할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나와는 먼 얘기 같아 솔직히 처음 책 제목만 봤을 땐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려면 내신부터 수능까지 챙겨야 할 게 많을 텐데 생기부에 적을 필독서까지 봐야 한다니 머리가 지끈거려 더욱 안 끌렸다.

그래도 무슨 책을 소개했을까 궁금해 책 리스트만 슬쩍 소개글에서 읽어봤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논어, 눈물 한 방울, 불편한 편의점? 파이어?...파이어족의 그 파이어???

어쩌다 아는 주제도 나오고 읽었던 책도 나오니 이제야 내 속마음이 보였다.

아. 안 궁금했던 거보다 일부러 피했나 보다. 나도 읽기 어려운 책들이 마구 쏟아져 나올까 봐.

대치동에서 현역 입시 컨설팅을 하고 있는 저자는 누적 의대 합격자를 천 명 이상 배출한 의대 입시 전문가 신진상 씨다. 전직은 조선일보 의료 담당 기자 출신으로 그 시절부터 20년간 매달 10여 권의 의학 전문 서적을 읽고 있다 한다.

자칭, 타칭 의대 입시 전문가가 본 의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학종(학생부 종합전형)과 독서라고 말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수시 학종은 의대에 들어가는 가장 넓은 문이며, 실제 정시에서도 서울대, 고대, 연대는 생기부를 반영한다고 한다. 그중 생기부의 창체와 세특에 기록된 독서 활동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하여 의대 입시를 위해 그간 읽어온 책은 생기부에 잘 반영되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 내용 중에서도 창체와 세특에 녹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의대생들에게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이유야 여러 가지 있지만 독서를 통해 교과서에서 더 나아가 심화 지식을 담을 수 있는 지적 역량을 보여 주고, 다양한 활동을 기재할 수 없는 요즘 학종에서 그나마 독서는 인성과 정체성, 가치관을 보여 주는 좋은 역할을 하기에 그렇다고 한다.

이런 걸 다 떠나서도 저자가 만나본 의대 합격생들은 예외 없이 독서광이라고 한다. 즉 의대 준비생들은 세특이나 창체 때문에 책을 읽은 게 아니라, 독서를 하다 보니 생기부가 풍성해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의대생이 되기 위한 필독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는 50권을 골라 책의 리뷰와 함께 그 책을 생기부에 녹여낼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 인문 편, 사회 편, 기초 의과학 편, 의사라는 직업 편, 의학의 미래 편 등 5개의 파트로 나눠 각 파트 별로 10권의 책을 선별했다.

책의 리뷰를 읽다 보면, 정말 간략하게 정리도 잘해놓았지만, 역시 독서광인 저자가 책에 대해 의견을 적어 놓은 것이 흥미롭고, 관련해서 읽을 만한 책이나 저자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도 도움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의사인 김승섭 씨와 2권이나 소개된 김현아 씨의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먼저 김승섭 씨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의사가 되려면 공부를 넘어 사회를 꼭 알아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책이다. 환자의 CT나 MRI 검사만으로 그 환자의 건강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고용 문제를 포함해 환자가 겪는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거시적으로 볼 줄 알아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고 한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을 짚어주는 이 책을 필독서로 꼽은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고, 알지 못했던 분이지만 <의대 생기부 필독서>를 통해서라도 알게 되어 정말 값지다. 부디 이 책을 읽고 제2, 제3의 김록호처럼 정의로운 의사가 탄생하길 바란다.

다음으로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를 쓴 김현아 씨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본인도 의사이지만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고발(?)하는 글을 썼다. 그나마 미국보다 의료에 있어 개인의 돈이 덜 든다는 한국에서도 만연한 불필요한 검사, 약물의 남용, 불필요한 치료, 이를 장려하는 무분별한 의사들의 처방을 꼬집는다. 그리고 요즘 시끌시끌한 의대 정원을 늘리기보다 의사의 지적 역량뿐 아니라 인성을 함께 보며 의사를 선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니 가히 궁금해지는 책 1순위다. 요즘 개인적으로 몇 년간 고질적이던 피부질환이 상당히 심해져 절실하게 찾아 보고 싶은 피부과 명의를, 환자를 돈으로 보지 않고 의료의 본질을 지키려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피부과를 찾고 있어서일까?

그렇게 신랄하기만 할 거 같은 김현아 씨는 놀랍게도 정신 질환 딸을 둔 엄마라는 고백을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에서 하고 있다.

