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어벤저스 5 - 도로 교통법, 누가 가해자인가! 어린이 법학 동화 5
고희정 지음, 최미란 그림, 신주영 감수 / 가나출판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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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부터 즐겨 읽던 「변호사 어벤저스」 시리즈가 어느덧 5권까지 나왔다.

이 시리즈는 의사 어벤저스 시리즈와 더불어 아이들에게 꾸준하게 인기 있다.

아마도 어린이들과 밀접한 주제와 관련한 법을 다루고, 학교나 가정 등 주변에서 겪을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꾸준히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다.


책의 저자는 고희정 씨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쳤고, ≪딩동댕 유치원≫, ≪방귀대장 뿡뿡이≫,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부모≫, ≪인문학 특강≫ 등 유수의 어린이 및 교육 관련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일해왔다. 무엇보다 최근 <의사 어벤저스 21 : 재난 의학, 중증 외상 환자를 살려라!> 등을 펴낸 자타공인 어린이책 전문 작가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의 감수는 신주영 변호사가 맡았다.

신주영 씨는 법무 법인 대화의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현장을 누비는 열혈 변호사이기도 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에피소드 원작자로 알려져 있는 신주영 변호사의 꼼꼼한 감수를 거쳐, 보다 전문적인 법학 동화로 탄생했다.


그간 《변호사 어벤저스》 시리즈는 온라인 활동이 많은 아이들이 휩쓸리기 쉬운 명예 훼손죄를 1권으로 시작해, 2권 동물 보호법, 3권 아동 복지법, 4권 형법, 소비자 보호법 등을 아이들이 실제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다루어왔고, 이어 5권에서는 도로 교통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법무법인 지음의 어린이 변호사팀이 이번에 맡게 된 사건은 교통사고이다.

초등학교 4학년 준희는 학원에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뒷길의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택배 차량과 충돌하게 된다. 이 사고로 준희는 심하게 다치고, 택배차 운전자인 배수근은 즉시 준희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응급처치를 받게 한다. 그러나 그는 준희의 아버지에게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빨간 신호에서 갑자기 횡단보도로 뛰어들었다"라며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말 것을 권유하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한다. 도로 상에서 자전거는 자동차로 분류되기에 배수근은 자신에게 과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의 택배 차량 블랙박스는 고장이 나 있어 사고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준희의 아버지는 그 상황에 대해 미심쩍음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하고, 이들 변호사에게 맡기게 된다.

사고 당시 촬영된 CCTV 영상이 없고, 준희는 뇌진탕 때문에 사고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어린이 변호사들은 목격자를 찾기 위해 나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당시 택배 차량 옆에 다른 차량이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얻는다. 이 차량의 운전자를 찾는다면 배수근의 주장을 반박할 가능성이 생기는데, 과연 준희가 억울한 일을 해결하고 택배 운전자가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을까?


두 번째 에피소드는 보험 사기이다. 변호사 양미수의 어머니는 주차장에서 후진 중 지나가는 할머니와 부딪히는 사고를 일으킨다. 양미수의 어머니는 놀라서 할머니를 병원에 데려가려 했지만, 할머니는 바쁘다며 연락처만 남기고 급히 자리를 떠난다. 그다음 날, 할머니의 아들인 강제남이 연락하여 할머니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병원에서 2주 진단을 받았고, 30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한다. 양미수는 이를 변호사 동료들에게 상담하며, 최근 발생하는 ‘보험 사기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친구들은 이 상황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하고 조사를 시작하기로 한다. 사고가 발생했던 주차장의 CCTV와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니, 할머니와 아들이 보험 사기단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법적 키워드와 이슈를 만화 형식으로 쉽게 설명하며, 아이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리즈마다 법이 이렇게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런 주제를 알기 쉽게 다뤄주는 작가들에게 매번 경의를 표한다.


시리즈가 새로 출간될 때마다 아이가 재빠르게 읽어나가는 《변호사 어벤저스》!

법을 알기 쉽게도 풀어놨지만 때로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기에, 아이에게 법과 규범, 사회의 어린이 관련 각종 범죄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어 부모로서 매우 흡족한 책이다!!

