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서 후회하는 52가지
선진호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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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아마 나의 대답은 어른이 되어 후회하는 것들 위주로 말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외국어나 악기, 운동을 배우고 싶다든지 경제관념을 키워본다든지 형제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추억도 많이 쌓아놓는다든지…….


<어른이 되어서 후회하는 52가지>는 어른들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어 할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전할 수 있을지 담아냈다. 단순히 어른들의 조언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주제마다 깊이 있는 통찰과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의미 있다.

 

책은 100명의 어른에게 초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얻은 대답을 52개의 주제로 정리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어라는 첫 번째 이야기부터 내 꿈은 뭘까?”라는 마지막 이야기까지, 각 주제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한 번쯤 겪을 법한 고민이나 상황을 다루며 실질적이고 공감 가는 조언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많이 와 닿았던 부분은 “1. 모두에게 사랑 받을 필요는 없어”, “18. 물속에서 영웅이 될래”, “24. 멋쟁이 안경이 멋지지 않은 이유”, “33. 다양한 스포츠를 배워 보자등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공부 쪽보다 다양한 취미나 스포츠를 배워두지 않은 게 아쉽다. 어릴 때 그나마 신체가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운동 좀 많이 해둘걸 하고 후회가 된다.

책에는 이러한 나의 후회처럼 운동이나 건강에 관해서도 나오지만, 인간관계라든지 경제관념, 자존감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나온다. 혹시라도 책을 보다 자녀를 지도하는 데에 놓치고 있는 줄기는 없는지 살펴보기에 좋을 거 같다. 그리고 평소 아이에 대해 조언 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관련 페이지를 넌지시 펼쳐 주거나 함께 읽으면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듯하다.

 

삽화도 매력적인데, 삽화만 봐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흥미롭게 표현되어 있고, 글씨는 손 글씨인 양 큼직하고 아기자기 귀엽다. 초등 저학년부터 어른들까지 함께 읽으며 삽화를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거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어준다.

 

후회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시기를 나름대로 열심히 통과했기에 남을 수 있는 미련이기도 하다. 항상 여러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오기에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후회가 남는 법.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고, 주변도 돌아보지 않고, 정해진 길로만 걸어왔다면, 혹은 걸어가고 있다면, 한 번쯤 주변도 돌아보고, 그 길 주변에 있는 여러 사잇길로도 가보는 선택을 해보도록 했으면 한다.

후회할 것이 많다는 것은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그때의 열정, 의욕의 반증 아닐는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더 적은 후회를 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담아내기도 했지만, 그 나이이기에 가볼 수 있는 여러 길도 안내해 주는 매력적인 책! 이 책을 아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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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어벤저스 4 - 형법, 진짜 범인을 찾아라! 어린이 법학 동화 4
고희정 지음, 최미란 그림, 신주영 감수 / 가나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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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어린이들 사이에 절도사건이 있을성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무인 문구점의 절도 행위가 빈번히 발생해 주의를 당부한다는 학교 통신문이 도착했다.

아차! 요즘 아이들은 온라인세상뿐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유혹에 흔들리는 경우가 내 어릴 적보다 더 많겠구나 싶다. 아니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나이지만 이런 어린아이들의 충동성은 보지 않고 돈벌이에 급급한 어른들도 문제구나 싶다가 혹시 우리 아이의 문제도 될 수 있겠다 싶어 정신이 번쩍 든다. 요즘 무인가게가 많이 생겨나긴 한다.

이러한 현상에 때맞춰 형법에 초점을 맞춘 변호사 어벤저스시리즈 4권이 출간되었다.



법무법인 지음 소속이며, 어린이 변호사 양성 프로젝트 1기 출신의 이범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습 변호사들인 유정의, 권리아, 양미수가 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번에는 절도사건과 사기 사건을 다룬다. 김해나는 모범생이자 반장인 중학생으로, 무인 문구점에서 절도 혐의를 받게 되는데, CCTV 영상에는 그녀가 도둑질하는 장면이 보이지 않아 애매한 상황에 놓여 사건을 의뢰했다. 변호사 어벤저스 팀은 해나의 친구들과 사건을 조사하며, 이전에 맡았던 박금순 씨 사건과 오버랩된다. 결국 주변을 조사하다 해나의 절도에 대한 확신이 들 무렵 해나의 자백을 듣게 되지만 또다시 해나는 백화점에서 도둑질하다 현장에서 들키게 된다. 집안 형편도 넉넉하고 모범생인 해나가 이렇게 절도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변호사들은 어쩌면 형법 제10조 제2항에 있는 심신 장애로 인한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형량을 낮출 방안이 될 수 있는 절도 행위의 심리적 이유를 밝혀내려 한다. 결국, 사건을 추적하면서 해나의 행동 뒤에 숨겨진 심리적 문제와 사연을 알아내고, 이를 해결하려는 법적 접근을 시도한다.


