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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 ㅣ 나의 두 번째 교과서
나민애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평점 :
나민애 교수는 국어공부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알 만한 국어 전문가이다.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아일보]의 「시가 깃든 삶」 주간 시평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망아가의 사도들』 『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책 읽고 글쓰기』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등이 있으며, 우리 시대의 정신과 감수성에 맞는 시를 찾고 소개하는 ‘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나태주 시인의 딸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 교수의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라는 책이 새로 나왔는데, 이 책은 교육방송에서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재미’와 ‘교양’을 위한 학습을 목표로, 교과서 속 지식을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을 통해 새롭게 만나보자는 취지에서 <나의 두 번째 교과서>라는 프로그램을 기획 및 제작했던 내용 중 그녀의 국어에 관한 강의를 정리했다.

책은 ‘나의 두 번째 교과서’라는 부제에 맞게 마치 교과서처럼 단원을 구분하여 놓았다.
읽기-듣기-쓰기의 순서로 내용을 구분하였고, 시, 소설, 고전시가, 동화 읽기, 듣기, 에세이 쓰기, 실용 글쓰기, 비평문 쓰기, 제목 쓰기로 총 10강으로 나눈다.



‘1강 읽기, 큰 세상을 만나는 기쁨’에서는 국어를 공부하는 의의, 그중 독서가 삶에 끼치는 영향과 독서력 향상을 위한 실전 꿀팁까지 나온다.
우리가 왜 국어를 공부해야 할까? 그리고 왜 책을 읽을까?
저자는 우리가 국어를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가 단순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밭에서 국어라는 줄기 하나를 뽑았더니 거기에 다른 과목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식’이라고 한다(19p).
‘사람은 모국어로 생각하고, 모국어로 쓰고, 모국어로 축적하고, 모국어로 전승’하니 국어는 학교 졸업 후 ‘땡’ 끝나는 것이 아닌 거다(20p). 그렇다면 이렇게 배운 국어는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할까?
멀리 갈 것도 없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혹자는 평소 리더가 책을 읽지 않아 스스로 가치관을 만들어 낼 능력이 부족하여 엉뚱한 결정을 내려 이 지경에 이른 거라 했다. 실제 지난 10개월간 대통령실에서 구매한 책은 0권이라 하니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이처럼, 언어란, 국어란 사람을 잘 소통하게 하고, 사유하게 하며, 가치관을 형성하게 한다.
이러한 국어이기에 ‘교과서의 텍스트 읽기만으로 끝나는 게 아닌 그 대상은 방대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유익하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한다(22p). 광범위하고 필연적으로 어렵지만 차근히 평생 공부할 과목이고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다.

책은 곳곳마다 관련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보다 보면 분명 비문학 국어 공부에 관한 책인데 눈물을 흘리게 한다. 2강 시, 5강 동화, 7강 에세이 부분에서 짧은 인용에도 불구하고 소개만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 많았고, 저자의 설명이 곁들어지니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소개 글 곳곳에 저자의 아버지와의 따뜻한 추억이 배어있어 더욱 관심이 가도록 한다.
나태주 시인이 딸에게 은근히, 그러나 끈질기게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추천하는 대목과 거기에 넘어가지 않는 저자의 고집에서도 웃음이 난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접한 작품은 저자에게 큰 감동을 주어 이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다. 아버지가 그토록 추천한 작품이 궁금해져 우리 집도 이 책을 대출해 와서 읽고 있다.


책은 작품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글쓰기를 하게끔 하는 동기도 부여해 준다. ‘7강 에세이 나를 살리는 글쓰기’를 읽을 때는 눈물을 쏟게 만드는, 에세이를 쓰게 될 마중물이 될 만한 많은 작품이 나온다. 글은 읽으면서도 마음이 정화되지만, 글을 쓰면서는 그 자체가 힐링이 되고 다양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용기가 난다. 그리고 에세이뿐 아니라 자기소개서, 이메일, 발표문, 서평, 제목 짓기 등등 실용 글쓰기에 대한 팁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읽고 싶고, 잘 듣고 싶고, 쓰고 싶게 만드니 얼마나 그 교육 목적을 충실히 달성한 책인가!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는 국어가 학창 시절에 끝날 과목이 아니라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인 것을 알게 해주는 멋진 교과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