이번 5권도 아이는 1시간 만에 다 읽고는 재미있었는지 다시 시리즈의 전편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이는 상식과 규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을 거라 본다. 무엇보다 올해 5학년에 진급하는 아이가 사회 시간에 인권과 법에 대해 배울 텐데 이 시리즈를 통해 미리 인권의 발전 역사나 침해 사례, 보호, 규범, 실생활 속에 작용하는 법에 대해 익혀두면 더욱더 와닿는 공부가 되리라 여긴다.

법뿐만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여러 규범과 제도에 대해 알고 싶은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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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시 합격 족보 - 서울대 합격자 30인이 직접 만든 100% 실제 합격 생기부 & 면접 전략
서울대 수시 합격자 30인 지음, 한정윤 기획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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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시험 기간만 되면 대대로 전수된 족보가 돌았다. 중학교뿐 아니라 대학교까지. 이게 가능했던 게 사립학교일 경우 한 선생님이 오랜 기간 근무하기에 10년이 넘는 족보가 통했다.

학교 시험에서 족보도 오랜 시간 동안 통했는데, 대한민국 학생, 학부모의 워너비 서울대 입시에서도 통하는 족보가 있을까?

필자는 큰 힘 들이지 않고 그 귀한 전설의 족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도 2023, 2024년 입시에서 통했던 따끈따끈한 족보다!

 


가장 최근에 서울대에 합격한 23, 24학번 학생 30인의 비법을 담은 서울대 수시 합격 족보가 이번에 나왔다. 저자는 수험생과 학부모라면 익히 알고 있는 카페인 수만휘에서 ‘HeadMaster’라는 네임드 칼럼니스트로 멘토 활동을 하며 자신의 공부 팁을 전하고 있는 한정윤 씨다. 저자 또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21학번으로, 사교육 없이 전주고에서 현역 정시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이 책에서는 30인 각각의 수시 입시 전략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와 면접 파트로 나누어 어떻게 준비했고 합격했는지 소개한다. 의대부터 사범대, 문과생과 이과생 모두의 합격 수기를 만날 수 있다.

 

-목차-


 

책의 첫 파트는 수시 전형과 입시 요강에 대해 설명하며, 이후 30명의 생기부 및 면접 전략을 다룬다.

학생마다 제일 먼저 생기부 또는 면접에 대한 노하우의 핵심을 소개한다. 그다음 매력적인 생기부를 위한 팁, 과목별 세특 사례와 조언, 교과 외 활동 사례와 조언, 빈틈없는 면접을 위한 팁, (면접) 기출 문제와 면접 복기, 선배가 조언하는 입시 팁과 도움말로 내용을 엮었다.

읽어보니 각각 전공이 다르기에, 전공 분야마다 생기부의 작성 및 준비 과정에서 팁을 얻기에 효과적이고, 특히 면접 파트에 특화되어 분야마다 면접 준비 과정, 문제, 답변, 복기 등의 일련의 과정으로 잘 설명되어 있어 면접을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책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전략은, 억지로 과목에 진로를 욱여넣기보다는 과목의 본질을 바로 알고 실천하라라든가 학기를 5개의 기간으로 나누어 준비하는 시즌별 수시 대비법, 교과서를 바탕으로 생기부의 주제와 키워드를 고르는 기본에 충실한 생기부, 초록이나 요약을 활용하는 알찬 보고서 노하우 등이다. 특히 제주도에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23학번으로 재학 중인 김민성 학생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어서 그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엄마, 면접 보는 10분이 지금까지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어!”

대한민국의 정치학·외교학 권위자이자 우리나라 최고 대학의 교수님이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며 10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중략-

저는 입시에 있어서 부모님의 도움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 입시 요강에 항상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보인 교과 학습활동의 성취 수준과 학업 역량을 평가함.

-지원자의 교육 환경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전 과정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등 전 교과를 충실히 이수하였는지와 서울대학교 교과이수기준 충족 여부 등을 고려하여 평가함.