두 번째로는 이범이 당한 벽돌 택배 사기 사건이다. 이범은 권리아의 생일을 맞아 중고 거래에서 사기를 당하게 되는데, 이를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넘기지 않고,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과 함께 단체 고소를 준비한다. 이 사건 또한 요즘 많이 이용하는 중고 거래 앱에서 있을 법한 사안으로, 아이들이 증거를 모으며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이 갔다.


그리고 이야기 중간중간 각종 법률 키워드와 이슈를 만화와 함께 쉽게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법률문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더 와닿는다. 법이란 이렇게 직접 와닿게 아이들의 일상과 접목하여 접근해야 함을 느끼며,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 작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 시리즈는 단순히 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 어린이들에게 변호사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직업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변호사뿐만 아니라 검사, 판사, 경찰 등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며,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의 직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하는 변호사들의 모습을 통해 감동을 받기도 한다.


부디 이 시리즈를 통해 어린이들은 단순한 법적 지식을 넘어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그 어느 때보다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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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 - 프로아나부터 폭식증까지, 청소년 식이장애에 대한 모든 것 알고십대 7
박지현 지음, 최혜령 그림 / 풀빛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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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대한 의식을 하기 시작한 때부터 40대 후반에 이르는 지금까지 나는 나의 그릇(나의 몸)에 대해 항상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운 평가를 해왔다.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학창 시절엔 체육을 싫어하지 않을 정도의 운동 실력도 갖췄고, 지금도 크게 아프지 않고, 감기에도 잘 안 걸리는 이렇게 성능(?) 좋은 내 몸에 대해 나는 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걸까?

가늘고 늘씬한 팔, 다리, 허리가 아니어서??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 고민의 모습이 더 심각해 보인다.

자신의 신체, 외모에 대한 평가가 더 직접적이고 더 적극적이지만 지나치게 여기에 집착하거나 기준 또한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어릴 때부터.

이를 위해 적극적인 다이어트도 모자라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다든가 식이장애까지 앓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풀빛의 알고십대 시리즈인 <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를 살펴보니, 이러한 식이장애는 단순히 다이어트의 부작용이나 살의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사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식이장애의 이면에 매우 복잡한 심리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다고 본다. 가족 간의 깊은 갈등, 억압된 분노, 대인 관계의 어려움, 낮은 자존감, 완벽주의 등등 심리적인 부분들이 들어있기에 식이장애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크게 1장 다이어트와 식이장애의 구분과 점검을 시작으로 2, 3장 식이장애 증상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면을 알아보고 4장에는 심리적 어려움과 아픈 마음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1장에서는 사례 소개와 거식증이나 폭식증을 점검표를 통해 식이 장애를 체크해 보도록 하는데, 사례자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식욕을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보고 머리로 식욕을 억누르려다 거식과 폭식을 반복하는 것을 보니 안타까웠다. 이들도 처음에는 마르고 싶고, 예뻐지고 싶다는 단순한 다이어트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자기를 학대하는 수준인 식이장애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를 보니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이 어디서 유래하는지 궁금해졌다.



2, 3장에서는 식이장애는 단순히 먹는 문제가 아닌 내면의 심리적 갈등과 상처의 결과로 그 원인을 설명한다. 씹고 뱉기, 먹토, 극단적 절식과 같은 행동은 사회가 강요하는 외모 기준에 대한 압박과 다양한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우선 2장에서는 대인 관계 문제, 완벽주의, 애정 결핍, 박탈감, 강박 등의 심리에서 오는 문제들이 어떤 식이장애 증상으로 나타나는지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3장은 좀 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게 독자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나 자신과 타인, 세상을 바라보는 근원적인 믿음인 '핵심신념'이 부정적으로 형성되어 이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가짜 자기' 생존 전략으로 인해 촉발되는 스트레스 반응을 폭식, 구토, 극심한 절식 등의 잘못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심리적 기제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짜 자기'는 가면이 워낙 두꺼워 자신도 속고, 남도 속일 수 있는 상태일 수 있어 식이장애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자신이 왜 힘든지조차 모를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다니엘 시겔의 '인내의 창' 개념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에 견디는 내적인 범위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이성과 감정이 조화로운 상태와(인내의 창 안),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성과 감정의 뇌가 끊겨서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인내의 창을 벗어난 과각성 또는 과소각성 상태를 말한다.

