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회
"말이란 찢어진 그물 같은 거야.
고기들이 다 빠져나가는
차라리 침묵이 더 나을지도 몰라.
어디 한 번 침묵해 볼까? 창가로 가자."
"침묵은 참 이상해.
마음이 별 없는 밤처럼 되거든.
캄캄한 하늘에 갑자기
눈부신 유성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우리는 그런 근사한 즐거움을
그다지 고맙게 여기지 않아."
"그래, 우리는 고마움을 모르는 족속이야!" - P155
연민
나는 은근히 시기심을 느끼며
그녀의 침묵과 냉정을 지켜볼것이다.
혼자만의 비밀을 품은 채
우리 사이를 오가는 그녀를 지켜볼 것이다.
외로운 여행을 떠나는 밤이
빨리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녀의 마음을 상상할 것이다.
웃고 떠드는 우리를 경멸하면서도
꾹 참으며, 할 일을 하기 위해
우리와 어울리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시끄러움 속에서도
오히려 그녀는 더 잘 들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공허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 때문에 나는 그녀를 시기할 것이다.
그녀의 추호도 흔들림 없는 태도와
그녀의 지식을 시기할 것이다.
.....
나로 하여금 그녀에게
손을 내밀게 하는 연민은 그녀에게는
경멸스러운 충동적 연민으로 보일 것이다. - P170