주어진 여건지원자의 교육 환경이라는 단어는, 입시에 있어서 서울대학교의 최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했는가. 서울대학교는 이것 하나만을 물어보기 위해 여러분의 생기부를 읽어볼 것이며, 최선을 다한 여러분을 면접장으로 불러낼 것입니다. -서울대 수시 합격 족보, 326~327

 

서울대의 선택을 받은 1%의 생기부가 궁금하다면 대치동이 아니라 이젠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겠다!

누군가 서울대 수시 입시의 정보를 묻거든 서울대 수시 합격 족보를 보게 하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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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보이는 세계지리 사전
이찬희 지음 / 보누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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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지리 시간은 솔직히 많이 지루했다. 지리적 특징 위주로 공부하면서 알기 어려운 지형의 특징 등등을 외우느라 고생했다. 그렇게 내 삶에서 지리는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어른이 되면서 국내외의 여행을 다니면서도 지리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지는 않았던 거 같다.

하지만 총 균 쇠라는 책에서 이야기하듯 문명의 우열은 단지 선사시대부터 입지를 잘 잡은 조상들 덕분이라는, 환경과 우연에 기인한다는 내용을 보고 지리의 힘에 대해 궁금해졌다.

 

과연 지리를 알면 세상이 보일까? 이러던 차에 지리를 알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세상의 흐름이 보인다라는 문구에 꽂혀 읽자마자 보이는 세계 지리 사전을 펼쳐 들었다.

 


책의 저자는 현직 고등학교 지리 교사이면서 유튜브 채널 지리는 차니쌤을 운영하는 이찬희 씨인데, 중학교 지리 교과서도 집필하고, 지리에 대해 통찰을 얻기 위해 대학원에서 지형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서 저자의 강의도 궁금해졌다. 유튜브에서 지리는 차니쌤의 강의를 찾아보니, 또렷한 목소리를 가진 젊은 선생님이다. 강의 중 10분 세계 지리 강의인 쉽지리를 몇 편 보았는데 책만큼 간결, 명확하게 잘 전달한다.

 

책은 지리에 대한 기본 상식을 이야기한 뒤 대륙별로 지리적 특성과 문명의 발달, 현재 일어나는 세계 현상들을 지리와 연결 지어 설명하고 있다.

 


 

소제목들을 살펴보면 다 끌만 한 주제다.

오늘날과 같은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무리 노력해도 지도는 실제 지구와 완전히 똑같이 만들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가?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고요?’의 내용을 읽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둥근 구체이기에 지구를 사각형 모양의 평면 지도로 옮길 때는 반드시 왜곡이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도가 메르카토르 지도인데 이는 네덜란드의 메르카토르가 항해를 위해 만든 지도이다. 이 지도를 살펴보면,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 왜곡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고위도 지역의 러시아, 유럽, 북부 아메리카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 있어, 과거 제국주의 시절에는 이 지도에 기반하여 식민 지배의 정당성도 부여했다고 하니 지도가 가진 위력이 놀랍다. 하지만 이 지도가 아닌 실제 대륙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아프리카 대륙은 유럽의 주요 나라가 들어가고, 인도, 중국, 미국과 그린란드까지 품을 수 있다.

지도 얘기가 나왔으니, 책에서 더 확인한 화가 나는 몇 가지 사실들을 말해 보면, 지금 세계 곳곳에 분쟁의 원인이 된 제국주의 시대의 잔재를 확인하는 데에서다.

61쪽 남부 아시아의 분쟁을 다룬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게 아닙니다에서는 종교와 인종을 무시한 강대국들의 마구잡이 이주 정책과 국경선 긋기로 현재에도 이어지는 분쟁에 대해 다룬다. 얼마 전 세계 뉴스에 나왔던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 사태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남미 아메리카에서도 이러한 제국주의의 폐해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밖에 인도에 IT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데? 북극이 녹으면 오히려 좋아하는 나라나 산업도 있다고? 등등 흥미로운 주제를 지리적 관점에서 설명해 놓아 지리적 문해력이 좋아질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좀 더 깊고 넓게 통찰할 수 있는 눈도 배우게 되는 거 같다.