만약 자신이 인내의 창을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몸의 상태를 살펴보고 이러한 불안정한 신체적 상태에 대처해왔던 식이장애 증상을 가만히 관찰해 보도록 한다. 이러한 자각이 제대로 되어야 이에 대한 건강한 대처법도 연구할 수 있는 법.

3장을 읽다 보면, 긍정적인 핵심개념 형성에 부모님의 무조건적이고 한없는 애정과 지지가 결정적인 몫을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든든한 정서적 지지를 받은 아이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건강한 핵심개념을 형성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세상과 관계가 맺어진다. 결국 식이장애를 비롯한 과도한 행동이상 증세의 이면에는 건강하지 못 한 자기애,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지지 받는다는 느낌을 갖도록 다시 한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했다.


4장에서는 이렇게 자각한 나의 식이장애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내 마음의 컨트롤타워인 '관찰하는 셀프'를 데려오고,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형성하며, 식이장애 증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또한 나를 돌보기 위한 다양한 목록도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돌봄으로 나눠 제안하는데,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 자원 찾기'는 성인들도 평소 힘들 때를 대비해 훈련해 두면 좋을 거 같다.


이 책은 단순히 다이어트나 식이장애를 다룬 책이 아니다. 다이어트와 외모 집착에 사로잡힌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자존감 회복과 자기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치유의 여정을 알려주는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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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와인 페어링 쿡북
정리나.백은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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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평소에도 즐겨 마시지만, 안주에 있어서는 딱히 호불호가 없는 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마른안주 중 어포나 오징어와 함께 레드 와인을 마시면 유독 그 비린 맛이 강하게 느껴져 비위가 살짝 상하기도 하고, 와인을 마실 때 과일과 치즈를 함께 먹으면 그 향이 배가되기도 했다. 그리고 스파클링 와인과는 달콤한 케이크가 정말 잘 어울렸다.

그렇다면 와인을 마실 때는 어떤 음식이 어울릴까? 한식 중에서도 어울리는 안주가 있을까?


<푸드 앤 와인 페어링 쿡북>에서는 국내 최고의 와인 전문가인 백은주 교수와 와인 바를 운영하는 정리나 푸드 디렉터가 만나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소개한다.

책은 크게 2파트로 음식과 와인 페어링의 기초와 와인과 잘 어울리는 요리로 엮었다.


1장 음식과 와인 페어링의 기초에서는 페어링의 기본으로 음식과 와인의 맛을 끌어내는 3가지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가 오랜 시간 한국과 프랑스에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페어링 노하우를 풀어놨는데, 음식과 와인의 산지 맞추기(신토불이 매칭), 비슷한 특성의 음식과 와인 매칭하기(유유상종 매칭),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맛을 매칭하기가(대비 효과주기) 그것이다.

신토불이나 유유상종 방법으로 음식과 와인을 매칭하는 것은 어렴풋하게나마 경험을 해봤었는데, 대비되는 특성의 맛을 이용하는 것이 새로웠다.


그런데 이것도 이미 우리가 은연중에 적용해 오던 방식이었던 게, 고기와 같은 단백질 요리에는 타닌의 떫은맛이 느껴지는 레드 와인을 마셔주면, 와인의 타닌이 고기의 퍽퍽함을 부드럽게 해주며, 단백질은 타닌의 떫은맛을 코팅해 준다고 한다.

짠맛이 강한 치즈를 먹을 때는 달콤한 맛의 와인을 마셔 단맛과 짠맛을 조화롭게 해준다.


1장에서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 기초를 접했다면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와인가 잘 어울리는 요리 레시피 37가지가 나온다.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 로제 및 오렌지 와인, 레드 와인, 스위트 및 주정 강화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로 2장의 챕터를 구성했다.


와인의 안주를 살펴보면 이름은 생소하지만, 막상 레시피를 보면 간단하기도 하고, 비슷한 한국 요리가 생각나 자신감이 생긴다. 예를 들어, 스파클링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미나리 감자 뢰스티가 있는데, 감자 뢰스티는 우리의 감자채전과 닮았다. 채썬 감자 위에 달걀이나 베이컨, 치즈 등을 올려 구워내면 근사한 와인 안주가 탄생한다! 또 파르마지아노 치즈 칩(시판 파마산 치즈 가루), 들기름 간장 달걀프라이나 김 플레이트 등 딱히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고도 간단한 조리로 안주를 완성할 수 있다!


이것도 저것도 자신이 없거나 의욕이 안 생긴다면 전문가가 제안하는 편의점 음식과 와인 페어링 칼럼을 보면 된다. 추천하는 상품을 사다가 접시에 소분하면 그럴싸한 미니 와인 바가 완성되지 않을까?