이 유명한 의사의 딸이 양극성 장애를 겪으며 정신 병동에 장기 입원했었다니 놀라웠다. 신진상 씨는 이 책을 읽으면 절실한 묘사가 심금을 울리며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느끼게 해준다고 평하니 조만간 내 손에 이 책부터 들려있을 것 같다.

이러한 책들에 대한 리뷰를 읽으면서 어떻게 생기부에 녹여 쓰나? 고민할 즘에 ‘이 책을 창체에 녹이는 방법’, ‘이 책을 세특에 녹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반영하고 여기에 더해 어떤 활동까지 하라고 전략을 짜준다.

예를 들면 윌터 아이작슨의 <코드 브레이커>를 창체 동아리 활동에는 영자 신문부 동아리에 접목할 수 있겠다.

‘영자 신문부 동아리에서 이 소재를 골랐다면 2023년 11월 영국에서 처음 승인된 유전자 가위 치료에 대해서 쓸 수 있다. 이게 왜 혁명적인지,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인정받은 계기가 무엇인지, 앞으로 의학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등에 대 조사해 보고 과학 기사를 쓰면 좋은 활동이 될 것이다. 또는 책을 토대로 최신 자료를 좀 더 서칭하여, 현재 유전자 가위 치료가 어디까지 상용화됐는지,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에 대한 특집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책을 생명과학2 세특에 녹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생명과학2: 생명과학2 교과 중 유전자와 생명과학 파트에서 유전자 가위를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유전자 가위는 특정 DNA 서열을 인식하고 전달할 수 있는 효소이다. 이를 이용하여 특정 DNA 서열을 제거하거나 교체함으로써 돌연변이를 유도할 수 있다. 돌연변이는 생물의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돌연변이 유도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거나, 기존 생명체의 형질을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의 이름을 언급하면 좋은 의대 생기부가 될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과연 책의 저자는 분명 뛰어난 컨설턴트라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의대에 관심도 없던 평범한 아줌마도 의대를 꿈꾸게(?)... 아니 여기에 나온 책을 하나도 안 빼고 다 읽고 싶게끔 만드니 말이다. 책을 덮고 나면 의대 입시 설명회를 다녀온 듯한, 뭔가 빼곡히 적힌 비법 노틀를 전수 받은 것처럼 알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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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먹는 초등 문해력왕 - 독해력, 어휘력, 쓰기 능력 100일 완성!
이승희 지음 / 리더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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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 연예인은 아침부터 여러 신문사의 종이 신문을 정독한다고 한다. 그는 종이 신문을 읽는 이유로, 인터넷 기사로만 봤을 때는 그냥 대충 읽다가 지나칠 기사나 아예 접하지 않을 수 있는 주제의 기사를 종이 신문으로 구독하게 될 경우 볼 수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주로 말을 하는 직업이니 정확하고 바른 언어, 표현을 사용하고자 종이 신문을 고집한다고 하여 인상적이었다.

우리 집에서도 종이신문을 구독하지만 바쁜 아침 일상에 시간을 따로 내지 않으면 모든 기사를 다 읽지 못하고 넘길 때가 많다. 하지만 제목이나 요약된 내용만 읽어도 사회 흐름이나 파생된 시사 용어를 알게 되고, 심층 기사나 사설은 사안에 대해 전문가의 분석이나 혜안을 얻게 되어 신문을 끊지 못하고 계속해서 구독하게 된다.


어디 이뿐일까? 나는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가 보시던 신문을 넘겨받아 사설 부분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신문은 한글과 한자가 병기되어 자연스럽게 한자어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읽다가 영 모르는 단어나 사안에 대해서는 아버지께 여쭤보면 세상에 관심을 보이는 나를 기특하게 바라보시면서 설명해 주시던 따뜻했던 대화도 떠오른다.


세상을 향한 창인 신문 기사나 뉴스에 우리 어린이들도 함께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최근 초등생 대상 뉴스 읽기 관련 책이 여기저기 많이 나온다.

그중에 리더북스의 <뉴스 먹는 초등 문해력왕>이 눈에 띈다.



매일 출근 준비를 하며 뉴스를 보는 게 일과의 첫 시작인 초등 교사 이승희(라희쌤)씨는 어느 날 문득 '아이들도 매일 뉴스를 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어른들이 보는 신문에는 좋은 뉴스도 있지만 아무래도 험한 기사들도 많아 고민인데, 이 책에는 교육 전문가의 시선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익한 최신 뉴스 100개를 분야별로 골라 담아놨다.



