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과 세바스찬
니콜라 바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소설은 슬프다는 오해와 편견 때문에 그동안 즐겨 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어린아이가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더 쥐약이다. 그런 면에서 <벨과 세바스찬>은 내가 싫어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 중 하나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집어 들고 읽어 보았더니 가족과의 사랑, 동물과의 우정. 그리고 하얀 알프스 마을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였다. 덕분에 마지막 장을 넘기기 전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여덟 살 소년 세바스찬과 그의 할아버지는 작은 알프스 마을에서 양 떼를 몰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작은 마을에 양 떼는 물론 마을 사람까지 공격하는 괴물 개 '베트'의 출현과 전쟁으로 독일군이 나타나면서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괴물 개라고 부르는 '베트'는 사실 주인에게 심한 학대를 당하다 도망친 큰 개일 뿐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평소 친구가 없던 세바스찬은 우연히 베트와 마주치며 베트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고 세바스찬은 벨이라는 이름을 베트에게 지어준다. 한편 양 떼는 물론 마을 사람까지 피해를 보자 어른들은 벨을 죽이기로 하고 몰이 사냥에 나선다. 몰이 사냥으로 벨은 다리에 총상을 입는데 세바스찬의 간호와 의사 기욤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는다. 이 과정에서 세바스찬은 의사 기욤이 독일군의 눈을 피해 유대인의 도피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세바스찬과 벨은 기욤을 도와 험난한 모험을 시작한다. 

 

책의 초 · 중반은 세바스찬과 벨의 만남 그리고 우정을 쌓아가는 장면을 그리며 비교적 잔잔하게 펼쳐진다. 그러다 벨을 죽이기 위한 몰이 사냥이 진행되고, 의사 기욤을 도와 크레바스 투성인 빙하를 지날 땐 긴장감이 극에 달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독일군인 브라운 중위 정체의 반전, 알프스 산맥의 아름다운 묘사까지 정말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어릴 때의 순수한 감성을 되찾은 기분이다. 지쳐있는 직장 동료에게 이 책을 권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이 들을래
민지형 지음, 조예강 그림 / 이답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 소개 글을 읽다 보면 이런 글이 있다.
버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한 장의 사진보다 그 순간을 더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고 가장 슬펐던, 행복했던 그때 그 순간, 그 날, 그곳에서 함께했던 기억을 소환하는 글. 누구나 어떤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 말에 적극 동감한다. 이 책은 네이버 '포스트 화제작'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화제작'이었다는 화려한 이력보다 책 소개 글이 나의 마음을 두드린 탓이라 생각한다. 봄이 되니 왠지 센치해지는 것 같다. 

 

총 열다섯 Track, 즉 열다섯 곡의 노래 제목과 가수로 목차가 쓰여있다.
이는 마치 책의 목차보다는 음악 CD 커버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한 번쯤 들어본 노래도 있고, 처음 들어본 노래도 있다. 또 가요도 있고 팝도 있다. 음… 노래도 함께 제공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요즘은 검색만 하면 쉽게 노래를 들을 수 있으니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Track에 맞는 곡을 검색해 들으면서 책을 읽었다. '작가는 이 노래를 듣고 이런 해석을 했구나….' 하며 작가가 해석한 감성적인 글, 아련한 글, 행복한 글과 함께 몽실몽실한 귀여운 그림을 보고 있자니, 지쳐 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꽤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던 Track을 이야기하자면, Track 3과 Track 4번 그리고 Track 5번이다.
Track 3,4번은 연작으로 헤어졌던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다시 만난 이야기로 서로의 심리를 각 Track에 담고 있다.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결론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던 나로서는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어쿠스틱 콜라보의 '너무 보고 싶어'라는 노래와도 잘 어울리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Track 5번은 조금 독특하다. 무생물인 커피 잔이 자신을 주문한 남자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인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신선하기도 하면서 흥미로웠다. Track 제목이기도 한 에픽하이의 'Coffee'와도 참 잘 어울렸다.