이 책을 읽고 지리의 힘이나 총 균 쇠등으로 그 지식을 더 넓혀가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지리는 단순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인 것을 깨달았다. 지리에 대해 마중물이 되면서 깊이감도 더해줄 수 있는 책 읽자마자 보이는 세계 지리 사전을 학생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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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 나의 두 번째 교과서
나민애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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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 교수는 국어공부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알 만한 국어 전문가이다.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아일보]시가 깃든 삶주간 시평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망아가의 사도들』 『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책 읽고 글쓰기』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등이 있으며, 우리 시대의 정신과 감수성에 맞는 시를 찾고 소개하는 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나태주 시인의 딸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 교수의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라는 책이 새로 나왔는데, 이 책은 교육방송에서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재미교양을 위한 학습을 목표로, 교과서 속 지식을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을 통해 새롭게 만나보자는 취지에서 <나의 두 번째 교과서>라는 프로그램을 기획 및 제작했던 내용 중 그녀의 국어에 관한 강의를 정리했다.

 

책은 나의 두 번째 교과서라는 부제에 맞게 마치 교과서처럼 단원을 구분하여 놓았다.

읽기-듣기-쓰기의 순서로 내용을 구분하였고, , 소설, 고전시가, 동화 읽기, 듣기, 에세이 쓰기, 실용 글쓰기, 비평문 쓰기, 제목 쓰기로 총 10강으로 나눈다.

 

‘1강 읽기, 큰 세상을 만나는 기쁨에서는 국어를 공부하는 의의, 그중 독서가 삶에 끼치는 영향과 독서력 향상을 위한 실전 꿀팁까지 나온다.

우리가 왜 국어를 공부해야 할까? 그리고 왜 책을 읽을까?

저자는 우리가 국어를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가 단순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밭에서 국어라는 줄기 하나를 뽑았더니 거기에 다른 과목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식이라고 한다(19p).

사람은 모국어로 생각하고, 모국어로 쓰고, 모국어로 축적하고, 모국어로 전승하니 국어는 학교 졸업 후 끝나는 것이 아닌 거다(20p). 그렇다면 이렇게 배운 국어는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할까?

멀리 갈 것도 없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혹자는 평소 리더가 책을 읽지 않아 스스로 가치관을 만들어 낼 능력이 부족하여 엉뚱한 결정을 내려 이 지경에 이른 거라 했다. 실제 지난 10개월간 대통령실에서 구매한 책은 0권이라 하니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이처럼, 언어란, 국어란 사람을 잘 소통하게 하고, 사유하게 하며, 가치관을 형성하게 한다.

이러한 국어이기에 교과서의 텍스트 읽기만으로 끝나는 게 아닌 그 대상은 방대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유익하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한다(22p). 광범위하고 필연적으로 어렵지만 차근히 평생 공부할 과목이고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다.

 



책은 곳곳마다 관련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보다 보면 분명 비문학 국어 공부에 관한 책인데 눈물을 흘리게 한다. 2강 시, 5강 동화, 7강 에세이 부분에서 짧은 인용에도 불구하고 소개만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 많았고, 저자의 설명이 곁들어지니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소개 글 곳곳에 저자의 아버지와의 따뜻한 추억이 배어있어 더욱 관심이 가도록 한다.

나태주 시인이 딸에게 은근히, 그러나 끈질기게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추천하는 대목과 거기에 넘어가지 않는 저자의 고집에서도 웃음이 난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접한 작품은 저자에게 큰 감동을 주어 이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다. 아버지가 그토록 추천한 작품이 궁금해져 우리 집도 이 책을 대출해 와서 읽고 있다.