사회, 과학, 경제, 세계, 환경으로 크게 분야를 나눠, 아이들에게 어려운 기사의 본문을 쉽게 풀어서 다시 썼고, 내용 이해를 묻는 문제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으로 들고 싶은 게 본문을 쉽게 풀이하여 다시 쓴 것과 어휘 정리다. 타 출판사의 초등 대상 신문 읽기 관련 책은 시사 용어와 어려운 어휘가 많이 걸러지지 않아 아이가 어른의 설명 없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본문의 1개 단어를 풀이하고, 비슷한 말, 반대말을 제시하고, 뒤이어 본문을 아이들이 보기 쉽게 재편집하여 잘 읽히도록 하였다. 중간중간 어려울 수 있는 표현이나 용어에는 파란색 글자로 굵게 표기하여 이어 나오는 내용 이해, 어휘 문제로 연결지어 확인하게 한다. 세심하게 신경 써서 나온 책이다! 아이들이 세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초등 중학년 이상 학생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시사에 첫걸음을 디딜 수 있도록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책이다.


그리고 내용 이해를 넘어 그 기사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주변 어른과 대화를 하며 확산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토의하기 문제도 나와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최신 뉴스 기사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가는 MZ 세대들의 어휘력과 문해력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이럴 때 필수 어휘가 잘 정리된 다양한 100가지 시사 뉴스로 시작한다면 초등 아이들의 세상 읽기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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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 하다가 폭발하지 않는 법 슬기로운 학교생활
윤미영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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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멋진 사람들도 많다. 이 책의 저자 윤미영 씨도 그런 이들 중 하나 같다. 저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동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30여 년간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교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의 여러 가지 고민을 듣게 되면서 학생들과 좀 더 깊게 소통하고자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를 전공하기까지 한다. 이후 담임교사와 진로상담부 교사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본격적으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전문 청소년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단하다!


청소년의 상담과 심리에 관심이 많은 저자도 어릴 적 친구관계가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에 청소년들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진심이 모아져 이번에 슬기로운 학교생활 시리즈로 <조별 과제 하다가 폭발하지 않는 법>이라는 청소년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처방책이 나왔다. 제목부터가 딱 맞춤 처방 심리 해결책 같지 않은가!


저자소개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청소년 상담을 하며 고민을 수집하고 분류하여 네 가지 범주로 나눠 사례를 구성하였다. 다음 네 조의 친구들 고민을 들어보자.

1조 친구들은 조별 과제를 하다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진상 친구들 때문에 피해의식기 생겨 고민이다. 거절을 못 하는 누군가는 팀에서 점점 '호구'가 되어가거나 호구를 넘어 자신을 막 대하는 '분노 유발자'때문에 분통이 터지기도 한다. 항상 나만 희생하는 거 같고, 나만 배려해야 하는 거 같은 상황은 왜 되풀이되는 걸까? 이게 고민이라면 1조의 고민 상황의 해결책인 '조별 과제를 하다가 폭발하지 않는 대화법'으로 해결을 모색해 볼 수 있겠다.



2조 친구들은 그저 수행평가인 줄 알았던 조별 과제를 하다가 평소 친하다고 여긴 친구와 멀어지고, 학교까지 싫어져서 고민이라고 한다. 어떤 친구는 아직 친구 관계 맺기에 서툴러 상대에게 부담을 주기도 하고, 이유 없는 손절을 당해 힘들어하기도 한다. 조별 과제를 하다 보면 자기주장만 하고 나를 무시하는 친구도 있다. 이제 나도 남들처럼 베프나 찐친이 생겨났으면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싶으면 윤미영 선생님의 솔루션2. '분노 방출 전에 나를 다독이는 생각법'을 펼쳐보자. 내가 상처받은 것은 부끄러운 것일까? 상처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처받은 나를 진정 위로하는 이는 누구일까? 진정한 내 편은 누구일까? 책에서는 이 모든 해결의 키맨은 바로 자신이라고 답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자기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숨기고 싶은 단점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열등감을 극복한다고 하니 나도 자존감 높이는 방법을 익혀보고 싶다. 자존감 높이는 팁 중 일부만 소개하면,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기록하기(감정 일기, 칭찬 일기, 감사 일기 쓰기),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 보내기, 혼자 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취미 갖기, 사소한 성공 경험이라도 지나치지 말고 그 기분을 적어보기 등이 있다.


