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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 - 프로아나부터 폭식증까지, 청소년 식이장애에 대한 모든 것 ㅣ 알고십대 7
박지현 지음, 최혜령 그림 / 풀빛 / 2024년 12월
평점 :
내 몸에 대한 의식을 하기 시작한 때부터 40대 후반에 이르는 지금까지 나는 나의 그릇(나의 몸)에 대해 항상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운 평가를 해왔다.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학창 시절엔 체육을 싫어하지 않을 정도의 운동 실력도 갖췄고, 지금도 크게 아프지 않고, 감기에도 잘 안 걸리는 이렇게 성능(?) 좋은 내 몸에 대해 나는 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걸까?
가늘고 늘씬한 팔, 다리, 허리가 아니어서??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 고민의 모습이 더 심각해 보인다.
자신의 신체, 외모에 대한 평가가 더 직접적이고 더 적극적이지만 지나치게 여기에 집착하거나 기준 또한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어릴 때부터.
이를 위해 적극적인 다이어트도 모자라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다든가 식이장애까지 앓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풀빛의 알고십대 시리즈인 <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를 살펴보니, 이러한 식이장애는 단순히 다이어트의 부작용이나 살의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사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식이장애의 이면에 매우 복잡한 심리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다고 본다. 가족 간의 깊은 갈등, 억압된 분노, 대인 관계의 어려움, 낮은 자존감, 완벽주의 등등 심리적인 부분들이 들어있기에 식이장애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크게 1장 다이어트와 식이장애의 구분과 점검을 시작으로 2, 3장 식이장애 증상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면을 알아보고 4장에는 심리적 어려움과 아픈 마음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1장에서는 사례 소개와 거식증이나 폭식증을 점검표를 통해 식이 장애를 체크해 보도록 하는데, 사례자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식욕을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보고 머리로 식욕을 억누르려다 거식과 폭식을 반복하는 것을 보니 안타까웠다. 이들도 처음에는 마르고 싶고, 예뻐지고 싶다는 단순한 다이어트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자기를 학대하는 수준인 식이장애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를 보니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이 어디서 유래하는지 궁금해졌다.
2, 3장에서는 식이장애는 단순히 먹는 문제가 아닌 내면의 심리적 갈등과 상처의 결과로 그 원인을 설명한다. 씹고 뱉기, 먹토, 극단적 절식과 같은 행동은 사회가 강요하는 외모 기준에 대한 압박과 다양한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우선 2장에서는 대인 관계 문제, 완벽주의, 애정 결핍, 박탈감, 강박 등의 심리에서 오는 문제들이 어떤 식이장애 증상으로 나타나는지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3장은 좀 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게 독자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나 자신과 타인, 세상을 바라보는 근원적인 믿음인 '핵심신념'이 부정적으로 형성되어 이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가짜 자기' 생존 전략으로 인해 촉발되는 스트레스 반응을 폭식, 구토, 극심한 절식 등의 잘못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심리적 기제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짜 자기'는 가면이 워낙 두꺼워 자신도 속고, 남도 속일 수 있는 상태일 수 있어 식이장애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자신이 왜 힘든지조차 모를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다니엘 시겔의 '인내의 창' 개념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에 견디는 내적인 범위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이성과 감정이 조화로운 상태와(인내의 창 안),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성과 감정의 뇌가 끊겨서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인내의 창을 벗어난 과각성 또는 과소각성 상태를 말한다.
만약 자신이 인내의 창을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몸의 상태를 살펴보고 이러한 불안정한 신체적 상태에 대처해왔던 식이장애 증상을 가만히 관찰해 보도록 한다. 이러한 자각이 제대로 되어야 이에 대한 건강한 대처법도 연구할 수 있는 법.
3장을 읽다 보면, 긍정적인 핵심개념 형성에 부모님의 무조건적이고 한없는 애정과 지지가 결정적인 몫을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든든한 정서적 지지를 받은 아이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건강한 핵심개념을 형성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세상과 관계가 맺어진다. 결국 식이장애를 비롯한 과도한 행동이상 증세의 이면에는 건강하지 못 한 자기애,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지지 받는다는 느낌을 갖도록 다시 한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했다.
4장에서는 이렇게 자각한 나의 식이장애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내 마음의 컨트롤타워인 '관찰하는 셀프'를 데려오고,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형성하며, 식이장애 증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또한 나를 돌보기 위한 다양한 목록도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돌봄으로 나눠 제안하는데,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 자원 찾기'는 성인들도 평소 힘들 때를 대비해 훈련해 두면 좋을 거 같다.
이 책은 단순히 다이어트나 식이장애를 다룬 책이 아니다. 다이어트와 외모 집착에 사로잡힌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자존감 회복과 자기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치유의 여정을 알려주는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