 

책은 작품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글쓰기를 하게끔 하는 동기도 부여해 준다. ‘7강 에세이 나를 살리는 글쓰기를 읽을 때는 눈물을 쏟게 만드는, 에세이를 쓰게 될 마중물이 될 만한 많은 작품이 나온다. 글은 읽으면서도 마음이 정화되지만, 글을 쓰면서는 그 자체가 힐링이 되고 다양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용기가 난다. 그리고 에세이뿐 아니라 자기소개서, 이메일, 발표문, 서평, 제목 짓기 등등 실용 글쓰기에 대한 팁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읽고 싶고, 잘 듣고 싶고, 쓰고 싶게 만드니 얼마나 그 교육 목적을 충실히 달성한 책인가!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는 국어가 학창 시절에 끝날 과목이 아니라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인 것을 알게 해주는 멋진 교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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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암, 도전, 진화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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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겪게 되는 죽음 중에 (사고사를 제외한) 가장 가슴 아픈 죽음은 젊은 나이에 암으로 죽는 경우 같다. 필자 또한 배꼽 친구였던 지인을 10여 년 전에 암으로 먼저 떠나보냈다. 젊은 나이였고, 그녀에게는 10살이 채 안 된 어린 딸도 있었다. 가슴 아프고, 아직 건사해야 할 어린 자녀가 있으니 더욱 안타까웠다. 암이라는 게 그런 거 같다. 일반 병보다 더욱 사무치고, 두렵고, 그에 따르게 될 고통이 다른 병보다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그 한 단어만으로 치료하기도 전에 이런 두려움에 사로잡혀 이성이 마비될 지경이니

 

17세에 아버지를 암으로 떠나보낸 소년이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되어 써 내려간 암과 더 나아가 죽음을 바라보는 과학적, 철학적 고찰을 담아낸 책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를 시간을 들여 찬찬히 읽어 보았다.

 

저자인 김범석 교수님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글 잘 쓰고, 조곤조곤 차분히 말씀 잘해주시는 종양내과 전문 교수님으로 알고 있었다. 간간이 읽게 되는 그의 산문을 보면서 글로써 마음을 잘 어루만져 준다라고 여기던 차에 서평의 기회가 되어 이번 신간을 받아 펼쳤다.


 

책은 1부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2부 암을 향한 인류의 도전, 3부 죽음과 불멸의 두 얼굴, , 4부 반전, 5부 죽음 뒤집어 보기로 나뉜다.

 

1부에서는 저자의 대학병원 초보 레지던트 시절의 이야기가 나온다. 암을 정복하고자 하는 패기 넘치던 시절이라 어떻게 하면 암을 없앨지 궁리하던 암과의 전투 시절이다. 우리가 왜 죽는지, 그리고 암으로 인해 어떻게 죽음에 이르는지에 관한 질문을 거듭하며, 역으로 그 죽음의 원인을 하나씩 제거해 보고자 하는 노력을 펼친다. 이를테면 암 환자가 감염과 출혈로 죽는다는 원인을 접하고 출혈과 감염을 막으려 한 노력이 나온다. 하지만 강력한 항생제에도 불구하고 이미 저하된 면역으로 인해 암을 극복하지 못하게 되는 등 암은 언제나 의기양양하게 저자를 굴복시켰다. 이때는 저자가 의학적 노력, 본인의 능력으로 어쩌면 암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에 담당했던 환자가 사망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은 거 같다. 의사가 된 저자의 믿음은 아버지의 죽음에 직면하여 정성을 다해 1,080배를 하면 나을 거라고 믿었던 소년 시절의 믿음과 맞닿아 있는 거처럼 보였다. 단지 1,080배에서 의학적 지식으로 바뀌었을 뿐 그 밑바닥에는 암을 정복하고 물리칠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전공의 2년 차에 본격적으로 암과 싸워보고자 혈액종양내과로 전공을 선택한다.

 

2부부터는 암 치료에 대한 인류의 도전이 쓰여있다. 마치 이라는 악당을 주인공으로 써 내려간 투쟁사를 읽는 기분이다. 또한 항암치료는 인류가 차곡차곡 쌓아 올린 연구의 노력이 아닌, 우연에 의해 발견된 사실이라는 게 놀라웠다.

