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2장 벤볼리오 

불 하나는 다른 불이 타는 걸 태워버리지,
하나의 고통도 다른 번민으로 줄어드는 법.
빙빙 돌아보게, 
그러다가 거꾸로 돌면 도움이 되지.
한 가지 절망적인 슬픔도 
또 다른 슬픔에서 오는 무기력함으로 
치료되는 법.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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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회

"... 여기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리 친구들을 위해
지금 이 순간 채찍을 맞으며 
고무를 생산하고 있는 흑인의 운명에 대해 
고상한 의견을 나누고 있잖습니까. 
원숙한 교양과 인품을 즐기면서."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러니까, 예외가 있다는 말이군요.
"거의 모든 게 그렇죠." - P153

야회

"말이란 찢어진 그물 같은 거야. 
고기들이 다 빠져나가는 
차라리 침묵이 더 나을지도 몰라. 
어디 한 번 침묵해 볼까? 창가로 가자."
"침묵은 참 이상해. 
마음이 별 없는 밤처럼 되거든. 
캄캄한 하늘에 갑자기 
눈부신 유성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우리는 그런 근사한 즐거움을 
그다지 고맙게 여기지 않아."
"그래, 우리는 고마움을 모르는 족속이야!" - P155

연민

나는 은근히 시기심을 느끼며 
그녀의 침묵과 냉정을 지켜볼것이다. 
혼자만의 비밀을 품은 채 
우리 사이를 오가는 그녀를 지켜볼 것이다.
외로운 여행을 떠나는 밤이 
빨리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녀의 마음을 상상할 것이다. 
웃고 떠드는 우리를 경멸하면서도
꾹 참으며, 할 일을 하기 위해 
우리와 어울리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시끄러움 속에서도 
오히려 그녀는 더 잘 들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공허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 때문에 나는 그녀를 시기할 것이다. 
그녀의 추호도 흔들림 없는 태도와 
그녀의 지식을 시기할 것이다. 
.....
나로 하여금 그녀에게
손을 내밀게 하는 연민은 그녀에게는 
경멸스러운 충동적 연민으로 보일 것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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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이제 그것은 천지 사방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어.

이제 은신처란 없어. 모든 것은 언제나 시선 속에 있어. 

하지만 내 가장 중요한 화두는 폭력이야. 이런저런 이름으로 불리지만 결국엔 이름도 없는 그것. 어떤 소리도 그것을 끈질기게 경고하지는 않아. 폭력은 과대평가된 어리석음을 먹고살지. 한때 종교적인 장식을 달았던 편재함이 이제 무덤덤하게 다가와 문명사회의 증명서 행세를 해. 하지만 절대로 아니야! 그것은 모든 것을 
빤하게 만들어 버리고 기억을 말소시켜. 책임감을 없애 버려. 의심을 지워 버려. 자유를 참칭해. 우리는 금치산 선고를 받은 채 버둥거리며 네트워크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 - P17

긴 호흡으로

시간이라는 파쇄기조차 두 번 세 번 평생 곁에 두고거듭 읽은 라블레의 책들로부터,그가 주조한 언어나 신랄한 조롱으로부터 아무것도 앗아 가지는 못했어. 그리하여 나는 라블레를 실컷 읽은 적이 한 번도 없었지.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변함없이 간질간질한 욕구일 따름. 실꾸리로부터 ‘계속‘이라는 실을 풀어 내는 자는 모두 긴 호흡을 갖추어야 해. 특히 책이 그대들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확실한 자부심을 가져야 해. 보잘 것 없는 사기꾼과 고문 기술자들, 위선자와 유급 합창단원들, 떼를 지을 때만 용감한 불평가들, 얍삽하게 공부한 문맹들과-그대들도 짐작하다시피-결정적 한마디를 결코 하지 못할, 화면발 잘 받는 사형 집행인보다 책은 오래 살아남을 테니까. - P28

내겐 힘이 없어

거친 나무를 거친 도끼로 쪼개려 해.

그리하여 나는 여러 밤 동안 내 생기를 돋워 주었던그 책을 옆으로 치우고, 가르강튀아와 그의 아들, 그리고 신성 모독이 버릇인 달변의 패거리에게, 그래, 트림을 하면서, 배불리 먹게 해 주어 고맙다고 말했어. 거친 통나무를 거친 도끼로 쪼갤 힘이 이젠 내게 없어. - P29

너무 늦기 전에

너무 자주 그래 왔던 것처럼 우리는 몰랐다, 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기를.

침묵을 지키기만 했던 정의로운 자들 중 단 한 명도 나중에 흠결 없는 자가 되는 일이 없기를.

주중에 내내 침묵하다가 일요일에 스스로를 무죄 방면하는 자가 없기를.

이전에는 무심했다가 뒤늦게야 희생자들을 위한 기념비를 세우려고 하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죄책감 없이 거울 앞에 서는 이가 아무도 없기를.

나중에 드러나는 수치심은 이미 이전부터 화분들 속에 뿌리박고 있었던 것. - P111

가르칠 수 없는 것

그 밖에 가르칠 수 없는 다른 모든 것에서 나는 왼쪽으로 멀리 서 있어, 나 자신에게서조차. - P134

유한함에 관하여

이제는 다 지난 일.
이제 너무 많은 일을 겪었지.
이제 다 스러지고 다 지나갔어.
이제 모든 것이 느릿느릿.
이제 방귀도 나오지 않으려고 해.
이제 더 이상 불쾌할 일도 없어.
곧 더 나아지겠지.
느릿느릿 남은 생을 사는 거야.
온 세상 모든 것은 끝이 있으니까..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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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달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빗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더니 불현듯 
방이 사라져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쏟아지는 빗속에 있었다. 
비를 듣는 동안 어느새 
내가 비 그 자체가 되어 
선생님 댁의 정원수에 쏟아지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건 이런 것이었구나!‘
소름이 돋았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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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공포는무시무시한 거예요.

철저한 사유의 고통보다
순종의 편안함을 바라는사람은 
누구나 그런 결과에 도달할 수 있죠.

평범성은 ‘의미 없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사유하지 않는 걸 뜻해요.

이번 재판에서 드러난 행위들이
그걸 말해주죠.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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