3조 친구들은 조별 과제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다양한 문제와 갈등에 대해 고민이 깊다. 어쩌면 조별 과제를 하다가 새롭게 알게 되는 게 과제보다 사람에 대해서가 더 많은 거 같기도 하다. 어떤 친구는 넘사벽이라 내가 못나 보이고, 어떤 친구는 지나치게 나르시시스트 같기도 하고 평소엔 잘 몰랐는데 지나치게 예민한 친구들도 있다. 어디 친구뿐인가. 집에 오면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서먹하거나 너무 부담스러운 경우도 생긴다. 갈등은 가정이건 학교건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는 걸 새삼 알게 되고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싶다면 솔루션3을 살펴보자. 친구와 더욱 단단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대화법, 진짜 공감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된다.


4조의 친구들은 갈등이 생겼을 때 그간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다. 때론 우리가 무시하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집단에서 형성된 편견에 젖어들 때 애써 내 안의 감정이나 느낌을 알려고 하지 않고 외면해 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이렇게 눌러버린 감정은 내 마음이 보내오는 알람을 꺼버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비록 불쾌한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우리를 일깨워주려는 마음의 신호인데 말이다. 원만한 조원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 행복해져야 가능하다. 선생님의 솔루션4에서는 스스로 행복해지는 나와의 소통법에 대해 잘 나온다.


사실 조별 과제를 해야 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이더라도 인간관계가 제일 어려운 건 여전히 마찬가지다. 다만 그 시기보다 좀 더 나에 대해 알게 된 점이 좀 차이랄까? 한창 몸과 마음이 자라나는 청소년기에는 외부의 시선이나 반응에 예민하고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오늘 흔들리더라도 좀 더 나에게 관대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본다면 조금은 덜 흔들릴 내일이 기다릴 것이다. 그렇게 나와 세상을 찬찬히 알아가면 어느샌가 단단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깊이 공감하고 연구한 여러 사례별 솔루션이 담긴 이 책이 있다면 그런 단단한 나에게 좀 더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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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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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밤하늘에 걸린 초승달처럼 배시시 웃고 있는 편안한 미소가 그려진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다 늦깎이 소설가로 등단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수필가로서도 뛰어나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작품들도 함께 떠오른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준 멋진 기행문 작가이기도 하다.

책표지


이번에 나온 책 '사랑이 무게로 느껴지지 않게'는 작가의 오래된 1977년의 수필집인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2002년 판을 재편집하여 나온 것이다. 각 글의 말미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글의 발표 연대를 함께 표기하였다. 그래서 글을 읽을 때마다 이 글이 언제 쓰여졌는지 연대를 확인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책의 내용 중


출간된 지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독자를 끌어당기는 박완서의 수필만이 지닌 매력에 대해 생각해 봤다.

아마도 한국에서, 7,80년대를 여성작가로서 일상을 살아내며 부지런히 써 내려간 그녀의 글을 통해 그 시대의 이야기를 잔잔히 들어볼 수 있어서 아닐까?

그리고 그때마다 느꼈을 감정이나 생각은 가식적이지 않고 정갈한 그녀의 글귀 곳곳에서 전해져 깊은 공감과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은 이렇듯 시골에서 초등학교 때 상경하여 겪은 소심했던 소녀의 상경기부터 네 아이들을 키우고 뒷바라지하며 북적 북적 정신없던 가정주부로서의 삶. 커다란 불행을 겪으며 고통을 마주하던 시기부터 뒤늦게 등단하였지만 여전히 자신의 글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주부가 아닌 작가로서의 고뇌 등등을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다.


-내가 남보다 도덕적으로 살았대서가 아니라 부모가 먼저 죽고 자식이 나중에 죽는 것은 평범한 사람 누구나가 누릴 수 있는 순리라고 여겨서이다. 그래서 더욱 내가 당한 남다른 역리가 부끄럽고 사람을 피해 혼자 있어도 하늘 땅이 부끄럽다. 예전부터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것들이 그 애를 읽고 나자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된 것도 깨달음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낯섦이어서 남들과 조화를 이루는 데 불편할 적이 많다. 다행히 남은 자식들이 창의 불빛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지척에서, 수프가 식지 않을 만한 이웃에서, 이 나라 끝에서, 혹은 지구의 반대 방향에서 돌봐 주고 걱정해 주어 살아 나가는 데에 힘이 돼 주고 있다. 나는 자식들과 이런 멀고 가까운 거리를 좋아하고, 가장 멀리, 우주 밖으로 사라진 자식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도 있는 신비 또한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남겨진 자유가 소중하여 그 안에는 자식들도 들이고 싶지 않다. 내가 한사코 혼자 살고 싶어 하는 걸 보고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이가 있다. 나는 순순히 외롭다고 대답한다. 그게 묻는 이가 기대하는 대답 같아서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너는 안 외롭냐? 안 외로우면 바보'라는 맹랑한 대답을 하고 있으니, 이 오기를 어찌할 거나.