 

개인적으로 요즘처럼 따뜻한 봄날에 잘 어울리는 글과 음악 그리고 그림이 아닐까 생각한다.
센치해지고 싶을 때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 잡>, <모멘트>, <빅 픽처> 그리고 최근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까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지금까지 한 번도 내게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 책, <빅 퀘스천>은 그런 그의 첫 번째 자전적 에세이다. 처음 그의 신작 소식에 당연히 소설이 나왔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자전적 에세이라서 다소 실망했지만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이름 하나에 주저 없이 펼쳐 들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직접 경험한 삶을 쓴 책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에세이가 아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화 그리고 용서, 자폐아로 태어난 아들, 아내와의 불화 그리고 이혼, 따르던 스승의 자살 등 그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아마 이것으로 끝났다면 그렇고 그런 에세이에 불과했을 테지만,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된 7가지 질문을 제시하고 그의 솔직한 생각을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문제와 해답은 그리 복잡하거나 철학적인 내용이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흔히 마주하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와 해답이라 더욱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만약 더글라스 케네디의 팬이라면, 그동안 그의 작품 속에 그의 삶이 곳곳에 녹아 있었다는 걸 알아가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이야기하는 '사는 동안 흔히 직면하게 되는 7가지의 문제'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소설이 아니라 실망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지금까지 그의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이라 말하고 싶은 책이었다. 평소 그의 작품을 좋아했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사카 소년 탐정단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사카 소년 탐정단.
이 책은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제목은 <선암여고 탐정단>과 <명탐정 코난>이 어우러진 느낌이며, 소년 탐정물 특유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사실 이 책은 그가 작가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읽은 그의 작품과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음…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작품이 워낙 많아서 과거의 작품과 신작이 국내에 순서에 상관없이 출간되기 때문인지 작품마다 분위기의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오사카의 한 초등학교, 하라다와 뎃페이 등의 반 아이들과 담임인 시노부 선생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기이한 사건이 일어난다. 마치 코난과 그의 친구들이 가는 곳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처럼. 가끔 정말 어이없는 죽음도 있다.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미모의 여선생과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앞에서 말했듯이 무겁거나 어둡지 않고 가볍고 밝은 추리물이다. 다섯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마다 시노부 선생은 남다른 통찰력과 촉으로 밀실,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를 한다. 사건 담당 형사는 뭐하냐고? 시노부 선생에게 반해 그녀를 쫓아다니기 바쁘다. 뭐, 가끔은 형사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시노부보다 해결 능력은 부족한 건 확실하다. 사건의 추리 말고도 시노부와 신도, 이 두 사람이 이루어질지 추측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을 읽다 보니 도쿄와 오사카는 사투리 등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오사카 인물의 대사를 사투리로 번역했다면 더욱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무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던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련님 꿈결 클래식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즐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꿈결 클래식은 참 고마운 시리즈다.
첫 번째 시리즈인 <데미안>을 시작으로 <햄릿>, <젊은 베르터의 고뇌> 그리고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도련님>까지 나의 독서 생활에 발을 맞추듯 한 권 한 권 출간되고 있어 꼭 읽어보아야 할 고전을 놓치지 않고 챙겨볼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네 번째 꿈결 클래식 시리즈는 그 이름도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도련님>이다. 그동안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의 작품을 만날 기회가 없던 터라 부디 내용이 어렵지 않은 책이었으면 하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제목대로 좀 사는 집 도련님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의 바른 도련님이 아닌, 곱상하고 약해빠진 도련님도 아닌, 타고난 무모함 때문에 부모님도 포기한 도련님이다.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은 융통성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너무 솔직하고 정직했다. 부모조차 포기한 그에게도 절대적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바로 그의 집에 하녀로 있는 기요 할멈이다. 아직도 기요 할멈은 왜 그렇게 그를 애지중지하였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특별히 하고자 하는 목표 없이 살던 도련님이 손바닥만 한 작은 동네 중학교 수학선생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다른 국면으로 흐른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융통성 없고 올곧은(?) 성품을 가진 도련님이 학교라는 조직 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해나갈까? 걱정되었다. 다행히 시골 작은 마을에서의 며칠 동안 차도남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시크하고 무난하게 지낸다. 하지만 곧 학교 내에서 권력을 이용하는 자와 그 권력에 빌붙어 아첨하는 자, 그리고 그 권력에 힘없이 무너지는 자 등 그의 눈에 비친 학교의 모습은 순수하지 않다는 것 느낀다. 옳고 그름이 확실한 도련님은 동료 선생인 아프리카 바늘두더지와 함께 부당한 권력에 부딪혀 보기로 하는데…….

 

사회라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불편 곳에서 소신 있게 행동하는 도련님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때 묻지 않았던 내 어린 시절도 다른 사람 눈에 저런 모습으로 비쳤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나쓰메 소세키 작가는 그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담아낸 것 같았다. 왜 사람들이 나쓰메 소세키 작가를 일본 근대문학의 정수라고 하는지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꿈결 클래식 시리즈만의 삽화와 각주, 해제 덕분에 책장을 술술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꿈결 클래식 다섯 번째 시리즈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