근래의 항암치료에 관한 연구는 가히 눈부시게 발전하였는데, 특히 저자가 속한 서울대병원 연구팀에서 찾아낸 ALK 유전자 변이 폐암 환자에 대한 선별 검사와 이에 대한 항암치료를 위해 일본에서부터 날아와 치료받았다는 대목에서는 저자의 성과에 나 또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들이 속속 발견되는 장면에서는 암은 곧 극복될 수 있는 대상으로까지 보였다. 하지만 이는 곧 한계에 부닥친다. 분자표적함앙제로 치료가 가능한 암은 전체 암의 10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 또한 암세포들이 이들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어 냈다. 암세포가 진화하는 것이다. 이에 또다시 연구는 계속되어 면역항암제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에서도 성공과 실패를 보게 된다. 저자는 다시 연구의 관점을 전환하여 암세포가 아닌 모든 세포의 본질에 관해 연구하게 된다.

 

3부 죽음과 불멸의 두 얼굴, 암에서는 인류보다 더 오래된 암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책에서는 암이 언제부터 있었는지의 물음에 DNA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가 있던 순간부터라고 답한다. 이렇게 오래된 암은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와중에도 늘 함께한다. 심지어 지금 필자의 몸에서도 암세포가 생겨나고 죽어 나간다고 한다. 단지 번식의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 이처럼 시시각각 생겨나고 죽어 나가지만 어쩌다 유전자, 진화, 환경, 우연이 혼합되어 어느 순간 암세포가 커져 암이 발병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발병 확률이 30%는 된다고 하니 아직 30% 안에 들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고 본다.

 

4부 반전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이야기한다.

암세포의 입장에서 서술했는데, 새겨볼 게 무척 많다. 우선 우리 몸의 상피세포인 피부와 내장의 겉면에서는 생명체를 위해 무수한 세균으로부터 방어를 펼친다. 그리고 끊임없이 생성되고 죽어 나간다. 계속 세포들은 그 속도만 다를 뿐 계속해서 분열되는데 이때 오류가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 인류가 장수할수록 이런 세포 분열에서 오는 오류의 횟수도 많아지기에 필연적으로 암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거기에 방어를 펼치긴 하지만 끊임없이 지속해서 들어오는 발암물질도 무시할 수 없어 상피세포들의 DNA에 돌연변이가 누적되어 마침내 암세포라는 돌연변이가 만들어진다. 처음부터 암세포가 아니었다. 가혹한 환경에 의해 암세포로 변해 반란을 시도한다. 그래서 애초에 암세포로 변하기 전에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암세포로 변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이는 노화의 반대로 생활 습관을 잡으면 되는데, 암에 대한 예방이 곧 가장 강력한 암의 대비 방법이다. 오죽했으면 나를 방어해 주던 상피세포가 암세포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면 암에 대한 관점도 바꾸어 바라보면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중심이 되어 바라보는 세상과 한 걸음 물러서서 감정을 빼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암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5부에서는 죽음에 대해, 암에 대해 뒤집어 본다. 우리는 지금도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시각각 암세포도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암과의 공존을 인정하고 삶과 죽음은 늘 함께 있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유한한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라고 말한다. 반복된 일상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사랑하는 이와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자주 여행하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시간은 희한하게 늘어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미리 예방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말한다. 암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예방이다!

 

암의 정복을 꿈꾸었다가 암에 대해 이해하게 된 종양 전문 의사의 에세이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5부에서는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입장에서 서술되어 의학, 과학적으로 치열하게 싸우다 철학적으로 현자의 단계에 오른 경지도 저자에게서 느껴져 다시 책을 펼쳐보며 한 구절 한 구절 되새기게 된다. 암이라는 대상에서 시작했으나 결국은 삶과 죽음, 유한하지만 상대적인 시간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어, 내 몸과 내 주변인, 나아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나니, 시작하면서 들었던 우리는 왜 죽느냐는 의문에서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고, 유한하기에 더욱 소중하고 값진 내 인생이라는 게 더욱 와닿는다. 암으로 투병하는 이들과 주변 보호자뿐 아니라 암에 대한 의문을 품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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