- 내가 걸어온 길, 58, 59쪽-


두 번째로 꼽는 것은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읽을 수 있어서다. 작가는 실로 격동의 대한민국의 시기를 모두 겪었다. 1931년에 태어나 2011년에 작고하였으니, 굵직한 현대사를 여성으로서 살아냈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유년기의 일제 강점 시기 이야기나 한국전쟁, 이산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시골을 유난히 좋아하고 시골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작가가 시골에서 생활하던 유년시절을 신나서 이야기할 때마다, 시대와 맞물린 암울했던 가족사를 살짝 꺼낼 때마다 언뜻 그 시절의 어려움을 짐작할 뿐이다.

7, 80년대 아이를 다섯이나 키우며 가정주부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이지만 그 시대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얘기할 때는 외부로 향한 주파수가 항상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성동본 금혼법에 대해 역사적 과학적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그 근거 없음을 이야기하거나 동네 할머니들의 한담 속에서 찾아낸 지독한 시집살이로 새색시가 담배를 시작한 예를 들어 장발 단속에 대해 한마디 할 때는 속이 다 시원하다. 사람의 내면과 외부로 향한 시선은 매우 정확해서 핵심을 짚어내어 지혜롭게 글로 풀어낸다.

사람의 마음 속엔 이런 용수철 같은 게 있는 법이다. 이 용수철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오르지 않게 법의 규제에도 묘미가 있어야지 미련해서는 안 되겠다. 그중에도 미니스커트나 장발족 단속은 좀 어떨까 싶다. 젊은이들의 옷이나 머리란 어차피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게 마련 아닐까?                               

                                          -노상 방뇨와 비로드 치마, 177쪽-


책에는 작가의 여생이 담긴 사진, 사용하던 물건, 

손편지, 육필 원고 등도 담겨있다.


그리고 부모가 되어 박완서의 수필을 읽으니 또다른 내용들도 눈에 들어온다. 자식을 키우며 지녔던 부모로서의 견고한 철학도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오히려 앞서가는 시각도 볼 수 있다. 대학에 들어간 딸들에게는 자유로운 연애를 권하거나 아이들과 주고받은 메모나 편지 등에서 권위적이지 않지만 품위 있는 부모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또 어쩔 수 없이 몇 안 되는 갈림길 중 선택을 강요받던 그 시기를 부모로서, 작가로서 어떻게 지나갔는지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된다. 어찌보면 개인주의적이고, 현실참여에 소극적인 지식인이라는 비난을 들을지언정, 자신의 옷이 아니면 절대 입지 않았던 작가 나름의 소신과 우직함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작가의 밑바탕은 이념이나 사상보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인정, 그리고 희망에 더 닿아있던 게 아닐까?

나는 또 대학에 다니는 애들이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 데모하지 말라고 이른다. 혹시 데모에 휩쓸리게 되더라도 행여 앞장서지는 말고 중간쯤에서 어물쩍거리다가 뒷구멍으로 살금살금 빠지라고 이른다. 그 애들의 경멸의 시선이 다소 따갑지만 웅얼웅얼 그런 소리를 한다. 나는 올 1년 내내 이렇게 가족들에게 비겁과 보신을 가르쳤다. 잠 안 오는 밤 문득 이런 내가 싫어진다. 구역질 나게 싫어진다. 이런 1년을 보내고, 또 한 살 미운 나이를 먹고, 추한 나이테를 두를 내가 싫다. 잠 안 오는 밤, 나는 또 1년 동안 내가 작가랍시고 쏟아 놓은 말들이 싫어진다. 나는 또 작가랍시고 느닷없이 선택을 강요당했던 찬반 앞에서 무력하게 떨던 내가 싫다. 찬반 중 어느 쪽이 내 소인인가 보다는 어느 쪽이 보신에 이로울까부터 생각했던 내가 싫다. 실상 나는 내가 작가임에 손톱만큼의 긍지를 못 가진 채 다만 두려워하고 있다. 왜 이렇게 두려워해야만 하는 것일까. 내가 처음 얻어들은 작가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이광수였다. -중략- 내가 그를 용서할 수 없는 한 나는 내가 작가임을 두려워할밖에 없을 것이다.                          