또, 요리를 어느 정도 하는 경우라면 나온 음식 레시피를 응용해서 비슷한 특성의 재료로 안주를 만들 수 있다.

화이트 와인 안주로 추천한 방풍나물, 사과, 부라타 치즈 삼합을 보면서 겨울철 제철인 시금치를 응용하여 반찬을 만들며, 따로 덜어내 사과와 부드러운 치즈를 얹어 와인 안주로도 내볼 수 있겠다. 그리고 브리 치즈 곰취 쌈밥 레시리를 보면, 냉장고를 털어, 데칠 수 있는 채소를 응용해 그 안에 밥과 고기 대신 밥과 치즈를 넣어 와인과 곁들일 수도 있을 거 같다.





알면 보인다고, 책을 읽으며, 레시피대로 따라 하거나 그때그때 집안에 있는 재료로 대체해 가면서 다양한 와인 안주를 만들다 보면 어느새 나도 와인과 음식 페어링 준전문가가 되지 않을까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하는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 한 번쯤은 집으로 초대해 이 책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대접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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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우울증 영수증
류정인 지음 / 라브리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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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블로그 글쓰기를 위해 시작한 요일별 주제 중 하나인 <우울증 언박싱>시리즈를 엮어낸 책인 <알록달록 우울증 영수증>.

저자는 우울증을 겪은 (현재 진행 중) 이삼십 대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풀어냈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한국에서 살게 된 저자의 학창 시절은 어눌한 한국말만큼 부적응의 연속이었다. 성인이 된 뒤에도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힘들게 논문을 완성하지만 우울증과 성인 ADHD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20대의 대부분을 우울증과 보내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를 동반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덤덤하게 써 내려가고 있어, 읽는 내내 우울증과 ADHD 증상을 지닌 이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저자가 그려낸 그의 하루는 아침 잠자리에서부터 사투가 벌어진다. 우울증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된 어떤 하루를 그려낸 부분을 읽어보면, 나름 루틴을 만들어보고자 모닝 미라클을 시작하는 것으로 출발하지만 아침 미션이 끝난 뒤 잠깐 눕는다는 게 4시간을 훌쩍 넘긴다. 아침 루틴인 산책은 생략되고 정크푸드로 끼니를 챙긴다. 또다시 취침... 늦은 밤까지 게임 모드... 우울과 무기력에 취한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잠과 정크푸드로 가득 찬 저자의 일과를 적어가며 본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려 한다.

또한 경제적,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현재의 위치 또한 분석한다.

2년간의 직장 열등감과 욕망을 소비로 해소하는 모습들과 어머니로부터 온전히 독립하지 못한 심리적인 상태를 알게 된다.

이제 얼룩덜룩 잡다한 물건들로 어수선한 자신의 방 안을 둘러보며, 마치 해결되지 못한 우울증의 증표 같다 여기며 방과 더불어 마음속 혼란도 정돈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를 하며, 앞이 캄캄한 미래를 바라보던 시선을 자신이 숨 쉬고 살아가는 현재와 연결되는 쪽으로 돌리도록 노력한다. 저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암담함보다 나와 다른 생물과 현재에 연결되는 감각을 최대한 많이, 자주 느끼려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우울증과 함께한 20대의 실수와 시행착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의 일상을 엮어낸 기록이지만, 우울증 극복 방법이나 완치의 비결을 전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평생 동안 정신적인 어려움과 함께 살아가야 할 수도 있는 개인의 일상적이면서도 독특한 삶의 방식과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솔직히 담았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울증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음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정리해 나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정신적 질환을 거부하거나 극복하려는 시선은 아닌 거 같다.

완벽한 정리나 극복이 아니라, 불완전한 자신을 인정하고 글을 쓰면서(저자는 글쓰기를 탈출구로 삼음) 자신의 삶과 내면을 표현하며, 느리지만 구석구석 살핀 우울증을 다시 잘 박싱하고 보관하려 한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함께 할 우울증을 받아들일 공간을 마련한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우울의 일상을 들여다보느라 조금 지친 느낌도 들었지만, 책을 읽으며, 그리고 덮으며, 뭐랄까 햇빛이 쨍한 겨울날을 창을 통해 밖을 보는 기분이었다. 비록 겨울이라 밖은 춥겠지만 단단히 여미고 나가면 맑은 겨울날을 즐길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아마도 저자만의 독특하고 솔직한 우울증 언박싱에 어느덧 공감하게 되어 이런 기분이 드는 게 아닐는지.

한없이 무겁지도, 그렇다고 발랄하지도 않은 좌충우돌 저자의 우울증 경험은 특별한 조언을 주기보다는, 우울증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공감을 전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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