 - 추한 나이테가 싫다, 246, 247쪽 -


그럼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게 사는 걸까.

나는 어려운 것은 잘 몰라도

사는 행복 중에서 필요하고 갖고 싶은 물건을

벼르고 별러서 장만하는 재미, 

또 그렇게 해서 장만한 것에 대해 갖는 애착 등도

꼭 맛볼 만한 중요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너무 아쉬운 것 없이 다 갖춰 주는 것은

자식에게서 중요한 행복 중의 하나를 빼앗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없는 것 없이 다 갖춰 놓은 곳에 몸만 들어가 생활한다, 그게 무슨 재미란 말인가.

생활에 맥이 풀리면 권태로울 것은 당연하고

자연히 딴 곳에서 재미나 자극을 구할 밖에 없을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줘야 할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이 아닐까.

완성되고 구비된 물건이나 행복이 아니라 

그것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 말이다.

-난 단박에 잘살 테야, 227, 228쪽-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라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380쪽-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느 연대의 에세이를 읽더라도 인간을 향한 따뜻하고 진심 어린 작가의 애정을 볼 수 있어 그녀의 글에 끌리는 게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서도 오래 묵은 그녀의 따뜻한 글귀 하나하나가 다시 읽고 싶어지는 건 글 안에 담겨진 그녀의 따뜻한 고백, 응원, 위로 등 진정성이 느껴지기에 더욱 그러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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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 소녀 발 차기 작은 스푼
황선애 지음, 서영 그림 / 스푼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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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 소녀 우리영. 늘 당차고, 씩씩하고, 정의감 넘치는 우리영에게도 한 가지 자신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가정주부인 '창피한' 아빠.

남들 아빠처럼 멋지고 큰 회사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게 일하시면 좋겠지만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하시면서 여동생과도 아기자기 잘 놀아주시는 아빠.


언제부터인가 이런 아빠가 부끄럽다. 그래서 아이들끼리 아빠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당당하지 못하다. 오죽하면 아빠가 엄마처럼 자격증 하나 없어 일을 못하시나 염려하여, 고소득 보장 감정 평가사 자격증을 권하기도 한다. 평소 자신들의 감정을 잘 살피는 아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한 나름 신박한(?) 자격증이다.



하지만 이런 리영이의 편견을 깨준 분이 있으니 바로 담임선생님.

담임선생님도 어릴 때 우리영처럼 아빠가 집안일을 담당하셨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응원해 주시고, 누구보다 잘 키워주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우리영은 그간 들킬까 숨겨왔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 있다.

나 또한 가지고 있다.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어릴 때도 당연히 그래야지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게 꽤 많다.

누군가 그 편견을 깨주길 바라면서도 어김없이 나를 둘러싼 세상을 볼 때 그 색깔 안경을 낀다.

하지만 한 번씩 이런 안경을 편안하게 벗을 때가 있다.

바로 내가 이상적인 모습이라 여겼던 누군가가(이 책에서는 담임선생님인 거 같다) 평소 치부라고 여겼던 부분을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하고, 또 전혀 개의치 않을 때다. 그런 모습에서 겹겹이 싸놓았던 나의 편견의 껍질이 벗겨진다.

하지만 아직 내 선에서는 타협이 안 되는 기준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중 남녀 지위나 역할 문제에선 나 또한 우리영의 모습이 보인다.

부끄럽지만 소설 속 리영이처럼 남자가 바깥일을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만일 맞벌이라면 남자는 여자보다 연봉이 높아야 한다고 아직도 생각한다. 그러려면 남자가 여자보다 더 나은 직종에서 일해야 한다고도 여기고.

아들을 키우면서 항상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교육한다. 나의 편견이 고스란히 아들에게 전수되는 중이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보다 더 야무지고, 나름 능력자였던 나의 엄마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앞서면 안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나에게 심어주신 거 같다. 아이고... 리영이나 나나 아직도 ^^;;

이러니 우리영에게 편견에 대해 자연스럽게 깨주거나 공감해 주는 어른인 선생님과 같은 존재가 늘 필요한 거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납득하는 그 순간 편견이 깨지고 내 안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끼는 그런 시간이 자주 찾아왔으면 싶다.

항상 생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식의 사고를 일깨워주는 이들과 교류하고 싶다. 그 방법에는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 친구들에게는 우렁 소녀 발차기와 같은 좋은 책, 영화,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 등을 듣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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